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예상대로 마동석으로 시작해 마동석으로 끝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포칼립스 소재에 주먹뿐만 아니라 총 쏘고 칼 쓰는 마동석 정도?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액션에서는 믿고 볼만 하다. 그런데 큰 색다름은 없다. 서사도 헐겁다. 딱히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추천하기엔 약간 애매한 '황야'다.
넷플릭스 영화 '황야'(감독 허명행)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마동석이 제작, 각색, 주연으로 참여했고,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에서 무술감독을 해온 허명행 감독이 첫 연출을 맡았다.
폐허가 된 세상 속 남산(마동석 분)과 지완(이준영 분)은 닥치는 대로 사냥을 하며 부족한 물과 식량을 얻어낸다. 그들은 가족같이 아끼는 수나(노정의 분)와 할머니(성병숙 분)를 비롯해 버스동 마을 사람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살아간다. 남산은 과거 수나와 비슷한 나이의 딸을 지키지 못한 상처가 있다. 또 지완은 수나를 짝사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봉사단이라 자칭하는 인물들이 깨끗한 물과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며 수나와 마을 사람들을 아파트로 데려간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수나는 아파트 안 이상함을 감지한다. 그 중심에는 의사 양기수(이희준 분)가 있다. 그의 정체를 알게 된 남산과 지완은 수나를 구하기 위해 그들에게 향한다.
'황야'의 배경이 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종말 후 세계는 지난해 개봉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다뤄진 만큼 이제 더는 새롭거나 낯설지 않다. 한순간 멸망한 세상 속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더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그리고 어떻게든 권력을 잡고자 애를 쓴다. '황야'도 이 골자를 따른다.
그 중심엔 마동석이 있다. 마동석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핵주먹으로 상대를 완벽히 제압한다. 여기에 총과 칼 등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압도적인 액션을 보여준다. 과연 마동석을 대적할 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악당과 실험체를 아주 가볍게 물리친다.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마동석의 화끈한 액션을 기대한 이들이라면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액션 끝판왕'이다. 액션 마스터라 불리는 허명행 감독과 마동석이 만나 완성된 액션 쾌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마동석표 유머도 빛이 난다. 마동석 특유의 말맛은 웃음을 유발하고, 극 초반과 끝을 장식하는 정영주와의 코믹 케미도 일품이다. 이후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할 정도다. 남산의 든든한 파트너가 된 이준영과의 호흡도 좋은 편이다. 특히 이준영은 그간의 악역 이미지를 벗고, 까불거리고 철없기도 한 지완을 능수능란하게 연기해냈다. 사건의 중심에 선 수나 역 노정의도 제 몫을 잘 해낸다.
특수부대 소속 중사 은호 역 안지혜의 액션은 기대 이상이다. 이미 다른 작품에서 탁월한 액션 능력을 뽐내왔던 안지혜는 날렵하면서도 각이 살아나는 액션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대사 처리나 감정 연기도 모나지 않게 안정적이라 앞으로 안지혜가 보여줄 활약도 궁금해진다.
'황야'에서 단연코 돋보인 인물은 빌런 이희준이다.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며 연구에 집중하는 의사라는 정체성의 이면엔 삐뚤어진 부성애가 숨겨져 있다. 연구에 미쳐 광기를 폭발시키는 이희준의 연기는 소름 그 자체다. 이희준 옆을 지키는 장영남의 존재감도 강렬하다.
화려한 액션과 배우들의 놀라운 열연에 비해 이야기 구조는 너무나 단순하고 헐거워 아쉬움을 남긴다. 액션만 강조하다 가장 중요한 서사는 놓쳐버린 것.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는 하나,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보니 뭔가 보다가 만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궁금증 해소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에 "이게 끝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결국 마동석의 액션만 남은 영화 '황야'다.
1월 26일 넷플릭스 공개. 러닝타임 107분. 청소년관람불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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