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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젠틀맨스 가이드' 고자극 도파민 팡팡…뮤지컬계 마라탕후루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고자극이 넘쳐나는 시대라지만, 150분동안 무려 아홉명의 인물이 죽어나가는 작품이 있다. 상상조차 어려운 설정. 그렇지만 '젠틀맨스 가이드'는 도파민 터지는 자극적 소재도 재기발랄한 설정과 황당무계한 전개로 웃음을 유발한다. 자극적인데 끌리고, 웃음과 긴장이 공존하는 이것이야 말로 단짠단짠의 전형이다. 뮤지컬계 마라탕후루로 인정한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기획 제작 쇼노트)은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가문의 백작 자리에 오르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보다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예측 불가한 구성으로 그려낸 뮤지컬 코미디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진=쇼노트 ]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진=쇼노트 ]

'젠틀맨스 가이드'의 주인공은 몬티 나바로지만 공연의 진정한 주역은 1인9역을 소화하는 다이스퀴스다.

다이스퀴스로 무대에 오른 안세하는 무려 9명의 인물을 쉴틈없이 완벽하게 표현한다. 딕션도 가창력도 완벽하다. 연기만렙답게 팔색조 연기력으로 은행장부터 성직자, 백작, 심지어 동성애자와 50대 중년여성까지 그려낸다. 그의 등장마다 객석은 들썩인다. 퀵체인지로 의상과 가발을 바꿔입고 등장하는 그는 때론 "5초만 쉬어도 되겠냐"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다이스퀴스 역을 맡은 정문성 정상훈 이규형 안세하는 퀵체인지를 안무처럼 따로 연습을 해왔다고.의상은 물론 미용에 이르기까지 빠르면 15초, 길어도 20초 안에 갈아입어야 하는 극한 직업이지만 다이스퀴스 만큼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역할도 없다. 관객들은 다이스퀴스의 실수에도 웃음으로 화답하고 박수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꽃보다 잘 생겼어" "구미호 같은 XX" "한번 더 하면 거침없이 하이킥 할거야". 공연장에 김범 맞춤형 대사가 흘러나올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김범은 극중 담백하고 순수한 청년 몬티 나바로 역을 연기했다. 연기경력은 18년이지만 뮤지컬 데뷔로는 고작 한달. 김범의 연기력이야 이미 십여년간 검증된 바 있다. 하지만 노래실력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10월 막공까지 남은 건 세달 가량이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힘들겠지만 충분히 성장 가능한 시간이다. "무대 오르는 게 여전히 두렵다"는 그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2018년 초연 이후 6년 만에 네번째 시즌을 맞이한 '젠틀맨스 가이드'는 올해도 어김없이 독특한 전개와 중독성 넘치는 음악으로 쉴새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무대와 영상으로 변화를 꾀했다. 몬티의 회고록을 3D팝업북으로 펼쳐 놓은 듯한 생생한 무대와 영상은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개그감각을 기본으로 깔아놓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더해져 관객들은 공연에 흠뻑 빠져든다. 어느새 공연장 밖 찌는듯한 무더위 마저 잊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이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진=쇼노트 ]

지난달 열린 프레스콜 당시 다이스퀴스 역의 정상훈은 "어디 견줘도 손색없는 음악이 있고, 다른 작품에 없는 코미디가 있다. 그리고 배우들이 정말 코미디를 잘 한다. 앙상블이 쫀쫀하다"라면서 "9명을 죽이는 파격적인 소재에도 극본이 아름답고 군더더기가 없다. 총천연색을 모두 모아놓은 작품"이라고 '젠틀맨스 가이드'를 향한 사랑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젠틀맨스 가이드'는 폭발적인 재미와 함께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놓지 않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몬티 나바로 역에 송원근, 김범, 손우현, 다이스퀴스 역에 정상훈, 정문성, 이규형, 안세하, 시벨라 홀워드 역에 허혜진, 류인아, 피비 다이스퀴스 역에는 김아선, 이지수 등이 출연한다.

10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러닝타임 150분. 14세 이상 관람가.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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