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진이 수어 희화화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진은 홈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올라온 시청자 항의글에 "일부 수어 장면으로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고 사과했다.
제작진은 "드라마가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루어 농인들과 한국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드라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중요한 테마로 삼아 기획한 작품으로, 농인들의 소중한 소통 도구인 수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농인들과 한국 수어가 겪어온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앞으로 작품을 완성하면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제작진은 "수어는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이 오랫동안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소재"라고 강조한 후 "사람과 사람을 잇는 중요한 소통 도구인 수어의 가치를 오롯이 전달하는 작품으로 남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채수빈이 연기하고 있는 여주인공 홍희주(채수빈 분)가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는 수어 통역사라는 설정이다. 지난달 22일 방영된 드라마 첫 회에서 홍희주가 산사태 뉴스를 전달하던 중 송출 오류로 '산'을 표현하는 수어가 반복 송출됐다.
극 중 앵커 나유리(장규리 분)는 홍희주에게 "이거 산이죠? 뫼 산? 잘했어요"라며 "윤PD 꼴보기 싫었는데 엿 제대로 먹여줬네요. 엿 아니, 뫼 산"이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린 채 웃었다. 홍희주가 화면에 비춘 쇼윈도 남편 백사언(유연석 분)을 향해 해당 동작을 취하는 장면도 나왔다.
이 장면을 두고 일부 시청자는 수어를 조롱했다며 항의했다. 한 시청자는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비장애인이 청각장애인의 소통 수단인 수어를 이런 식으로 모욕하고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어째서 이게 개그가 될 수 있다 생각하신 건지 참으로 곤혹스럽다. 발랄한 BGM을 들으며, 아주 신이 난 나유리 아나운서를 보며, 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 되어 통역사에게 몰입하고 있었다. 정말 끔찍한 장면이었다"고 항의했다.
중앙대 수어동아리 '손끝사이'는 논평을 통해 "'산' 수어는 손가락 욕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청인에 의해 농담거리로 소비돼 오며 농인에게는 트라우마와 같은 수어 단어"라며 "이를 농담거리로 소비한 것은 농인들의 고유한 언어인 수어를 철저히 무시한 무례를 넘은 차별과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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