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두 영역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바람이 연예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심지어 정통 뮤직비디오와 CF 출신의 감독들마저 드라마 산업에 뛰어들고 있을 정도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연애시대'는 여러 모로 이러한 최신 드라마 트렌드를 대표하는 전형으로 꼽힌다.
'연애시대'의 연출을 맡고 있는 이는 영화 감독 출신의 한지승 감독. 영화 '고스트 맘마', '찜', '하루' 등의 작품으로 충무로에서는 로맨틱하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이던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드라마의 OST를 책임지고 있는 음악감독은 노영심이다. 바로 한 감독의 부인이자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 이번 드라마에서 배경음악을 총지휘하고 있다.
'연애시대'의 극본은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박연선 작가가 맡았다. 감우성, 손예진 등 남여주인공 역시 얼마 전까지 흥행작 '왕의 남자'와 '작업의 정석' 등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볐던 배우들이다.
출연 배우들과 감독, 작가만을 놓고 보면 '연애시대'가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헷갈린다.
다만 공중파를 통해 16부작으로 방송되고 있다는 것이 '연애시대'를 드라마라고 규정짓는 이유일 뿐이다.
막바지 촬영 중인 4부작 미니시리즈 '프리즈'도 이러한 공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이서진, 박한별, 손태영 주연의 '프리즈'는 뮤직비디오 및 CF 감독 출신인 정재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뛰어난 영상미와 새로운 수법을 선보일 예정이다.
'프리즈'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를 표방하며 '시네마틱 드라마'를 목표로 현재 전체 방송 분의 후반부를 찍고 있다.
엄청난 제작비 투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김종학프로덕션의 '태왕사신기'도 영화 '외출'과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이후 드라마에 얼굴을 내미는 배용준과 문소리가 주인공이다.
'태왕사신기'는 완전 사전제작은 물론 전 세계 90여개국 배급을 추진할 만큼 스케일이 영화와 맞먹는다.
이밖에 배우 장동건도 공식석상에서 드라마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러한 스크린 스타들의 드라마 나들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배우는 물론 감독, 작가, 심지어 스태프 인력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이러한 크로스오버가 가능한 이유는 뭘까.
우선 드라마의 산업화에 따라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고 제작시스템 및 출연 배우들에 대한 처우들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러한 흐름의 근본 원인은 한류 열풍이다.
최근 제작되는 드라마의 경우 35억∼40억원 단위를 훌쩍 뛰어넘어, 세트 제작비를 포함해 300억∼400억원까지 치솟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 등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략 때문에 대형 자본의 투입이 예전보다 수월하다.
좀 더 큰 시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베팅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겨냥하다 보니 질 높은 작품과 영상을 통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겠다는 제작사 측의 마케팅 전략도 이러한 풍토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영화 같은 드라마를 내걸고 상품력을 한 차원 업그레드하면 그 만큼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또한 드라마의 사전 제작 도입은 배우들에게 작품에 몰입할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감독에게는 더욱 뛰어난 영상미와 극의 흐름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와 감독들의 크로스오버 경향을 더욱 뚜렷한 흐름으로 나타내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연애시대'와 '프리즈' 등 사전제작 드라마에 몰두하고 있는 옐로우필름은 "예전에는 PPL이나 시청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이유로 사전제작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드라마 시장이 커지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시도되면서 이러한 풍토는 자연스럽게 확대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다매체 시대를 맞이해 외주제작사와 방송사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드라마 제작 풍토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드라마를 둘러싼 여러 요인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영화와 드라마간의 크로스오버 경향은 하나의 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정진호기자 jhju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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