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후반 작업만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시리즈에 들인 기간은 6년. 그 안에서 우여곡절과 아픔 등 수많은 감정을 느낀 최동훈 감독은 결국 "내가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모든 열정과 사랑을 쏟아부은 작품인 것. "딸 결혼시키는 부모의 마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최동훈 감독의 진심이 가득 느껴지는 순간이다.
'외계+인' 2부(감독 최동훈)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현재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2022년 여름 개봉된 1부의 후속편이다. '타짜', '전우치', '암살' 등의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다운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펼쳐냈으며, 놀라운 CG와 압도적 스케일로 시선을 압도한다.
1부에서 빈틈없는 앙상블을 보여줬던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이하늬,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이 더욱 끈끈한 호흡을 자랑하며, 탄탄한 연기력의 진선규가 맹인 검객 능파 역으로 새롭게 합류해 재미를 안긴다. 기대에 비해 1부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OTT에서 공개된 후 재평가 되기도 했던 '외계+인'이다. 특히나 2부는 1부에서 궁금증을 남겼던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면서 일명 '떡밥 회수'가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반응이다. 이에 '외계+인' 2부는 지난 10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최동훈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현대로 넘어올 때 장소 선정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남대문은 과거 같기도 하고 현대 같기도 한 공간이길 바랐다. 촬영 당시 코로나 때문에 장소를 빌려주기로 했던 곳도 다 캔슬이 됐다. 두 신선(염정아, 조우진 분)은 어디로 와야 할지, 중국 식당을 생각하다가 헬스장은 빌려줄 수 있다고 하더라. 고민하다가 러닝머신을 타는 것으로 했다. 경찰차 소동이 필요하기도 했다. 영화는 공간이 톤이나 뉘앙스를 결정짓기도 해서 중요하다. 이 영화는 밀본과 가드 집, 벽란정 세 군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벽란정은 구상해서 지었고, 가드(김우빈 분) 집 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가드는 돈이 많을 것 같았다. 넓은 땅을 가지고 혼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장소로 가게 됐다. 그리고 모두 모이는 장소로 어떻게 가나 하다가 기차가 지나가는 상황이 오게 됐다."
- CG 기술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칭찬이다. CG는 '완벽하게 한국 안에서 해결하자'가 목표였다. 봉준호 감독님의 '괴물' 디자인을 한 분이 외계인 디자인을 했다. 아주 많은 것을 했는데 3D 만드는 과정이 흥분되고 재미있었다. 멋있고 공격적으로 보여야 하지만 크리처처럼은 안 보이길 바랐다. 인격을 가진 친구처럼 보였으면 했다. 2부 후반 작업 시작할 때 디자인을 바꾸자고 했다. 더 공격적인 모습으로, 얼굴 2개, 팔도 4개였으면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기술적으로 발전이 됐다. 가장 비싼 캐스팅이지만 기차 장면도 '설국열차'를 찍었기에 가능했다. 기차 위에서 뛰어다니는 것이 힘들다. 기차 여러 군데에서 찍어서 합성했다."
- 기차는 어떻게 한 건가?
"시나리오 쓸 때는 버스였다. 두 개가 붙어있는 버스였는데 시각적인 표현이 안 생기더라. 그걸 기차로 바꾸는 순간, 어디로 달려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야 했다. 두 공간을 만들어서 촬영했다. CG가 많으니 멈춰져 있을 때는 '잘 구현될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CG팀이 믿어보라고 하더라. 기차 CG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 KTX가 아닌 화물 열차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KTX를 하면 사람이 많이 죽게 된다. 꼰대 같지만, 사람이 죽는 장면은 그것이 용납이 될 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물 열차기 때문에 그 안에는 승객이 없다."
- 클라이맥스 촬영 당시 분량이 없는 배우들 모두 현장에 나와 있었다고 하더라. 그런 지점에서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을 것 같다.
