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홍예지가 두 번째 사극 '세자가 사라졌다'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주연 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연달아 두 작품을 이끌다 보니 분명 부담감이 컸을텐데도, 자신을 향한 의아함을 확신으로 바꾸는 건 본인이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며 긍정 에너지와 열의를 뿜어냈다. 그리고 수호와의 로맨스를 응원해준 시청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 16일 20부작으로 종영된 MBN 주말 미니시리즈 '세자가 사라졌다'(극본 박철, 김지수/연출 김진만, 김상훈)는 왕세자가 세자빈이 될 여인에게 보쌈 당하면서 벌어지는 조선판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다.
홍예지는 최명윤 역을 맡아 세자 이건 역 수호, 도성 대군 역 김민규, 아버지 최상록 역 김주헌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최명윤은 의술과 무예에 능한 조선시대 상여자일뿐만 아니라 집안에서 정해준 삶을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인물이다. 홍예지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명윤이 성장과 로맨스를 탄탄하게 그려내 호평을 이끌었다.
2002년생인 홍예지는 엠넷 '프로듀스48' 참가자로 이름을 알린 후 2022년 개봉된 '이공삼칠' 주연으로 배우 데뷔했다. 올해 KBS 드라마 '환상연가'에서 연월 역을 맡아 박지훈과 호흡했으며, 곧바로 '세자가 사라졌다' 여주인공까지 꿰차며 주연 배우 입지를 굳혔다. 다음은 홍예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드라마 종영 소감이 어떤가?
"작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촬영했다. 촬영 중에 방송이 되어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면서 했다. 그래서 그런지 각별하기도 하고,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더 큰 것 같다."
- 엄청 추울 때 촬영을 했다. 사극이다 보니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제가 여름 사극을 한 번 해봤는데, 여름보다 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겨울 사극도 정말 힘들더라. 여름은 모기와의 사투 때문인 건데 겨울엔 입이 얼어서 힘들었다. 또 여자 한복이 안에 껴입을 수 없어서 거의 맨몸으로 버텼다. 너무 춥다 보니 조명도 꺼지더라. 추운데 밤에 도망 다니는 것도 많아서 좀 고생을 했다."
- 전작인 '환상연가'가 사극이긴 했지만 이번엔 20부작이기도 하고, 극 안에서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은 역할이었다. 어떤 준비를 했나?
"전 작품에서 많은 것을 배워서 도움이 됐다. 명윤이의 감정선에 집중하려고 했다. 명윤이는 엄청 밝고 말괄량이 캐릭터였다가 가면 갈수록 철이 들고 성장하는 것을 보여준다. 또 캐릭터마다 태도를 좀 다르게 하려고 했다. 명윤이가 유교 사상 안에서 사는 친구이지만 그 틀을 계속 깨려고 한다. 이질적이진 않지만 그 틀을 깨는 것을 신경 썼다."
- 본인과는 닮은 점이 있나?
"저와는 상반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명윤이는 속으로 얘기하는 것이 거의 없고 밖으로 뱉어내는데 그것이 저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명윤이가 부럽기도 하다. 또 명윤이는 자기 생각을 오목조목 얘기할 줄 아는 친구다."
- 그럼 홍예지 배우는 어떤 편인가?
"저는 조용히 나서긴 한다. 반장을 했다. 왁자지껄하게 나서거나 앞에서 일을 도모하지는 않는다. 열 개 생각하면 하나 정도 뱉는 것 같다."
- 명윤이를 연기하면서 추위 외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명윤이가 아버지의 비밀을 늦게 안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를 다 알고 있어서 어떻게 아버지를 다르게 대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명윤이는 비밀을 알고 나서도 '그럼에도 아버지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앞과 뒤를 어떻게 다르게 할까 고민이 됐다. 명윤이가 큰 사건을 많이 겪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하니까 그걸 연기하는 저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감정의 극치를 표현하는 것이 시원하지만 힘들기도 했다."
- 영향을 받았다는 건 실생활에서 영향이 있었다는 말인가?
