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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탈주' 구교환이 상상한 10년 후 "연상호 감독과 팟캐스트할 듯"


(인터뷰)배우 구교환, 영화 '탈주' 북한 장교 리현상 役 강렬 변신
"스태프, 배우들이 만들어준 분위기" 겸손 또 겸손
"이제훈, 캐스팅 보드에 있는 배우…멀리서나 연기할 때나 똑같은 것이 매력"
"감독 차기작 준비 중, 하나의 놀이…기대 안하고 있으면 선물처럼 짠!"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구교환의 매력은 '날 것'이다. 자유분방하고 위트가 넘친다. 그래서 늘 예상을 뛰어넘는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하는데, 그게 오히려 참 좋다. 뻔하지 않은데, 그 안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가득하다. 겸손함도 잃지 않는다. 그래서 구교환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기분 좋은 설렘이 묻어난다. 배우로도, 사람으로도 오래도록 보고 싶고, 앞으로도 많이 궁금해 할 '믿보배' 구교환이다.

오는 7월 3일 개봉되는 '탈주'(감독 이종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 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배우 구교환이 영화 '탈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비무장지대, 철책 반대편의 삶을 향해 생사의 선을 넘어 질주하는 북한군 병사 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북한 보위부 장교 현상 사이에 벌어지는 숨가쁜 추격을 그려냈다. 구교환은 북한 보위부 소좌 리현상 역을 맡아 규남 역 이제훈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현상은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유능한 장교의 삶을 살고 있다. 탈주병 발생에 대한 상황 파악을 위해 규남의 부대로 온 그는 어린 시절 알고 지낸 규남을 보호해 준다. 허나 규남의 진짜 탈주가 시작되자 자신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기를 쓰고 추격한다. 구교환은 보위부 장교의 위압적인 존재감과 어릴 적 알던 형의 다정함, 집요하고 무자비한 추격자의 모습을 자유롭게 오가며 깊이감 있는 연기 내공을 뽐냈다. 다음은 구교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현상은 첫 등장부터 인상적이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 위에 군림한다는 아우라가 보였다. 이 때문에 '연기가 피지컬을 이겼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강력함이 있었는데 첫 등장에서 신경을 썼던 것이 있었나?

"그 장면을 그렇게 봐주셨다면, 제가 등장하기 전 무드, 연출, 동료 배우들이 조성해준 분위기 덕분인 거다. 카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온다고 했을 때 대놓고 '킹'이 나온다. 그런 디자인이 잘 되어 있다. 많은 분이 만들어 준 것이 대부분이다. 저는 장면 안에서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립밤 바르는 것도 콘티대로 정확하게 찍었다. 현상의 첫 등장에서 중요한 단어는 '뻔뻔함'이다."

배우 구교환이 영화 '탈주'에서 현상 역을 맡아 열연을 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현상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하려고 했나?

"처음엔 가장 심플하게 '규남을 막아라'가 뼈대였다. 현상은 장애물이 되어야 되는 인물이다. 성공을 이뤘을 때도 마치 그 장면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다시 등장한다. 제가 해야 하는 기능적인 요소고 가장 큰 미션이다. 그 다음은 감정이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억지로 맞추는 건 아닌데 어떤 장면에서는 규남을 꼭 잡고 싶어 하고, 어떤 때는 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쏘지 않기도 한다. 이게 사실 안 붙는 건데 영화 속에서는 붙는다. 그래서 재미있는 인물이다."

- 이제훈 배우와 연기를 할 때 쾌감을 느낀 점이 있나?

"규남이 능청, 넉살을 부리면서 연기할 때가 있다. 저 사람의 지금 마음 안에는 얼마나 큰 공포와 두려움이 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응원하게 된다. 안경을 쓰면서 얘기할 때 위트있는 대사인데 안에서는 어떤 장면보다 질주하는 거다. 밤에 달리는 것도 그랬지만, 규남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버티는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 그렇게 안에 있는 다른 감정이 보일 때 관객으로서의 쾌감이 있다."

- 생일 축하 선물을 줄 때 두 사람의 관계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프리퀄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제가 인물에 다가갈 때 작업 방식 중 하나인데, 시리즈물에서 3탄, 4탄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 인물이 저에게 풍성해진다. 혼자 그려본다. 프리퀄보다는 여기까지가 좋은 것 같다. 혹시 '러브레터' 좋아하시나? 앞에 후지이 이츠키의 젊은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더 좋다. 각자 후지이 이츠키를 추억한다. 저는 관객의 목소리로 남기고 싶다.

- 현장에서 굉장히 자유로운 배우로 유명한데, 이번엔 애드리브가 많지 않았던 건가?

"콘티 기반의 연기였다. 현장 와서 블로킹이나 감정이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애드리브 같은 건 잘 말씀드려서 약속을 한다. 물론 작품마다 그려야 되는 방식이 달라서 다가가는 방법도 달라진다. 리현상 같은 경우엔 텍스트에 충실해서 잘 표현하자는 마음이었다."

배우 구교환이 영화 '탈주'에서 현상 역을 맡아 열연을 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현상은 립밤이나 핸드크림을 바르는 장면도 그렇고 다음에 뭘 할지 몰라 궁금해지고 긴장감을 형성한다. 그런 지점에 대해 생각한 것이 있나?

