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토록 건실하고 바른 청년이 또 있을까. 모든 순간 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배우 박보검이다. 분명 힘든 순간,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을텐데, 그런 것마저도 기분 좋게 웃어 넘긴다. 말 한마디에 배려와 따뜻함이 가득하고, 얼굴 위 미소까지 다정하다. 왜 그렇게 다들 '박보검, 박보검' 하는지 제대로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원더랜드'를 시작으로 향후 공개될 '폭싹 속았수다', 그리고 촬영 중인 '굿보이'까지, 박보검의 열정과 노력, 애정으로 탐스럽게 맺힐 열매를 함께 기다리고 싶어진다.
5일 개봉된 '원더랜드'(감독 김태용)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가족의 탄생', '만추' 등 탄탄하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평단과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으로,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탕웨이와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공유 등이 열연했다.
박보검은 의식불명에서 깨어난 후 다시 마주하게 된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운 남자 태주 역을 맡아 정인 역 수지와 연인 호흡을 맞췄다. 정인은 사고로 오랜 시간 의식불명 상태인 남자친구 태주를 그리워하며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 AI 태주를 만든다.
그런 가운데 태주는 기적처럼 눈을 뜨지만, 뇌 손상으로 예전 같지 않은 자기 자신까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낯선 모든 것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태주지만, 사소한 것들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1인 2역을 맡은 박보검은 '원더랜드' 속 설계된 인공지능 태주의 밝고 따뜻한 모습부터 의식불명에서 깨어나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워 움츠러든 현실의 태주까지, 한 인물이 가진 양면성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스윗하고 완벽한 남자친구와 요동치는 감정 속 처연한 눈빛과 표정의 현실 태주를 넘나들며 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여기에 작사에 참여하고 수지와 함께 한 듀엣송으로 달콤함까지 선사했다. 다음은 박보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촬영한 지가 굉장히 오래됐고, 중간에 MC로 만나기는 했지만 개봉 앞두고 홍보하면서 수지 배우를 다시 만났을 때 서로 좀 달라졌다, 성장했다 느끼는 점도 있었나?
"수지 씨도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하면서 더 멋진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그 시간의 흐름을 같이 지켜본 것 같은 느낌이라서 "멋지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기도 했다. 저도 촬영하고 바로 입대를 하다 보니까 입대하고 홍보를 많이 했다. "나 수지 씨, 공유 선배님, 정유미 선배님과 영화 찍었어"라고. 그러다 선배님들 작품이 하나씩 개봉되고 하니 "언제 나오냐"라고 묻고 저는 "이제 곧 나올 거야"라고 하곤 했다. '서복'은 입대 후라 홍보를 같이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더랜드'는 다 같이 홍보를 하고 싶었다. 레드카펫, 무대인사에서 팬분들에게 인사하고 싶고 "우리 이렇게 영화 만들었어요. 진짜 열심히 촬영했어요"라고 하고 싶었다. 이번에 이렇게 할 수 있게 되어서 즐겁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평소에도 영상통화나 연락을 잘하는 편인가?
"영상통화도 전화도 좋아하는 편이다. 문자나 카톡도 자주 하지만, 친한 관계이면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가족과의 관계도 건강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편이다. 막내라 애교 있게 한다.(미소)"
- 어떻게 보면 AI 태주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닮은 점이 있다. 밝고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 그렇다. 그 에너지가 120%인 모습들도 포함이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 죽을 고비를 넘기고 깨어난 태주의 변화를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도 궁금하다.
"만약 진짜 죽다가 다시 살아나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내가 느끼기에도 이전과 다른 나인 걸 알고 있는데 '뭐가 다른 거지? 근데 나 잘하고 있는 건가?' 싶은 거다. 시간의 흐름이 많이 튄 것 같다고들 하는데 그게 맞다. 영화 속에서 많은 사람의 얘기를 다 담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씩 그 부분이 채워지지 않았다. 태주가 정인이와 그래도 잘 지내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려 한다. 또 머리 잘랐다고 표현하며 어떠냐고 묻는다. 시간의 점프가 좀 있다. 그래도 머리 스타일이 달라지고 이전보다 혈색이 돌아오고 건강을 찾으려 노력하는 편이었는데 그게 좀 피곤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이상하게 보이는 지점이 확실히 많았고, 예민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모든 것에 민감하게 반응은 하지만, 그게 또 반응이 빠르지 않은 태주를 표현하려고 한 거다. 정인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정인을 위한 것이 아닌 걸 수도 있겠다는 것이 느껴지긴 했다. 왜냐면 파티를 하자고 했던 장면도 정인이가 건강한 태주로 다시 돌아와서 사람들 모아서 같이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고 하자고 한 건데 태주는 그 이야기만 기억했다가 '나도 정인이를 기쁘게 해줘야지'라며 행동한 거다. 정인의 입장에선 그게 아닌 거지 않나. 그런 감정들이 보였다면 감독님이 원하신 대로 잘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인이와 태주 사이 메워지지 않는 부분들에 있어서 감독님이 많이 열려 있으셨다. 제 생각을 물어보시면 저는 이럴 것 같다고 얘기하면서 만들어갔다."
