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서사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액션 영화로서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며 전 세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황야'다. 향후 어떤 결과를 얻을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겠지만, 일단 마동석의 막강한 액션에 대해선 기대가 컸음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 허명행 감독 역시 마동석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로 꼽기도. 그런 점에 있어서 허명행 감독의 감독 데뷔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올해 상반기 공개될 영화 '범죄도시4'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황야'(감독 허명행)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종말 이후의 세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다룬 '황야'는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D.P.',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등의 무술감독으로 인상적인 액션 장면을 다수 탄생시킨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남산 역으로 돌아온 마동석은 파워 넘치는 핵주먹 뿐만 아니라 총과 칼을 이용한 액션까지 보여주며 신선한 재미와 쾌감을 안긴다. 마동석 특유의 말맛과 유머도 살아있다.
폐허 속 유일하게 살아남은 의사 양기수 역을 맡은 이희준은 강렬한 악역 연기를 완성했으며, 이준영은 남산의 든든한 파트너 지완 역을, 노정의는 사건의 중심에 선 수나 역을, 안지혜는 특수부대 소속 중사 은호 역을 맡아 존재감을 뽐냈다.
다만 액션에 비해 서사가 많이 빈약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범죄도시' 시리즈 마석도가 '황야'에서 괴물을 때려잡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마동석 특유의 재미와 통쾌함이 있지만, 너무 비슷해서 같은 작품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것. 그럼에도 '황야'는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허명행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악어가 포스터뿐만 아니라 초반에도 등장한다. 파충류가 많이 등장하는데 어떤 의도인가?
"작품 전반에 파충류의 분위기가 깔려 있다. 양기수 실험실에 도마뱀이 있다. 발이 잘렸는데도 돌아다니고 기이하다. 파충류는 양기수가 꿈꾸는 인간의 변형이다. 사냥하는 남산을 붙였을 때 일반적인 동물보다는 악어가 좋겠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나오는 뱀 인간과 연결성을 준 거다. 좀비라고 오해를 받는 그들이 파충류, 뱀 인간인 거다. CG로 뱀 혓바닥을 넣었다. 파충류는 겨울잠을 자기도 하고, 악어는 꽤 오랫동안 식량을 안 먹고도 산다고 하더라."
-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황궁아파트 103동이 그대로 나온다. 대사도 그렇고 세계관이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한 부모 밑에 성격이 다른 형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황야'의 기획이 같이 시작됐다. 같은 장소인 아파트를 두고 다른 이야기 구조, 다른 캐스팅으로 진행이 됐다. '이병헌이 나올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시더라. 동시간대엔 찍을 수 없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 촬영 마치고 바로 '황야' 촬영에 들어갔다."
- 무술 감독을 하다가 전체 연출을 하다 보면 힘든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떤가?
"무술 감독을 할 때도 액션에서는 제가 진두지휘를 하고 편집본도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마동석 배우가 저와 같이 작업을 하면서 연출을 맡겨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연출자가 촬영 감독, 스태프들과 소통하는 건 비슷하다. 드라마의 대사, 코미디, 여러 가지 소품 등을 정하는 것이 되게 재미있고 새로웠다. 전문가와 공유하면서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좋았던 부분이 많았다."
- 정두홍 감독의 반응도 궁금하다. 어떤 조언, 응원을 해줬나?
"무술 감독은 편집을 다 할 수 있다. 실력적으로 손이 빠르다. 콘티대로 찍고 편집하는 것이 반복적인데, 정두홍 감독님과 일을 할 때 훈련을 했다. 현장에서 세 시간을 찍고 반을 날리는 것이 굉장히 낭비인 거다. 보고 싶은 걸 정확하게 찍는 훈련이 되어있다. 그래서 장면에 있어서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1시간 20분 안에 현장 편집본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작품적으로 저를 믿어주시고 늘 응원해주시고 좋아해 주신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님들의 반응이 있다면?
"김성수 감독님, 한준희 감독님 모두 좋아해 주셨다. 제가 언급하는 것이 죄송스럽기는 한데, 제가 김성수 감독님께 힘드셨을까봐 "요상한 영화 보시느라 고생하셨다"라고 하니 감독님께서 "요상하다는 표현을 '어디서도 못 본 강렬함'으로 이해하면 그 말이 맞다"라는 얘기를 해주셨다. 잘 봤다고들 해주셨다."
