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하이브와 자사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 감사를 통해 배임 고발을 했고, 벼랑 끝에 몰린 민희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가 날 배신했다"고 날을 세웠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25일 어도어에 대한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대화록을 공개하며 "민 대표는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지시에 따라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화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고 부연했다.
어도어 경영진 3인의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다. 하이브는 "'글로벌 자금을 당겨와서 하이브랑 딜하자', '하이브가 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리티컬하게 어필하라', '하이브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하라' 등의 대화가 오갔고,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서 데리고 나간다' 등의 실행 계획도 담겼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 대표와 신모 VP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 직전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인사, 채용 등 주요한 회사 경영사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코치받아 이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무속인은 민 대표의 가까운 친족이 혼령으로 접신한 상태라며 민 대표와 카카오톡으로 경영 전반을 코치해왔다"는 입장문을 내고, 민희진의 주술 경영을 주장했다.
벼랑 끝에 몰린 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반격에 나섰다. 약 2시간20분 가량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정한 듯 모든 것을 쏟아냈고, 26일에는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거듭 전했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 "저는 경영권 찬탈을 계획하고, 의도하고 실행한 적이 없다"고 하이브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하이브가 공개한 문건 중 '하이브를 빠져나간다'라는 문건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메모라고 선을 그었다. 논란의 대화록은 "직장인의 푸념"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배임 고발에 대해서는 "희대의 촌극"이라고 표현했다. '뉴진스 베끼기' 등과 관련, 회사가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부 고발을 했더니, 하이브가 감사를 시작했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하이브가 주장한 주술경영 역시 부인했다.
민 대표는 "내가 하이브를 배신한 게 아니라 하이브가 날 배신한 것이다. 날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고 이제 와서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억울함을 표했고, "주식 못 받고 쫓겨나도 상관 없다. 난 명예가 중요한 사람이다"라고 호소했다. "개저씨들이 날 죽이겠다고"라며 비속어로 격한 감정도 드러냈다.
민 대표는 회사 내부의 갈등에 대해서도 낱낱이 폭로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의 갈등이 뉴진스 기획 단계부터 시작됐다고 말한 그는 "방 의장이 하이브 첫 걸그룹을 만들자고 제안한 약속과 달리 쏘스뮤직에서 하이브의 첫 번째 걸그룹 르세라핌을 냈다"고 했다. 또 "(르세라핌을 위해) 뉴진스 홍보를 막았다"고 했다. 르세라핌은 방시혁이 프로듀싱에 참여한 걸그룹으로, 뉴진스가 이 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것. 또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를 주장하며 "아일릿 멤버들을 비방하는 게 절대 아니다. 애들이 무슨 죄가 있냐. 어른이 문제다. 진짜 문제는 제작 포뮬러를 너무 모방했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 대표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지원 CEO(최고경영자)에 대해 이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 가운데는 방 의장이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라고 말한 대화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격화되는 갈등 속에서 뉴진스가 어떠한 제스처를 취할지도 궁금증이 컸던 상황.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의 현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뉴진스와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상상 그 이상의 관계다. 저희는 서로 위로를 주고 받는 상태"라고 단단한 유대감을 강조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당사는 모든 주장에 대하여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사임을 촉구했다.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진흙탕 폭로와 여론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실관계 여부를 낱낱이 따지기보단, 민 대표의 "마녀사냥 프레임"과 눈물 호소에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희진 대표가 비속어와 격한 막말이 오간 기자회견에 부정적 반응과 더불어, '사이다 캐릭터' '국힘 원탑' '민다르크'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그 일례다. 이번 사태의 알맹이가 부각되기보단, 민희진 대표의 캐릭터가 더 화제성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 때 입은 옷과 모자가 품절 사태가 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하이브도 난감해졌다. 멀티 레이블 체제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회사의 덩치가 빠르게 커진 만큼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민 대표의 폭로로 레이블 간 갈등도 수면 위로 올랐다. 이날 민 대표가 뉴진스와의 끈끈한 관계를 주장한 만큼, 뉴진스의 하이브 이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하이브의 주가는 5%대 폭락, 장중 20만원이 무너졌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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