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토록 배우들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김영환 감독은 인터뷰 내내 '놀아주는 여자' 속 배우들의 칭찬을 쏟아냈다. 고마웠다는 말은 기본이고 쉼 없이 배우들의 장점, 현장에서의 배려심을 언급하며 잘 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왜 '놀아주는 여자'가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 있었는지, 김영환 감독을 만나 나눈 대화 속에서 그 이유를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 마지막까지 완벽한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다.
지난 1일 높은 화제성과 호평을 얻으며 종영된 JTBC 수목드라마 '놀아주는 여자'(극본 나경/연출 김영환, 김우현)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큰형님 서지환(엄태구 분)과 아이들과 놀아주는 '미니 언니' 고은하(한선화 분)의 반전 충만 로맨스 드라마다.
각기 다른 세상에 살던 서지환과 고은하가 만나 서로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과정을 그리며 매주 시청자들의 가슴을 따듯하게 물들였다.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된 후에도 변함없이 서로의 삶에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진심을 바라봐주는 펭귄 커플의 순수한 로맨스는 설렘과 힐링을 동시에 전했다. 마지막회에선 서지환과 고은하가 위기를 극복하고 평생 함께 놀기로 약속하며 꽉 닫힌 해피엔딩을 완성했다.
엄태구는 겉은 새까맣지만 속은 뽀얀 서지환 캐릭터의 매력을 표현하며 첫 로맨틱 코미디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독보적인 매력의 소유자인 엄태구는 TV-OTT 통합 출연자 화제성 5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울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한선화 역시 키즈 크리에이터 고은하의 햇살 에너지를 특유의 하이텐션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또 권율은 검사 장현우 역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극에 큰 힘을 더했다.
여기에 매회 웃음을 책임졌던 목마른 사슴들과 검사실 식구들, 그리고 아찔한 긴장감을 안겼던 야옹이 파 멤버들까지 배우들의 환상적인 시너지도 빛을 발했다. 통통 튀는 스토리에 더해진 유쾌한 배경음악과 남다른 유머 감각의 CG, 그리고 통통 튀는 연출까지, 완벽한 합을 이뤘다는 평가를 얻었다. 다음은 연출을 맡은 김영환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사실 서지환은 '멋짐'을 몰아넣었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다. 작가님이 사심을 가득 담아 썼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도 워낙 팬이시긴 하니까 그렇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초반 기획 의도와 대본 방향성이 좀 바뀌기도 했다. 저는 초반 삼각관계에 포커싱을 두고 싶었다. 초고에 현우는 작은 캐릭터였다. 엄태구 배우의 로맨스는 저에게도 모험일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안정적으로 로맨스 라인을 만들어줄 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권율 배우에게 부탁했다.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기존에 했던 작품을 보면 상당히 안정적이고 영리하다. 엄태구 배우가 로코를, 술꾼 한선화 배우가 귀여운 여자를, 상대적으로 악역을 많이 했었던 권율 배우가 검사를 하는 식으로, 조금 상반된 이미지로 캐스팅을 하고 싶었다. 편견, 선입견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이다 보니 그렇게 세 분의 조합을 만들고 나머지 분들을 캐스팅했다."
- 한선화 배우 칭찬도 안 할 수가 없다. 굉장히 사랑스럽게 캐릭터를 연기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감독님이 본 한선화 배우는 어떤가?
"캐스팅할 때 그 전 작품을 다 찾아봤는데 캐릭터 해석이 너무나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팅을 한 번 하고 "해봅시다"라고 하고 대본 리딩을 바로 했다. 캐릭터 해석이나 표현이 놀라웠던 것 같다. 팬분들도 메이킹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대본이 빽빽하다. 어미를 올릴지 내릴지 다 고민하고, 엄청 많은 준비를 해서 온다. 엄태구 배우가 항상 어디로 튈지 모른다. 리허설에서 다르고 슛 들어갈 때 다르다. 이런 것을 다 잘 받아줬다. 그래서 제가 가장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 엄태구 배우는 대본을 다 외워서 오기 때문에 현장에서 대본을 안 본다고 들었다. 그래서 정석대로 연기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그날의 온도, 습도, 분위기에 따라서, 또 상대방이 어떤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걸 한선화 배우가 다 받아서 리액션을 해주고 중심축을 정말 잘 잡았다. 그래서 항상 고맙다고 얘기를 한다. 이 드라마는 결국 지환이가 멋있어야 하는데 그걸 만들어줬다. 정말 사랑스럽다."
