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올해 연예계에 가장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은 '트바로티'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받던 김호중의 음주운전 뺑소니다. 과거 음주운전을 한 수많은 스타들이 큰 실망을 자아냈지만, 김호중은 그야말로 '역대급' 사고를 쳤다. 음주운전 뺑소니 뿐만 아니라 거짓말과 사고 은폐로 파문을 일으켰고, 무리수 공연 강행으로 대중을 경악케 했다. 결국 김호중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로 서울 구치소에 수감돼 조사를 받았으며,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 뺑소니·바꿔치기·유흥업소…김호중, 거짓말로 일 키웠다
"죄가 죄를 부르고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았다."
김호중은 수많은 거짓말이 밝혀지자, 결국 음주운전을 시인하며 이같은 입장을 냈다. 음주운전 사고 후 김호중은 계속된 거짓 해명으로 일을 키웠고, 혐의는 더 늘었다.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승용차 운전 중 마주보던 택시를 들이받은 뒤 달아났다. 사고 후 현장을 벗어난 김호중은 소속사 직원과 통화한 뒤 경기도의 한 호텔로 이동했고, 사고 발생 약 2시간 뒤 김호중과 옷을 바꿔입은 매니저가 경찰서를 찾아 본인이 사고를 냈다며 자수했다. 김호중은 술이 깰 때까지 경찰 연락을 무시하다 17시간 만에 나타나 음주운전을 부인했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의 대처도 논란이 됐다. 소속사는 바꿔치기 의혹이 불거지자 "김 씨(김호중)가 유흥주점에 갔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매니저에게 대리출석을 지시한 사람은 김 씨가 아닌 소속사 대표"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당시 김호중과 생각엔터테인먼트 임직원들이 매니저의 자수를 종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김호중이 사고 당시 공황상태였고 자신이 매니저의 대리출석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훼손 의혹과 관련해서는 '매니저가 뺀 것'이라고 했다가 이후에는 "삼켰다"고 진술을 바꿨다. 김호중의 음주운전을 철저히 부인하고,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한' 해명에 급급했다.
이후 김호중이 사고 직전 이른바 '텐프로'로 불리는 고급 유흥주점에 출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귀가한 사실이 전해지자 소속사는 또다시 "유흥업소에 방문한 뒤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지는 않았다"고 했으나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결국 김호중은 열흘 만에 음주를 시인했으나, 음주량을 놓고도 거짓 논란이 일었다. 김호중은 "술을 마시긴 했지만, 만취할 정도로 마시지는 않았으며 음주 도중 틈틈이 녹차와 같은 음료를 섞어 마셨다"고 주장했다. 김호중은 경찰 진술에서 "소주 10잔 정도"라고 했지만, 술자리에 동석한 유흥주점 종업원들은 "소주 3~4병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무리수 공연 강행→"경찰 인권침해" 주장…최악의 대처
지금까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스타들은 '사과'와 '자숙'이 먼저였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활동도 중단했다. 김호중은 달랐다. 거짓말 일관은 물론 무리수 활동을 강행했고,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았다.
김호중은 운전자 바꿔치기와 음주운전 의혹을 받던 18일 창원에서 콘서트를 진행했다. 창원 공연을 마친 뒤에야 "저는 음주운전을 했다"며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음주운전을 인정했지만, 공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인 5월 23일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공연도 강행했다. 다음날 공연도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영장실질심사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무대에 서지 못했다.
최악의 거짓말 후 반성하는 모양새도 없었다. '도둑 출석'으로 경찰에 출석했고, 귀가길에도 경찰, 언론과 '기싸움'을 했다.
김호중은 지난달 21일 강남경찰서 출석 당시 취재진이 있는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카메라를 피해 지하주차장을 통해 경찰로 향했다. 이날 오후 5시께 경찰 조사가 끝났지만 포토라인에 서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오후 10시 30분께까지 강남경찰서 내에서 버텼다. 결국 경찰과 변호인이 설득한 끝에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죄 지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나. 죄송하다"라며 급히 자리를 떴다. 무대 위에서 그토록 당당하던 '트바로티' 김호중의 초라한 뒷모습이었다.
그마저도 억울했던 걸까. 김호중은 경찰 수사 중 취재진에 노출돼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와 관련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건 관계자 대부분 정문으로 나간다"고 비판했다.
◇ 구치소로 간 김호중, 방송 영구 퇴출→소속사는 폐업 수순
법원은 지난달 24일 김호중과 이광득 대표, 전모 본부장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호중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호중은 서울강남경찰서 유치장에서 조사를 받다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상태다. 김호중의 구속 기한은 지난 9일 만료를 앞뒀으나, 검찰의 구속 기한 연장 신청으로 19일까지 늘어났고, 지난 18일 구속기소 됐다. 김호중이 사고 발생 후 35일만인 지난 13일 피해자인 택시운전사와 합의했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김호중과 소속사는 미숙한 행동에 대한 죗값을 치르고 있다. 김호중은 사실상 방송사에서 영구 퇴출됐고, 소속사는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방송사들은 일제히 김호중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다시보기 등을 삭제, 그의 흔적을 지웠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범죄자 가수 김호중을 영구 퇴출 시키라'는 청원에 수 천명이 동의했다. KBS는 김호중에 대한 한시적 방송출연정지를 결정하면서 "추후 재판 결과에 따라 재심의를 통해 규제 수준은 강화되거나 해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팬들은 "세기에 한 번 나올까 하는 천재적 목소리"라며 상반되는 청원글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소속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김호중을 비호하던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들에 피해를 고스란히 안겼다.
생각엔터는 지난달 27일 "이번 사건 관련 임직원 전원 퇴사 및 대표이사직 변경을 결정했다. 당사는 향후 매니지먼트 사업의 지속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18일 만에 폐업을 언급한 것.
지난 2일 가수 홍지윤을 시작으로 가수 영기, 정다경, 강예슬, 금잔디와 배우 손호준이 전속계약 종료를 공식화했다. 배우 김광규와 김승현, 개그맨 김원효, 스포테이너 이동국, 봉중근 등도 생각엔터 소속 프로필에서 사라졌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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