[조이人]① '정신아' 연우진 "성숙한 사랑법 좋았다, 박보영 오래 보고파"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렇게 멋진 어른 남자가 또 있을까. 첫 인상은 독특함 그 자체였지만, 알면 알수록 진국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따뜻하게 배려하고, 필요할 때 손을 내미는 남자. 사랑 표현까지도 너무나 스윗해 설렘이 폭발한다. 연우진이 완성한 동고윤의 매력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연우진 역시 동고윤이 보여준 성숙한 사랑법이 좋아 자신 역시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연출 이재규, 극본 이남규/이하 '정신병동')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박보영과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장률, 이이담, 이상희, 노재원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정신병동 안팎의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마음의 상처를 담은 이 작품은 기존의 편견을 깨부수는 사려 깊은 이야기와 마음의 문턱을 낮추는 세심한 연출, 캐릭터와 혼연일체 되어 무해한 매력을 발산한 배우들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연우진은 조금 엉뚱하지만 환자와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피는 항문외과 의사 동고윤 역을 맡아 사려 깊고 어른스러운 매력을 뽐냈다. 다은(박보영 분)과는 배려 가득한 따뜻한 로맨스를 형성했으며, 후배인 유찬(장동윤 분)과는 티격태격하면서도 든든한 케미를 완성했다. 그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탄탄하게 쌓아온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동고윤이라는 옷을 제대로 입은 연우진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며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극찬을 얻었다. 다음은 연우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작품 공개 후 반응이 굉장히 좋다. 실감하는 부분이 있나?

"연락이 많이 오는 휴대전화가 아닌데 주변 관계자, 업계 종사자분들이 피드백을 빨리 주셨다. 드라마가 나름 우리가 원했던 길 속에서 순항하고 있다고 느꼈다. 12회까지 쭉 보기 힘들어서 중간중간 끊어서 보는 분들도 계신데 그 과정에서도 연락을 주신다. '너무 잘 보고 있다', '눈물을 흘렸다'라는 분도 계시고 감정을 추스른 후 이후 회차를 보겠다고 하는 분도 계셨다. 그렇게 나노 단위로 신에 대한 생각을 디테일하게 말씀 해주시더라."

- 이재규 감독님이 연우진 배우를 만나면 '손가락 꺾는 걸 보여달라'고 해보라더라. 직접 다 한 것인가?

"저는 수시로 이걸 하는데 다들 놀라시더라. 후시를 조금 했다. 풀샷으로 잡을 때는 직접 소리를 내고 나머지는 사운드를 좀 입혔다. 한번 소리를 내고 나면 다시 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래서 준비를 해갔던 것도 있고, 계산적으로 연기를 했다."

- 손가락 특수분장을 했다고 들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 같은데 어땠나.

"처음엔 두 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익숙해지니 1시간 반 정도가 되더라. 저는 하루에 한 신 있는 때도 많았다. 특수분장이 고되고 힘들었는데, 그 시간 동안 배우들과 얘기도 많이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그 캐릭터에 녹아들고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로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분장하고 있으면 너무 불편했을 것 같다.

"불편하다. 화장실 가기도 힘들다. 또 손가락 사이가 붙는다. 그러다 보면 분장한 것이 떨어져 나가는 애로사항이 있다 보니 손가락을 펼치고 있었다."

-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작품 외적으로 이재규 감독님과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대본을 봤을 때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 공감을 끌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 독특한 소재이지만 대중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림이 컸다. 전작인 '서른아홉'과 이번 '정신병동' 두 작품 다 저에게는 따뜻한 드라마였다. 서른 후반을 맞이하면서 인생 변화가 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캐릭터들이 인간 내면적으로 '잘하고 있어'라는 위로를 주다 보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 인생의 변화는 어떤 걸 의미하나?

"대단한 걸 느끼는 건 아니다. 정확하게 꼬집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느끼는 것과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두려움이 있다. 무섭고 긴장이 된다. 굳이 나이가 아니라도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를 위한 변화를 주제로 담고 있는데, 나를 사랑하는 방법, 나를 이끌어 가고 나를 지켜줄 수 있는 태도에 대한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 에피소드별로 공감, 위로받는 지점이 달랐는데, 깊이 다가온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가 그분들을 전부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감정 이입이 가장 많이 된 건 유찬이 에피소드다. 책임감 있게 살아온 사람이 직장 안에서 받는 억압이 드러난다. 저도 알게 모르게 그런 게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쓰이면서 공감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7회를 좋아한다. 모두가 떠나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다. 서완이 떠난 후 아버지의 이야기, 아내가 떠난 후 남편의 이야기 등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에 감정이 많이 올라와서 가장 눈물을 많이 흘렸다."