- 수지 배우가 SNS에 올린 신청서엔 바나나우유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영화엔 없다. 혹시 태주에 대해서 이건 좀 알아줬으면 한다,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나?
"바나나우유는 정인의 입장에서 수지 씨가 상상하고 분석해서 작성한 거로 안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나오지 않는다. 바이린은 딥러닝을 통해 자신의 딸을 찾으려 그 상황들을 바꾸려 한다. 그런데 그게 AI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로 표현이 된다. 무성 선배님이 계신 곳에 갑자기 태풍이 온다거나 태주가 있는 곳에서도 갑자기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태주가 "나 집에 간다"라고 하고 떨어진다. 저는 그 표현에 되게 많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 태주가 다시 돌아와 정인이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라는 의미에서의 표현일 수도 있고, '원더랜드' 속 태주 입장에선 그 안이 본인의 집인 거다. AI 태주도 바이리의 딥러닝을 통해 이제 다 알게 됐을 거라고 저는 생각했다. 현실 태주가 돌아왔고, 집에 간다는 의미가 "정인아, 집에 가. 난 '원더랜드'에 계속 있을 테니까 언제든 나 보고 싶으면 다시 찾아와"라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더랜드'의 슬로건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습니다'니까."
- 탕웨이 배우가 박보검, 수지 배우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면서 "얼굴만 봐도 재미있다"라며 칭찬을 엄청 했다. 탕웨이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선배님과 더 많은 장면을 연기하고 싶었지만 만나 뵐 수 있는 장면이 없었다. 전화통화로 만난 장면에선 선배님이 현장에 오셔서 함께 연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더더욱 실감 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현장에서 정말 잘 챙겨주시는 누나다. 건강 잘 챙기라며 중국에서 유명한 보약을 보내주시고, 티셔츠 단체복도 맞춰주셨다. 그래서 저에게는 되게 즐거웠던 현장이었다. 선배님과 연기를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탕웨이 배우가 연기한 바이리 에피소드를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는 어땠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구현된 AI는 딥러닝의 과정에서 애틋함까지 닮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래서 아마 많은 분이 엄마와 딸, 세 모녀의 이야기에 공감도 많이 되실 것 같고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영향을 통해 태주와 정인이 다시 만나게 되는 연결고리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 '원더랜드' 뿐만 아니라 촬영해 놓은 '폭싹 속았수다'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또 다른 JTBC 드라마 '굿보이'를 촬영하고 있다. 배우들이 작품을 쭉 찍기만 하고 공개가 되지 않을 때 답답함, 불안함을 느낀다고 하던데 보검 배우는 어떤지 궁금하다.
"저는 기대감과 기다림이 더 큰 편이다. 그 당시 열심히, 땀 흘리면서 촬영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사실 더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기도 하다. 하지만 배우들보다 수많은 제작진이 준비하는 과정을 다 알고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명작으로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원더랜드'는 전역 후에 공개가 되어 이렇게 홍보 촬영도 하고 기자간담회로 인사를 드리고 인터뷰도 하면서 영화의 뒷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폭싹 속았수다'도 열심히 촬영했다. 따듯한 이야기다. 세대,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온기가 잘 전해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임상춘 작가님, 김원석 감독님, 그리고 아이유 씨와 같이 촬영해서 영광이었고 행복했던 작업이었다. 그래서 많이 기다려진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 '굿보이'는 만화책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사회적으로 던져주는 메시지도 있는 작품이다. 제가 심나연 감독님 연출을 좋아한다. '괴물'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촬영을 재미있게 하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액션을 할 수 없었는데 복싱을 처음 배웠다. 복싱 선수인 제 모습이 낯설면서도 '내가 뭔가를 배워가면서 도전하고 있다'라는 희열감, 행복함이 있다.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원더랜드'를 시작으로 드라마, 예능(JTBC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이 계속 공개가 되니 지금부터 앞으로 걸어갈 시간들이 기대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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