- 첫 연출작인데 아쉬움과 만족스러움을 하나씩 꼽아준다면?
"액션 안에 서사까지 잘 만들면 안 되냐고 하는데, 그건 정말 이상적인 거다. 저도 하고 싶다. 서사 아쉬움에 대해 공감하고 그런 능력을 키워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한 대로, 저 멀리 있는 분들까지 이런 K무비에 이런 액션을 하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시원함이 통했다는 것을 좋게 생각한다."
- 워낙 마동석 액션이 강하다 보니 '어차피 마동석이 이길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타격감은 있지만 긴장감이 없다는 반응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복싱 액션을 기반으로 타이거 패거리를 제압한다. 이후 아파트로 뚫고 가는 것이 시작인데, 그런 걸 거침없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 전에 아파트, 양기수의 아지트로 들어가는 시퀀스는 노멀하다. 다 세게 가면 변별력이 없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악당은 아니다 보니 제압하는 액션으로 했다. 반면 뱀 인간과의 충돌에서는 과감하게 라인을 그렸다. 그리고 남산이 후퇴하는 모습은 그리고 싶지 않았다. 영화적으로는 필요할 수도 있지만 '황야'의 목적은 시원하게 깨부수는 것이었다."
- 이준영 배우가 실제로는 무술 실력자고 액션도 잘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황야'는 기대보다는 아쉽다 싶었는데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또 옆에서 지켜본 이준영 배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액션을 굉장히 잘하는 배우다. 저는 캐릭터에 실제 모습을 많이 녹였는데 이준영 배우가 귀엽다. 형들에게 앵기를 부분이 있다. 연기를 잘해서 악역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실제론 순수하고 귀엽다. 지완에게 이준영 배우가 가진 실제 모습을 입히려고 했다. 또 캐릭터적으로 수나를 구하려고 열의에 불타는 것도 넣으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아쉬움은 없다. 액션은 다른 작품에서 여러 번 했다. 저는 이준영 배우가 가진 해맑음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 충분히 괜찮았다."
- 은호 역 안지혜 배우의 액션도 인상적이었다.
"'황야' 액션 난이도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현재 안지혜 배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액션에선 대체불가다. 대역이 티 안 나게 정교하게 찍어야 하는데, 그 노고가 적었다. 위험한 건 대역이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많이 했다. 몸동작하는 건 대역을 안 썼다."
- 정영주 배우의 코믹함도 잘 살았다. 어떻게 캐스팅했나?
"큰 역할은 아니었는데 해주셔서 감사하다. 임팩트가 강하고 중요한 캐릭터다. 찰떡이라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해주셨다."
- 앞으로 공개될 '범죄도시4'의 기대 포인트를 꼽아준다면?
"마석도 캐릭터의 변화는 없다. 저는 나름대로 마석도의 안 본 액션 상황을 많이 생각했다. 시리즈가 4편까지 왔으면 이런 걸 좀 보고 싶지 않을까 싶은 걸 넣었다. 시리즈 중에서는 액션이 아주 강력하게 나올 거라 생각한다. 변주를 주려고 했고, 액션 완성도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
- 언제부터 액션 일을 시작하게 됐나?
"19살에 정두홍 감독님을 만났고, 스턴트를 시작한 건 그 다음해다. 공동 무술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건 '중천'이었고, 이후 '놈놈놈', '전우치' 등을 했다. 영화만 놓고 보면 100편 정도, OTT까지 하면 120편 정도 무술 감독을 한 것 같다. '황야'는 2021년부터 프리 프로덕션을 하면서 감독을 준비했다."
- 향후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액션이 빠질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액션이 아예 안 들어가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저도 서사를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액션만 주가 되는 영화를 추구하고 싶지는 않다. 이야기 구조가 재미있는 것에 액션이 가미된 것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는 제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우려와 걱정, 선입견을 너무 신경 쓴다고 해서 연출을 잘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평가는 다른 분들에게 맡기고 제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싶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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