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넷플릭스 영화 '황야'에 이어 두 번째 연출에 도전한 허명행 감독은 '범죄도시4' 개봉을 앞두고 굉장히 담담한 마음으로 기자들을 만났다. 예매율이 95%를 넘어섰음에도 아직 실감을 못하겠다는 솔직한 심경을 전한 그는 부담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도 최상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24일 개봉된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괴물형사 마석도의 통쾌한 액션과 특유의 유머를 바탕으로 3편까지 초대박을 친 대한민국 대표 프랜차이즈다. 한국영화 시리즈 사상 최초 누적 관객수 3천만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특히나 이번 4편은 무술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는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한국영화 시리즈 중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기대감을 더했다.
이에 개봉 전부터 시리즈 최고 사전 예매량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범죄도시4'는 개봉 첫날 82만 명을 동원하며 2024년&시리즈 최고 오프닝, 역대 한국영화 오프닝 TOP4 등의 압도적인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개봉 2일 만에 133만 명을 끌어모으며 올해 최단기간 100만 관객 동원을 이뤄냈다. 다음은 허명행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개봉 소감이 어떤가?
"처음이라 실감이 안 난다. 감사할 따름이다. 잘 된다는 것은 느끼지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이다. 시사회 때 지인이나 관계자들이 와서 잘 봤다는 얘기를 해서 들었지만, 일반 관객은 몰라서 피부로 못 느끼는 건 확실하다. 몰래 극장에 가서 볼까 생각하고 있다."
- 연출 의뢰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나?
"의뢰를 받은 것이 재작년 2월이었다. 그때는 '범죄도시' 1, 2편 개봉한 상태고 3편을 찍고 바로 4편을 찍어야 했다. 기쁘기도 했지만 저는 데뷔작인 '황야' 촬영할 때 얘기를 들었다. 같은 해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어리둥절함이 있었다."
- 제안받았을 때 고민을 하기도 했나? '황야' 촬영을 하고 연달아 '범죄도시4' 찍어야 해서 힘든 부분도 있었나?
"고민이나 부담은 없었다. 무술 감독을 할 때 동시에 여러 작품을 한다. 딥한 작품은 깊숙하게 참여하고, 시나리오 회의부터 한다. 이질감 있는 일은 아니었다. 과하다 싶으면 액션 시퀀스를 빼기도 했다. 싸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처음부터 회의하기도 해서, 물량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나중에 준비하면서는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하고,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를 많이 생각했다."
- 시리즈 중 4번째 작품인데, 이번에 연출하면서 전작과 달리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무겁게 찍고 싶었다. 제가 시나리오 처음부터 참여한 것이 아니라 초고 나온 후부터 같이했다. 캐릭터 구조에서 장이수의 등장 같은 건 나와 있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어둡게 할 수는 없었다. 형사들 부분은 케미, 팀워크, 동료애를 넣고 싶었다. 반면 빌런이 나올 때 누아르풍으로 무겁게 가는 걸 강조하고 싶어 신경을 썼다. 장이수는 성공한 사업가로 만들고 싶었다. 마석도에게 끌려가긴 하지만 '장이수 출세했네' 하는 것을 주고 싶었고, 장동철은 피터팬 콤플렉스가 있다. 프라모델로 할까 하다가 미술이나 의상으로 떠 있게 했다. 화려하고 공간의 색도 알록달록하다. 여기에 그림 설정을 했다. 초상화를 거는 자기애가 있다. 대사는 초등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들로 유치하게 했다. 집착을 표현하기 위해 톰브라운만 입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설정했다."
- 액션에서도 다르게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전편의 빌런이 악과 깡으로 싸우는데, 4편까지 그런 빌런이 나온다고 하면 변별력을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백창기를 특수요원 출신으로 설정해서 테크닉적으로 차별점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응징이지만, 붙었을 때 마석도가 힘겹게 만들면서 과정을 다르게 하고 싶었다. 캐릭터부터 다른 설정으로 잡았다. 김무열 배우는 스펙트럼이 넓어서 그간의 빌런들이 하지 않았던 기술적인 동작을 잘 소화해줬다. 그렇게 보는 재미를 넣었다. 백창기스럽게 하자는 마음으로 합을 만들었다. 중간의 액션은 마석도와의 마지막 결투까지 가기 위한 빌드업이다. 그보다 먼저 백창기와 대결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둘을 찢어놨다. 중간에 어정쩡하게 끝내거나 하면 뒷부분 기대가 안 된다. 마주치지 않고 엔딩에 몰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추가한 것은 마석도의 마음이다. 쓰러진 사람을 구하는 것이 먼저고, 백창기는 그걸 이용해 탈출한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느낌을 넣었다."
- 백창기의 비주얼을 일부러 평범하게 줬다고 했다. 어떤 효과를 주고 싶었나? 또 단도를 무기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용병 출신이라고 했을 때 전투화를 신고 밀리터리룩을 입는다는 식이면 일차원적이고 재미가 없고 더 설정 같았다. 용병은 과거이고 지금은 불법을 저지른다. 그래서 보여지는 룩의 형태가 평범하길 바랐다. 한국 들어올 때 비니 쓰고 코트를 입는다. 그걸 입혀보니까 묘하게 느껴지더라. '뭐 하는 사람이지? 정신이 이상한가?' 싶었다. 무표정하게 있는 게 좋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의상으로 멋을 내고 화려하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 백창기도 그런 것엔 관심이 없다. 사실 용병이라고 하면 총을 잘 다룬다. 하지만 우리나라 설정상도 그렇고 액션적으로 보이기 위해선 총보다 단검이 잘 어울려서 넣었다. 백창기는 말도 없다. 대사를 오히려 더 줄였다. 감정 표현도 안 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무섭다. '쟤 무슨 생각으로 있지?' 생각하게 되는 빌런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 관객들은 마석도가 빌런을 때려잡는 걸 기대하지만, 계속 그런 구성이라 지루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런 지점을 어떻게 해결하려 했나?
"당연히 그럴 수 있는데, 마석도가 린치를 당하는 신이 없었다. 하지만 2대1이니까 가능한 거다. 1대1이면, 마석도와 비슷한 체형의 거구가 나오지 않으면 만들기 어렵다. 치고받는 액션을 다른 편보다 많이 넣었다. 특정한 공간에서 둘이 협공을 하면 마석도가 밀리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특히 빌런이 무기를 얻으면 마석도가 고군분투하면서 어떻게 이걸 이겨낼지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다. 물론 마석도가 다 때려잡겠지만, '백창기가 이길 수도 있겠는데?'라고 하는 포인트를 주고 싶었다."
- 김무열 배우 말로는 디렉팅을 할 때 굉장히 명확하고 정확하게 한다고 하더라. 연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배우들의 동작 디테일을 많이 따져서 한다. 어떻게 찍어야 할지 머리에 새겨졌을 때 동작이 똑같아야 한다. 배우가 너무 자유롭게 연기하면 그 동작 연결이 안 된다. 그래서 배우들이 힘들 수 있는데, 잘하는 배우들은 알아서 그걸 잘 지켜서 한다.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하되 편집을 위해 그걸 지키는 분들이 좋다. 그게 틀어지면 다시 찍어야 한다. 촬영 시간의 단축을 위해 그런 부분을 신경 썼다."
- 그런 점에서 김무열 배우는 어땠나?
"너무나 스마트하다. 동작의 연결은 계산을 다 하고 해야 한다. 이 타이밍에 내가 목을 만졌는지 대부분의 주연 배우들은 다 알고 있는데 모르는 배우도 있다. 그러면 힘들 때가 있는데, 김무열 배우는 잘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