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데뷔한지 오래됐다. 1997년 KBS 공채 19기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박상욱은 이미 이십대 청춘의 시기를 지났다. 그는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아이스하키선수로 대학시절까지 연기에 대한 생각은 특별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입학 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스틱을 내려놨다. 그리고 연극판을 떠돌았다. 남들처럼 체계적으로 연기를 배우지 못했지만 그는 운동으로 익힌 단체생활로 그 바닥에서 버텼다. 1997년 기회가 찾아왔다. KBS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그때 세상은 마치 자기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방송사 공채 탤런트 출신.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 박상욱은 "바람 들기도 쉽다"며 "수 천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기 때문에 겉멋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것을 깨달으면 이미 시간은 많이 흘렀다는 것. 박상욱은 방송국에서 공채 탤런트 활용을 잘 안하는 것 같다며 서운한 마음도 털어놨다.
박상욱은 98년 군대에 입대하게 된다. 영장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입대 9일 전에 영장을 받고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군대에 갔습니다." 박상욱은 백마부대 태권도 시범조교로 군 생활을 했다. 군대에 늦게 간 덕분에 처음에는 고생도 많았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를 하며 몸에 밴 특유의 친화력과 남자다운 성격으로 군 생활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같이 군 생활을 했던 내무반 사람들과 아직 연락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처음 스크린에 데뷔하게 된 것은 2002년 '가문의 영광'의 장경태 역을 통해서였다. 박상욱은 이후 드라마보다 스크린에 개성 있는 배우로 점차 활동의 폭을 넓힌다. 2005년 개봉한 '공공의 적2'에서 설경구가 분한 강철중 검사의 오른팔 격인 강석신 형사 역으로 나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강철중 검사 대신 희생당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개봉했던 '중천'에서 박상욱은 처용대의 호위무사 여위 역을 맡아 6개월 간 와이어를 매고 중국 대륙을 누볐다. 태권도 4단의 실력을 자랑한 그였지만 와이어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영화 '중천'의 출연은 박상욱에게 여러 가지로 영향을 미쳤다. 허준호, 정우성 같은 선배배우들과의 연기에서 스타로 불리는 그들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 김태희, 소이현 등 젊은 여배우들과 오빠, 동생하며 허물없이 지냈다. 무엇보다 '여위' 역을 통해 악역의 매력에 빠질 수 있던 것이 그에게는 큰 소득으로 남았다.
그는 지금 도지원과 함께 '펀치 레이디' 촬영에 한창이다. 석 달째 하루에 여덟 시간 씩 일주일에 삼사일을 서울액션스쿨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영화 '펀치 레이디'는 격투기 선수인 남편의 무자비한 폭력에 13년간 시달려오다 투혼의 파이터로 변신하게 되는 주부 '하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박상욱은 바로 하은의 남편으로 분해 여자에게 폭력을 서슴지 않는 악한 역을 맡았다.
"영화 개봉 후 욕을 많이 먹을 것 같습니다." 박상욱은 멋쩍게 말했다. 그래도 그는 희망이 있다고 한다. "'달콤한 인생'에 나왔던 황정민 선배나 '타짜'의 아귀로 나왔던 김윤석 선배 같은 악역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갈 길을 확실하게 정해놓았다.
그래서 늦깎이라 해도 아직 여유가 있다고 한다. 어차피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연기의 현장에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자신은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설령 악역으로 관객들에겐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사진 김동욱기자 gphot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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