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아역 배우를 거쳐 '정변의 아이콘'답게 훈남 배우로 성장한 이현우는 데뷔 이래 구설수 한번 없었던 '모범 배우'로 통한다. 군 복무까지 착실하게 마친 그는 최근까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하게 활약하며 '열일'을 이어오고 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영웅', '드림' 그리고 최근 종영된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로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준 이현우는 '도그데이즈'로 더욱 깊어진 감성으로 따뜻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7일 개봉된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로, 윤여정과 유해진, 김서형, 정성화, 김윤진,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이현우는 강아지를 돌보는 데엔 소질이 없는 밴드 리더이자 여자친구 수정(김고은 분)의 반려견 스팅을 얼떨결에 맡게 된 현 남친 현 역을 맡았다. 말도 듣지 않고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기 일쑤인 스팅을 감당하기 힘들던 와중에 스팅의 대디를 자처하며 수정의 전 남친 다니엘(다니엘 헤니 분)이 나타나는 기막힌 상황을 마주한다.
이현우는 초보 반려인의 미숙함과 전 남친에 대한 질투심으로 심술을 부리는 현의 귀여운 면모를 탁월하게 연기한 동시에 다니엘 헤니와 유쾌한 케미로 극에 활기를 더한다. 특히 후반부 여자친구 수정 역 김고은과 듀엣 장면은 따뜻한 감성을 전하는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영화 '영웅'에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는 이현우와 김고은의 사랑스러운 케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또 대형견 스팅과 조금씩 교감하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는 영화의 메시지와 어우러져 깊은 여운과 울림을 안긴다.
1993년생으로 어느덧 30대가 된 이현우는 여전히 풋풋하고 맑은 기운의 소년미를 장착하고 있다. 오랜만에 하는 인터뷰에 긴장하기도 했다는 그는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너무 좋다"라며 특유의 밝음과 타고난 애교로 주변을 기분 좋은 웃음으로 물들였다. 따듯한 친절은 기본, 상대의 말에 경청하고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답 하나하나엔 진심이 꾹꾹 묻어난다. 어쩜 이렇게 사람이 맑고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될 정도다.
예의 바름도 이현우의 장점 중 하나다. 누구에게나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살갑게 말을 건넨다. 7일 진행된 '도그데이즈' GV에서 이현우는 질문해준 관객의 애정 가득한 마음에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시간 관계상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한 관객에겐 미안함을 전했다. 또 GV가 끝난 후엔 일부러 기다렸다가 모더레이터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감기에 걸려 몸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진심을 드러내는 이현우다. 그렇기에 이현우와 같이 작업한 이들은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영웅'을 함께 한 윤제균 감독은 "인간 이현우는 너무 맑다. 그 나이대 꽃미남 중 이렇게 착하고 맑은 친구가 있나 할 정도다. 한두 번 보고 느낀 게 아니라 영화 촬영한 지 3년이 지나도 한결같이 맑고 천성 자체가 좋은 사람"이라고 이현우의 인성을 극찬했다. 또 '도그데이즈'의 김덕민 감독은 "그 역할에 필요한 분이 하늘에서 날개 달고 내려온 천사처럼 와주셨다"라고 이현우를 '천사'이자 고마운 존재라고 표현했다.
순수함과 맑음은 그대로이되 연기에 임하는 열정은 더욱 커진 그다. 예전보다 철이 들고 성숙해졌다는 것. 실제로 이현우는 전역 이후 찍은 작품에서 다양한 얼굴과 좀 더 성장한 내면 연기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왔다. '도그데이즈' 역시 마찬가지. 이에 이현우가 앞으로 더욱 탄탄하게 쌓아나갈 연기 행보에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음은 이현우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영화 속 스타일링이 새로웠는데, 어떤 변신을 주고 싶었나?
"시나리오를 보면서 첫 번째로 생각한 건 밴드부 보컬이자 리더다. 외형적으로 로커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 강아지 이름이 스팅이다. 현이와 스팅의 관계에 있어서 영화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매력적이었다. 또 여태까지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새롭게 보여드리는 것도 좋았다. 더 잘 어울릴 수 있게끔 열심히 노력했고, 머리 기장을 얼마나 할지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것이 좋을지 조율하고 노력하며 정했다."
- 헤어스타일 변화를 통해 연기하는 것에서도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했는데, 어떤 지점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됐는지 궁금하다.
"머리를 올백으로 묶었는데, 영화상에는 컷 된 것이 있다. 제 첫 촬영이 크랭크인이었다. 스팅과 함께 하는 장면이었는데, 조금 더 색채감이 있는 의상을 입었다. 그때는 머리도 불편하고 현이가 제 몸에 온전히 안 들어와서 어색함이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하지만 잘 맞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촬영하면 할수록 현이가 가진 자세, 표현법, 말투, 제스처가 어느 순간 편안하게 느껴졌다. 가장 와닿았던 집에서 긴 머리를 풀고 잠을 잘 때 침대에 올라오려고 하는 스팅에게 '너는 사람이 아냐'라고 하는 장면이다. 꾸미지 않은 듯 집에 있는 것 같은 분장의 효과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스팅과 둘이서 한 공간에 있고 내가 현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라는 생각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게 편안하게 하나가 된 것 같았다. 그런 경험이 있었다."
- 전 남친 다니엘 헤니 배우와는 연적으로 나오는데 어땠나?
