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역시 변함없는 '첫사랑 아이콘'이자 '감성 장인'이다. 허광한이 선사하는 가슴 찡하고 뭉클한 '러브레터'가 다시 한번 설렘과 깊은 여운을 안긴다.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감독 후지이 미치히토)은 열여덟, 그때 대만에서 시작된 첫사랑을 찾아 일본으로 떠난 서른여섯 나의 여정을 그린 감성 로맨스 영화로, 대만 인기 여행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허광한은 18년 전 첫사랑의 추억을 남기고 떠난 아미를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남자 지미 역을, 키요하라 카야가 18년 전 대만 배낭여행 중 지미를 만나 첫사랑의 추억을 남기고 떠난 여자 아미 역을 맡아 설렘 가득한 로맨스 호흡을 보여준다.
대만에서 게임 회사를 운영하며 성공한 삶을 살던 36살인 지미는 모든 것을 잃고 지친 상태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던 중 아미로부터 받은 그림엽서를 발견한다. 첫사랑의 기억이 되살아난 그는 아미를 찾아 그녀가 나고 자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는 18살 지미가 아미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과 36살 지미가 아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18년 전 대만 타이난. 고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노래방 아르바이트를 하던 지미는 일본에서 온 4살 연상의 아미를 만난다. 아미는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지미가 일하던 노래방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첫 만남부터 천진난만한 아미에게 마음을 빼앗긴 지미는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키워간다. 그러나 아미가 돌연 귀국을 하게 되고, 지미는 아미와 풍등을 날리며 서로의 꿈을 이룬 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1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비로소 여행을 하게 된 지미는 도쿄부터 가마쿠라, 나가노, 니가타를 거쳐 아미의 고향 타다미에 도착한다.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만남을 거듭하던 지미는 아미의 고향에서 18년 전 진짜 아미의 마음을 알게 된다.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잔잔하다. 큰 사건이나 자극적인 요소 없이 일상 속 인물들이 형성하는 관계와 감정선에 집중한다. "여행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재미있는 거야"라는 대사처럼, 지미가 여행 중 만나는 인물들은 극 속 소소한 재미를 안긴다. 지미와 아미의 관계에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는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 '러브레터'를 떠올리게 하는 웅장한 설경은 그 자체로 큰 감동을 안긴다.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숨이 멎은 듯 감격한 표정을 짓는 허광한처럼, 관객들도 아름다운 영상미에 쑥 빨려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18년 전 지미와 아미가 대만에서 날린 풍등, 그리고 18년이 지나 지미가 일본에서 다시 날린 풍등신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러브레터' 뿐만 아니라 '슬램덩크'의 추억도 곱씹을 수 있어 반갑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18년 전 두고 온 청춘에 36세가 된 주인공이 안녕을 고하는 이야기"라고 '청춘 18X2 너에게 이어지는 길'을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청춘 18X2 너에게 이어지는 길'은 단순히 첫사랑의 추억을 넘어 여행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확인하는 기회를 선물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질 여행, 꿈을 향한 응원과 위로를 건넨다.
허광한과 키요하라 카야는 탄탄한 연기력과 남다른 호흡으로 설렘 유발 로맨스를 완성했다. 이미 '상견니', '여름날 우리' 등에서 '교복이 퍼스널컬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찰떡같이 고등학생 역할을 소화했던 허광한은 이번에도 풋풋하고 순수한 18살 소년의 매력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간지럽힌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쑥스러워 쭈뼛거리면서도 표정에 설렘과 기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허광한의 디테일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멍뭉미에 사랑의 감정이 가득 담은 눈빛은 왜 허광한이 '첫사랑 아이콘'이라 불리는지를 다시 한번 제대로 깨닫게 한다.
반면 36살이 된 지미는 과거보다 한층 성숙하고 차분해진 분위기로 아련하고 애틋한 감성을 선사한다. 흘러간 세월만큼 표현 방식과 말투가 한층 깊어지고 진중해졌다. 허광한의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담긴 내레이션도 극을 특별하게 만든다. 허광한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눈물 연기도 볼 수 있다. 후반부 지미가 아미의 진심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허광한은 입술까지 떨며 눈물을 쏟아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허광한의 명불허전 연기 내공을 재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일본의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키요하라 카야는 특유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며 아미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또 이자카야 주인 리우 역 장효전, 18세 여행자 코지 역 미치에다 슌스케, 넷 카페 알바생 유키코 역 쿠로키 하루, 아미의 어머니 유코 역 쿠로키 히토미 등도 역할에 딱 알맞은 연기로 힘을 보탰다.
5월 22일 개봉. 러닝타임 124분. 12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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