"고맙다. 촬영 후반이라 가장 힘들 때고 다들 작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을 때다. 이 영화 찍고 나서 서로 되게 좋은 파트너십을 맺어가는 것이 좋았다. 모두가 모여서 찍는 장면이다. 배우들이 극에서 의외로 안 만나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때 다 만나서 하니까 '드디어 다 만났어'라고 했다. 우리 모두 기념촬영을 하다가 액션신을 찍을 때 '한 컷으로 하면 재미있겠다' 해서 있던 콘티를 지우고 하나로 만들자고 했다. 현장에 다 같이 있으니까 가능했다. 한 컷으로 안 해도 상관없는데 배우들도 좋아했고 재미있었다. 각종 무기가 난무했다."
- 영화에서 유일하게 아쉽다고 했던 부분은, 김우빈 배우의 분량이었다. 보는 내내 대체 언제 나오나 했다.(웃음)
"더 나오게 하고 싶었는데, 중요한 건 아껴놔야 하지 않겠나.(웃음) 스토리 구조상이기도 했지만, 엔딩 시퀀스에 멋지게 걸어가는 거 하나로 아쉬움을 상쇄시키지 않았나 싶다. 편집을 52번 하는 동안 앞 장면에는 (김우빈이) 나온 적이 없다.(웃음)"
- 조상님의 유지를 받들며 때를 기다리는 민개인(이하늬 분)의 설정이 재미있었다. 재촬영까지 했다고 했는데 이유가 있었나?
"원래는 현재가 먼저 나오는 거였다. 하지만 여러 번 편집하면서 과거가 먼저 나오고 현대가 뒤에 나온다. 신 구성을 할 때 타이밍을 맞춰주는 것이 능파(진선규 분)다. 그가 언제 나오느냐가 흐름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민개인의 등장에서 새로운 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쓰고 이하늬 배우에게 전화해서 '재촬영 가능하냐'라고 사정 설명을 하니까 하루 쉴 수 있다고 하더라. 할 수 있다고 해서 하루 동안 재촬영했다."
- 이안(김태리 분)의 방에 있던 '주먹대장', '수호지', '서유기' 등 책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김태리 배우는 '감독님의 취향'이라고 하던데?
"제 방에 있던 걸 차에 실어서 세트장에 가져다 놓은 거다. 실제로 제가 다 봤고 소장하고 있던 거다. 우리는 리얼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헛된 생각, 거대한 상상을 하면서 힘을 받고 살아간다. 이질적이지만 도사, 외계인도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안이 같은 경우도 남들과 다르게 이런 것을 읽었을 것 같아서 과학 서적과 함께 가져다 놨다."
-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가 있다. 이번 '외계+인' 시리즈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영역을 확장했는데 어떻게 남았으면 좋겠나?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이야기이지만 본 것 같은 것이 공존했으면 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것이 덜하면 좋은데, 반대로 어디서도 보지 않았으면 심각한 문제다. 두 개의 개념으로 극을 만드는 것이 힘들었지만, 1부의 학습효과가 있다. 그 허들을 넘는다면 2부는 허들 없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으로 2부를 보고 다시 1부를 볼 수도 있다. 그만큼 보기 편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일 좋은 건 1, 2부를 동시에 보는 거다."
- 이제 진짜 긴 시간 잡고 있던 '외계+인' 시리즈를 떠나보내게 됐다. 어떤 걸 얻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반성과 고집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모든 작업이 그렇다. 아침에 반성하고 저녁에 고집을 부린다. '타짜'는 편집을 2주 반 했는데, '외계+인' 2부는 1년 반 동안 거의 매일 했다. 직장인처럼 매일 나가서 하고 주말에 쉬는 패턴이었다. 그렇게 매일 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 결정은 6년 동안 했고 우여곡절과 아픔도 있지만 이게 숙명이고 비켜나갈 수 없다는 걸 배웠다. 그래도 다행히 후반 작업을 하면서 '내가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다시 느꼈다. 외계인과 도사가 나오니까 '영화로 도를 닦는구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 영화구나' 싶더라. 딸 결혼시키는 부모의 마음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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