"진짜 겸손을 떠는 게 아니라 의상과 촬영 팀이 도와주고, 헤어, 분장팀이 도와준 거다. 그렇게 있으면 딱 그 인물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행동도 그렇게 나온다. 립밤을 바르면 또 그렇게 된다. 같이 만든다. 그래서 제가 이 작업을 좋아한다.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현상은 그 스타일이 되면 성격이 나오게 된다. 핸드크림을 바르며 보습에 신경 쓰고, 머리 가르마는 항상 반듯하고 계속 옷을 정리한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그 뒤에 숨고 싶은 것 같다. 자기감정을 쉽게 보여주는 걸 원치 않는다고 생각했다."

- 피아노 신은 어떻게 촬영했나?

"5초는 잘 친다. 현상이 가장 액티브한 시기다. 하지만 예전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아서 마지막에 표정이 안 좋다. 연주 끝나고 나서 만족스럽지 못하고, 실력도 예전 같지 않아서 그런 표정을 짓는다."

- 이제훈 배우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고 했는데, 이후에 같이 작업할 생각도 있나?

"이제훈 배우는 제 캐스팅 보드에 계신 배우다. 하지만 제가 원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멀리서 지켜볼 때랑 같이 연기할 때가 똑같은 배우다. 사실 그게 어려운 일이다. 그 사람에게 이런 매력을 느꼈는데, 가까이서 들여다봐도 매력이 똑같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이제훈 배우도 구교환 연출, 배우 이제훈으로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식 제안은 아니라도, 이 부분에 대해 서로 얘기를 한 적이 있나?

"캐스팅 제안은 완전해져야 할 수 있다. 저는 설레발 치고 싶지 않다. 생각보다 입이 무거운 사람이다. 따로 얘기를 한 건 없다. 텍스트가 있어도 여러 요소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다 맞았을 때 할 수 있다고 본다. 혼자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배우 구교환과 이제훈이 영화 '탈주'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평범한 캐릭터도 구교환 배우가 하면 독특하고 평범해지지 않는 듯하다. 배우 입장에서 이것이 연기할 때 방해가 되는 순간도 있나?

"없다. 우리가 음성 녹음을 하면 내 목소리가 이상해서 지우고 다시 녹음하고 그럴 때가 있지 않나. 하드웨어를 잘 마주하려고 하지 않는다.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굉장히 쑥스럽다. 준비나 모니터가 필요할 때는 하는데, 그 외에 감독님이 오케이 하거나 완성이 됐으면 그냥 두는 편이다."

- 구교환 감독의 작품이 곧 나온다는 것에 대한 기대도 크다.

"기대하시면 안 된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작업의 연장선이다. '메기' 같은 거다. 시나리오 수정 중이고, 올해 안에 크랭크인을 할 생각이다. 저에게는 큰 작업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 같은 거다. 그래서 기대하지 말아달라. 그러면 선물처럼 나타나겠다."

- 정말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선택받아 작품을 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기를 좋아하고 현장을 재미있어한다."

- 캐릭터에서 잘 빠져나오는 편인가?

"확확 빠져나온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어떤 장면은 저에게 추억 같다. 제 필모그래피는 일기 같은 거다. '탈주' 찍을 때 '내가 군산에서 맛있는, 불맛 나는 짜장면을 먹었지'라고 생각하고, 그 계절도 기억난다. 작품도 추억이지만 저도 추억하게 되니까 앨범 같고 움직이는 그림일기 같다. 작품으로도 그렇지만 저에게 많이 남는다. 제일 많이 남는 건 그때 먹었던 것이다."

- '탈주' 찍을 땐 어떤 걸 먹었나?

"짜장면과 짬뽕이다. 빵집도 찾아다닌다. 뛰는 거, 걷는 거 좋아하는데, 달리면서 뭐 먹을지 스윽 본다. 로컬 맛집이 많은데 사실 리뷰보다는 직관적으로 들어간다. 맛집 아우라가 있다. 저는 먹기 위해 운동한다."

배우 구교환이 영화 '탈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작품 선택 기준이 따로 있나?

"상대 배우일 때도 있고 연출자일 때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소재일 때도 있다. '기생수'는 원작을 너무 좋아했다. 연상호 감독님과 작업하면 즐겁다. 또 한 장면이 좋으면 그 영화의 모든 단점이 사라진다. 물론 단점이 존재하지도 않지만, 하나 꽂히면 좋아하는 편이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탈주'에서 꽂힌 장면이 있다면?

"하나를 꼽기가 힘들다. 매번 바뀐다. 제 장면이 아닌 걸 생각한다면 규남이 연기하는 장면이다. 본인을 숨기는 것이 슬퍼서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현상은 전반과 후반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감정적으로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 있었을 것 같다.

"갈수록 옷도, 머리도 흐트러진다. 마음도. 그게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시작의 얼굴과 마지막의 얼굴이 달랐으면 하는 거다. 그러면 인물의 얼굴이 왜 변해있는지 궁금하다. 현상은 제가 처음 봤던 등장의 얼굴과 엔딩의 얼굴이 달랐다.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 구교환의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 것 같나?

"저도 궁금하다. 10년 후 진짜 재미있는 팟캐스트를 하고 있을 것 같다. 배우도 하고 연출도 할 거다. 팟캐스트 이름은 '충무로 깔깔깔'로 하면 어떨까.(웃음) 2MC로 할 건데 한 명은 정해져 있다. 연상호 감독님이다.(웃음)"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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