- 초반 동고윤은 다은도 피할 정도로 독특한 캐릭터로 보였다. 어떻게 해석했나?

"마음이 따듯하고 인간성 좋은 의사인데, 독특함과 괴짜다움이 있었으면 했다. 흘러가는 잔잔한 톤앤매너 속에 동고윤이라는 색을 입혀가는 것에 포인트를 줬다. 비주얼에서도 그렇고 연기에서도 엣지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초반 에피소드를 가져갔다. 분장, 헤어스타일, 모션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 동고윤은 양면이 없을 것 같은 좋은 사람이라 비현실적이라는 느낌도 있다. 고민되는 지점은 없었나?

"어른들의 동화라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 감추고 싶은 마음도 있고, 드러나지 않은 결핍도 있을 텐데 그것을 채워주는 드라마다. 빌런 없이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들로만 이야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감독님의 시선과 연출 방향이 좋았다. 그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더라도 연기하면서 확신이 있었다."

- 박보영 배우와 로맨스를 담당하기도 했는데, 로맨스가 주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 밸런스에서 고민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극에 어떻게 섞일지 고민을 했는데 다른 드라마와는 다르게 서로를 치유하는 멜로다. 누군가로 인한 습관이 치료가 되고, 상대의 병을 인지하고 병원에 갈 수 있게 끌어준다. 또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일을 하게 도와준다. 그런 포인트로 가다 보니 자극적인 스킨십 없이도 동화 같고 성숙한 연애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주제에 부합된 톤앤매너의 멜로인 것 같다. 어른들의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 기존 드라마에서는 사랑으로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면, 동고윤은 약물과 상담으로 치료를 할 수 있게 직언을 한다. 이것이 '정신병동' 만의 차별점 같은데 어떻게 바라봤나?

"동고윤만이 할 수 있는 처방법이지 않나 싶다. 대본에 디테일하게 나와 있었다. 동고윤 뿐만 아니라 유찬이도 다른 연애법을 보여준다.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자기만의 표현을 한다. 끌어내는 것보다 가만히 두는 것이 좋다며 따스한 위로를 한 거다. 동고윤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랑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것이 극명하게 드러나서 잘 융화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넘어서 진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문턱을 낮춰 줄 수 있는 동고윤의 사랑법이 닿았지 않았나 싶다. '병은 병일 뿐이니 병원에 가라', '손길을 내밀어라' 등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동고윤의 입을 빌려 전하는 것이 많다. 그런 사랑법이 성숙한 어른이 된 것처럼 좋았다. 여담이지만 동고윤의 사랑법을 보면서, 그 사람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사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유찬에게 '네 친구 좋아해도 되나'라고 할 때는 어른 남자의 여유가 그려진 것 같다.

"그 장면은 짧은 대사임에도 하기 힘들었다. 호흡을 어떻게 받고 느낌을 낼지 고민이 많았는데, 처음엔 힘을 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후루룩 넘어가는 것이 맞을 것 같더라. 확신이 없어서 여러 버전으로 해봤는데 전반적인 조율을 할 때 감독님의 의견이 반영됐다. 이후에 음악감독님께 연락이 왔는데 음악을 넣었을 때 제 대사의 무드가 잘 어울렸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걱정되는 포인트가 있었지만 이런 도움을 받아서 잘 나왔던 것 같다."

- 박보영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정적인 대사가 많지 않고, 빠른 호흡이 속에서도 디테일을 잡아낸다. 버스 안에서 쑥개떡 할 때 제 대사가 많고 보영 씨는 리액션 위주였음에도 불구하고 흐름을 바꾸는 작은 디테일이 살아있더라. 그걸 받아서 하니까 신이 풍성해졌다. 보영 씨가 리액션을 해주니 잘 살더라. 정말 센스가 있다고 느꼈다. 제가 바라봤을 때 실제로도 다은 같았다. 크리스마스와 명절을 촬영하며 다 같이 보냈는데 산타가 되어서 스태프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함께 오래 일하고 싶었고 천사 같았다. 저런 간호사분이 있으신 병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품을 보고 난 뒤 보영 씨에게 문자를 했다. '제가 다은 쌤이 어떻게 고민하고 노력했을지 감히 가늠할 수 없지만 그 노고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올 것 같다. 저 또한 그랬다'라고 보냈다. 그 정도로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박보영이란 배우를 오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