"걱정밖에 없었다. 수정이의 현 남친과 전 남친인 건데, 현 남친이 전 남친에게 꿀리면 안 되지 않나. 자존심상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헤니 형은 뭘 하지 않아도 만천하가 인정하는 이상적인 남자의 표본이라 감히 발악했다. 그런 고민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다. 현과 다니엘의 관계성도 중요한 작업이었다. 헤니 형은 매력적인 배우인데 현과 붙었을 때 그 매력도가 떨어지면 안 된다가 숙제였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현과 다니엘이 사람 대 사람으로 부딪히고 대사를 나누는 장면 속에서 나이 차가 있지만 형, 동생 느낌이 아니라 남자 대 남자로 보여지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형과 대사를 나눌 때 형에게 더 집중하려 노력했다. 현실적인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걱정한 부분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아서 만족할 수는 없어도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 제작보고회에서 다니엘 헤니 배우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후 연락하면서 대화를 주고받은 것이 있나?
"홍보 때문에 커피차 이벤트를 하면서 오랜만에 형과 만났다. 이렇게 홍보하는 자리에 저만 파트너가 없으니까 외롭기도 했다. 형이 있으면 더 든든했을 것 같기도 해서 아쉽다. 그래도 형을 응원한다.(웃음) 형이 좋은 기운을 많이 주셨다. 촬영할 때는 물론이고 (커피차 이벤트에서) 3시간 잠깐 같이 있었지만, 몇 년 만에 뵈어도 그때 느낌처럼 멋지시고 좋은 영향을 많이 주는 분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 스팅을 전 남친과 현 남친이 여자친구 대신에 돌본다는 설정이 평범하지는 않다. 관계 설정을 어떻게 했나?
"수정이의 부재 이유가 나중에 드러난다. 현이의 입장에선 수정이를 아끼고 사랑하고 보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스팅을 잘 다룰 줄 모르고 케어가 안 될 것 같다는 고민보다 스팅과 함께한 추억이 있고 수정이가 떠나 힘들어하는 것이 보이니까 '나라도 해야지'라는 마음이 컸을 것 같다. 전 남친, 현 남친에 대한 맥락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사랑했던 강아지를 마음으로 돌봐야지 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
- 현 남친이 있는데 갑자기 전 남친이 나타나서 스팅을 돌보겠다고 하는 상황이 당황스러운 지점이 있다. 물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현 남친의 입장에선 황당한 일일 테니 연기하는 입장에선 어땠는지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현과 다니엘의 관계를 잘 그려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이 부분에서 이해를 시킬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현이도 처음 다니엘이 왔을 때 '저 자식이 왜 왔어?' 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다니엘도 똑같은 거다. 스팅을 애기 때부터 봐서 자식 같은 강아지인데 헤어진 후 수정이가 맡게 됐다. 영화 속에는 그려지지 않았지만, 수정이가 돌볼 때 다니엘이 한 번씩 스팅을 봤을 거라 생각한다. 그걸 전제에 뒀다. 수정이가 떠난 후 현이가 스팅을 잘 못 다루는 걸 알기에 다니엘이 찾아온 거라, 각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현이도 처음엔 어이없다는 듯 표현하고 다니엘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 구도가 생긴다. 그렇지만 스팅이 아파서 어쩔 줄 몰라 할 때 연락할 곳이 다니엘밖에 없다. 깊이 들여다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 후반부 드러나기는 하지만 현이와 스팅은 수정의 부재로 인해 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 굉장히 깊고 슬픈 감정이 바탕에 깔려있다. 하지만 후반부에 드러나야 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감정의 표현에 있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중요했을 것 같다.
"저도 강아지 두 마리가 있는데 가족이다.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키우는 강아지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영화상에서는 유쾌하게 그려지지만, 현이는 깊은 마음이다.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간 아픔을 가지고 가야 한다. 생각하기도 싫을 거다. 그래서 잠시 동안 떨어져 있는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내 삶을 꾸역꾸역 버티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다니엘이라는 인물이 개입됐을 때, 반대로 삶에 활력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디테일한 감정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다. 너무 단순하게 그리고 싶지 않다 보니 더 단순하게 접근했던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현이가 그려져야 나중에 관객들에게 수정이의 사연이 드러났을 때 현이의 마음이 더 크게 와닿을 것 같다는 것이 결론이다. 슬픔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일상처럼 덤덤하게 표현했다. 현이는 정말 그랬을 것 같았다."
- 무대인사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텐데, '드림' 개봉 무대인사 때는 아이유와 오랜만에 MC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엔 어떤 걸 기대하나?
"사실 선배님들이 계시다 보니 제가 함부로 나서서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무거운 영화가 아니다 보니 유쾌하게 인사를 나누겠지만 고민이 되긴 한다.(웃음) 무대인사는 관객들에게 영화 잘 봐달라는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진심을 담아 감사함을 조금이나마 전달하고 싶다. 무대인사에 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가 잘 없다 보니 참 좋은 것 같다."
- '도그데이즈'가 "사지 말고 입양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고, 유기견 기부 상영회를 통해 유기견 센터에 기부하는 등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실제 반려인이기도 한데, 이런 따뜻한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뿌듯하기도 할 것 같다.
"정말 좋은 일이다. 아직 해보진 못했지만, 유기견 봉사활동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이런 선행에 동참하는 건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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