"아버지의 비밀을 다 알고 아버지와 얘기하며 울분을 토하는데 이미 나는 화를 내고 울고 있는데도 더 울고 싶고 화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신이 끝나고 나서도 너무 답답했다. 아버지에게 할 말을 다 했지만 어딘가 갇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걸 촬영하던 주에는 다운이 되더라."
- 다른 작품을 했을 때도 그런 경험을 했나? 아니면 명윤이를 연기하면서 처음 경험한 건가? 그리고 극복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
"작품마다 영향을 받긴 하는데 특히 우울한 장면이 나오면 그렇게 되는 편이다. 처음엔 떨쳐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럴수록 공허하더라. 그래서 이 감정이 다 소모될 때까지 좀 기다리는 편이다."
- 김진만 감독님은 어떤 디렉션을 해줬나?
"정말 중요한 신이 있을 때는 항상 옆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B팀에서 감정 연기를 할 때는 전화를 해서 "이런 느낌을 생각하는데 어떠냐"고 물어봐 주시는데 그러면 저도 편하게 의견을 낼 수 있었다. 처음과 마지막 에너지가 다르지 않게 유지를 해주셨다. 그 열정을 보면서 많이 행복했던 것 같다. 배우들끼리 했던 말이 "감독님이 분위기 메이커다"였다. 밝은 에너지와 진중한 에너지를 함께 주셨다."
-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했나?
"감독님이 자주 얘기하시던 단어가 '생명존중사상'이다. 명윤이는 생명을 존중하는 사상이 있다. 왕이 어떤 걸 원하는지 물어보는 장면에서 의원을 차리고 싶다는 말을 한다. 더 큰 걸 바랄 수도 있는데 정말 환자들만 생각한다. 결말에 대비(명세빈 분)의 아이를 키우게 되는데, 그 또한 모든 생명을 다 보살피는 것이라 이 단어가 명윤이에게 딱 맞는 것 같다."
- 아버지인 최상록이 딸 명윤에게 너무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화가 많이 나기도 했다. 연기할 때는 어떤 감정이었나?
"저는 사실 연기하는 내내 아버지가 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송 후 이런 반응에 좀 당황하기도 했다. 제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저를 굉장히 사랑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봤을 땐 너무 다르구나 했다. 제가 없을 때 제 얘기를 꺼내면서 "이렇게 해야 명윤이가 산다"라고 말한다. 저에겐 일부러 티를 내지 않았지만 그런 점에서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 김주헌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주헌 선배님과 연기 할 때마다 정말 제가 느낄 수 있던 감정 이상을 경험하게 되고 둘만 남겨진 느낌이 자주 들었다. 그래서 선배님과 연기하는 날만 엄청 기다렸다. 또 오늘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기대가 많이 됐었다. 선배님께선 역할과 다르게 모든 배우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시고 챙겨주신다. 많은 정이 쌓였다. 아버지로서 정도 많이 쌓이고 배우로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카메라가 선배님을 향하고 있지 않아도 100%로 연기를 해주셔서 저도 감정을 끌어내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
"처음에 충격받았던 건 '최상록 딸이 맞냐'였다. 저는 연기하면서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싶어서 충격적이었다. 또 '건명 커플'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로맨스가 잘 보였나 싶어서 뿌듯하고 기분도 좋았다."
- 결말은 만족하나?
"사실 저는 이건에게 좀 미안하다. 역적의 딸이라서 왕위를 선위해야 했다. 결국 도성 대군에게 하는데, 그렇게 모든 지위를 버리고 살 만큼 내가 괜찮은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다. 하지만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
- 다행히 '세자가 사라졌다' 후반 시청률이 계속 올랐다. 그런 점에서 기쁘기도 했을 것 같다. 반면 경력에 비해 주연을 빨리 맡다 보니 생기는 부담감도 있었나?
"작품 들어갈 때부터 이 작품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감사한데, 배우들끼리도 '잘 될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하곤 했다. 우리가 얘기한 대로 조금씩 잘 되고 있어서 뿌듯했다. 제가 출연한 작품마다 저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아해하실 수도 있어서 부담되기도 했는데 그 의아함을 확신으로 바꾸는 건 제가 제대로 연구해서 보여드리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부담감이 저에겐 좋은 작용을 하고 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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