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타임라인, 뒤통수 치는 천재적 연출" 전 세계의 극찬을 얻으며 주목 받고 있는 '패스트 라이브즈'가 인연의 의미를 전하며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28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감독 셀린 송)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셀린 송 감독과 배우 유태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이 참석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데뷔작이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 '인연'이라는 복잡 미묘한 개념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섬세하게 포착한 깊이 있는 각본 등으로 극찬을 얻으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뤘다. 또 2월 20일 현재 전 세계 72관왕, 212개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 애플TV+ '더 모닝 쇼' 시즌 2, 3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와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유태오가 완벽한 케미스트리와 섬세한 멜로 연기를 보여준다.
이날 셀린 송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됐을 때 영광이었다. 특히 영화 데뷔작으로 노미네이트된 것이 꿈만 같고 영광이다. 신기하고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또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극찬을 얻은 것에 대해 "그 분들의 영화를 좋아하고 평생 보고 살았다. 너무 영광이다"라며 "직접 얘기도 할 수 있었다. 그 분들이 직접 얘기를 해주셨다. 정말 감사하고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태오 역시 연기에 대한 극찬에 대해 "과대평가가 된 상황인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배우는 연기했을 때 결과를 생각해서 연기를 하는 건 아니다. 감독님, 동료 배우와 호흡을 잘하고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또 유태오는 "처음 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인연이라는 요소가 서양 관객들에게 어필되고 이해하기 쉽겠다고 생각하며 읽었고 감동이었다"라며 "특히 마지막 인연을 전할 때 여운이 좋았다. 결과를 떠나서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 이 감수성이 느껴지지 않겠나 싶었다. 그 덕분에 이런 좋은 성과가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저에게는 인생을 바꿔주는 작품"이라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한 유태오는 "해성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인연이라는 불교 철학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했다. 그걸 믿고 해야 연기가 나온다 싶었다"라며 "제가 일을 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교과서적, 기술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맡아야 할 캐릭터에 인연을 접목시키게 된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커리어 면에서는 앞으로도 기회가 더 생기겠지만, 저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업이라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유태오가 언급한 대로 영화에선 '인연'의 의미를 거듭 설명한다. 셀린 송 감독은 "인연이라는 단어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사용했다"라며 "극에서도 인연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아는 사람이 설명하면서, 이를 보는 사람들도 의미를 알게 된다. 어느 나라에 가서 봐도 다 인연이라는 단어를 얘기하며 극장을 나온다. 이 감정을 전 세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거다. 많은 관객들이 인연이라는 단어를 매일 쓰며 얘기를 한다고 들었다"라고 '인연'이 주는 감정에 깊이 공감하는 관객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 영화는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어느 날 밤에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남편과 술을 함께 먹게 됐다. 두 사람이 서로 언어가 안 되니까 중간에서 해석을 해줬다"라며 "저의 역사, 스토리를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느낌이 특별해서 영화로 만들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제가 쓰고 만드는 작품을 보러 오는 것에서 의미가 있으려면 나만이 할 수 있다,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만들수 있다. 거기서 시작을 하게 됐다"라고 자전적 이야기의 작품을 만드는 이유를 밝혔다.
유태오 역시 해성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상황, 감정을 이입했다고 한다. 그는 "15년간 무명 생활을 지냈던 경험을 통해 해성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라며 "뭔가를 바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맺히는 한과 감수성. 그 안에서 느끼는 슬픔이 녹아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감성, 논리를 따라가야 하는지 선택해야 한다면 미련없이 마음을 따라가는 사람이다"라며 "저라면 20대에 중국 유학갈 돈을 미국 가는 것에 쏟아부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논리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하니까 실리콘벨리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게끔 했을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영화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담긴 엔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해성과 나영이 걷는 길이 타임라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 사람은 과거로 걸어갔다가, 해성은 차를 타고 과거로 간다. 나영은 서 있다가 반대 편으로 걸어가는데, 그 때 바람이 불어 치마를 과거로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나영은 현재를 걸어 집으로 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성이가 떠나는 차 안의 신 방향은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간다. 해성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해성으로 끝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어린 시절엔 나영이가 해성에게 기대 자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엔 어린 나영이 없다. 마음 안에 어린 나영이 있는 거다. 그래서 유태오 배우에게 '엄청 피곤하고 후련한 감정'을 말해줬다"라고 덧붙였다. 유태오는 당시 촬영을 떠올리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긴 타임라인은 나중에 알게 됐다. 뒤통수를 치는 천재적인 연출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감탄했다.
마지막으로 셀린 송 감독은 "이 영화는 누가 언제 보는 지에 따라 시각이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오픈한 마음으로 와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CJ ENM과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배급하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6일 개봉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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