- 엄태구 배우에게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나?
"한번 했다. 배우의 연기 톤이 당연히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서 "한선화 배우가 정말 노력을 많이 하고 있으니 좀 더 사랑해줘야 한다, 아껴주고 응원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로코의 장르적 특성상 여주인공이 고생하면 남주인공이 짠하고 나타나서 멋짐을 보여주지 않나. 그래서 현장에서도 배우들에게 "우리는 은하에게 감사해야 한다"라고 했다. 여자 배우가 첫 콜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촬영하고, 현우와 지환이도 만나고 사슴즈들도 만나야 하고 애들과도 놀아야 했다.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은하가 에너지를 잃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엄태구, 권율 배우도 도움을 많이 줬다."
- 로코도 있지만 누아르도 있기 때문에 두 장르의 중심을 잡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일반적인 로코만 지향하기엔 이야기가 얕아서 지환의 서사에서 시청자들이 멋있고 좋아할 만한 부분을 넣고자 했다. 그 부분은 (엄태구 배우의) 주전공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중간중간 작가님과 상의를 해서 많이 넣었다. 특히 현우와 대치되는 장면은 단순히 은하를 좋아하는 두 남자의 대립이 아니라, 검사와 전직 조폭으로 무게감을 실어줄 수 있는 장면이다."
- 가장 힘들었거나 공을 들여 찍었다 하는 장면이 있다면?
"저는 놀이터 신이 우리 드라마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서 준비를 가장 많이 했다. 리허설도 많이 했다. 태구 배우가 그때 많이 힘들어했다. 지환이 처음으로 은하 앞에서 풀어지던 장면이다. 은하가 놀아주는 여자이지만, 거기서 놀고 싶은 남자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대본 보면서 가장 고민하고 가장 많이 신경을 썼다. 저는 벚꽃 날리는 것을 찍고 싶었다. 날씨도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가장 많이 애착이 가고, 우리 드라마의 전환점이 됐다."
- 엄태구 배우는 바람 맞으면서 등장하는 신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더라.
"제가 대본보다 훨씬 과하게 찍었다. 단독 주연은 처음이다 보니 분량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더라. 진지했다가 풀어졌다가를 왔다갔다 하니까 힘들어하더라. 힘든 게 보였다. 그리고 이 장면에 대해선 말을 못 했다. 대본엔 깔끔하게 들어온다고 되어있는데, 은하와 지환이가 연애를 시작하고 헤어나 의상에서의 변화가 가장 큰 부분이라 과하게 찍다 보니 많이 놀랐을 거다. 은하가 먼저 들어오는 걸 촬영했는데, 워낙 순발력이 좋다. 하지만 지환인 엄청 힘들어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해"라고 했다."
- 엄태구 배우가 워낙 말이 없는 걸로 유명한데, 현장에서 소통할 때도 그랬나?
"단답형이다. 진짜 말이 없다.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느낌이 있으면 설명을 하긴 하지만, 그런 경우도 거의 없고 항상 "네, 해보겠습니다"라고 한다. 제가 했던 대화 중 80% 정도가 그런 대화였다."
- 카톡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똑같은가?
"전화로는 그래도 말을 하는 편인데, 현장에서는 좀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워낙 배려심이 깊은 친구다 보니 본인 때문에 테이크를 많이 가고 스태프들, 배우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미안해서 "해보겠습니다"라고 하는 것 같다. 중요한 신 전에는 항상 통화했고, 매일 촬영을 하다 보니 대본과 톤이 다르면 얘기를 나누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선 물어보기도 했다. 어쨌든 워낙 낯가림이 심하다 보니 촬영 끝날 때까지 그렇긴 했다."
- 인터뷰할 때도 너무 부끄러워하니까 정수리만 계속 봤던 것 같다.(웃음)
"그래도 본인이 계속 노력해서 어떤 때는 얘기를 많이 하기도 한다. 편한 사람들과는 수다도 많이 떤다. 특히 권율 배우와는 '잉투기' 때부터 친분이 있다 보니 얘기를 많이 하더라. 권율 배우 같은 경우엔 상대적으로 분량적으로 여유가 있다 보니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많이 해줬다. 굉장히 재미있고 스마트한 배우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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