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노장 투수 케니 로저스(42)는 2006시즌 포스트시즌의 영웅이었다. 포스트시즌 3경기 23이닝 무실점이라는 빼어난 투구로 만년 약체 디트로이트의 돌풍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덕아웃에 있을때도 포스트시즌 경험이 거의 없는 젊은 투수들에게 쉴 새없이 조언을 건네고 파이팅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로저스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정투구 논란에 휩싸인 탓에 명예에 큰 생채기가 나고 말았다.
사달은 세인트루이스와 월드시리즈 2차전서 터졌다. 로저스의 손에 갈색 이물질이 묻어있는 것이 카메라에 잡혔고 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감독의 항의로 세상에까지 알려졌다.
로저스는 "흙이 묻었을 뿐"이라며 2회부터는 손을 깨끗이 씻고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에도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완벽한 투구를 했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로저스의 손에 묻은 것은 송진이었으며 분명 투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뒤에도 잡음은 계속됐다. "송진은 흠집이나 바세린 등과는 달리 공을 던지는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로저스의 손을 들어주는 이들도 있었다.
반면 "로저스가 포스트시즌들어 팜볼 그립의 새로운 변화구(슬라이더 보다는 오른쪽으로 덜 꺾이지만 낙폭이 컸음)을 던졌는데 이 공을 던질때는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매우 높았다. 한 술 더 떠 로저스가 공에 흠집까지 내 왔다는 악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모두의 관심은 로저스의 다음 등판인 6차전에 모아졌다. 로저스가 심리적 부담에 무너지진 않을지,혹은 송진의 영향 없이도 좋은 공을 다시 던질 수 있을지가 초점이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로저스가 다시 대중 앞에 서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가 5차전서 승리를 거두며 4승1패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정철우기자 butyou@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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