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음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업계는 “돈을 내고 음악을 들어 달라”고 대중한테 주문한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지적이다.
그럴 때 대중이 가장 많이 보이는 반응은 “살 노래가 없다”는 것이다. 지독히도 시니컬하다. 그게 대중의 현실적인 인식이다.
그 만큼 업계와 대중의 인식 차이는 크다.
그런데 두 말 중에 논의의 초점이 되어야 할 것은 아무래도 “살 노래가 없다”는 대중의 인식이다. 노래도 지적재산권을 가진 상품인 한 돈 내고 사 들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여서 이 말에는 논쟁적 요소가 없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말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살 노래가 없다”는 대중의 반응을 형식논리로만 해석해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에 대중은 곧바로 대응한다. “노래나 제대로 만들고 팔 생각하라.”
그래서다. “살 노래가 없다”는 대중의 다소 억지스러운 표현에는 형식논리로만 해석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업계가 그 불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문제를 푸는 첫걸음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의 시니컬한 반응을 불러온 음악계 문제는 뭘까. 다시 말해 대중이 갖는 음악계에 대한 본질적인 불만은 무엇인가.
먼저 구태의연한 장삿속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끼워 팔기’에 대한 의구심이 그것이다. 노래를 구매할 방법이 음반 형태 밖에 없었던 과거에는 좋은 노래를 하나 듣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러 노래를 사기도 했다. 그때는 그게 관행이었기 때문에 대중은 이것을 ‘끼워 팔기’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진전으로 싱글 앨범이 나오고 음반이 아닌 음원 단위로 노래를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대중의 인식은 달라졌다. 대중은 자신이 선호한 음악만 골라 구매하고 싶은 것이다. 한 노래를 위해 여러 노래를 살 생각은 많지 않다.
따라서 이 경우 “살 노래가 없다”는 말은 “너무 비싸다” “불필요한 것까지 사게 만든다”라는 뜻으로 의역해 들어야 한다. 그리고 대중의 이런 인식 변화는 음반시장 위축이 필연적인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업계로선 노래를 담아 파는 그릇이 변하였음을 인정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시장의 변화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음반시장은 2000년 4천100억원 규모에서 매년 꾸준히 줄어 올해는 600억대 규모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반면에 유선과 무선을 통해 판매되는 디지털 음원시장은 2001년 911억원에서 매년 큰 폭으로 늘어 올해에는 3천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노래의 변질이다.
노래는 원래 귀로 들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음반이건 디지털 음원이건 노래는 반드시 귀를 통해 인간의 마음과 소통한다. 그런데 과거에 비해 가수 수나 노래 수는 많아졌지만 귀로 들을 만한 노래는 오히려 줄었다고 생각하는 대중이 많다. 귀로 듣는 노래보다 눈으로 보는 노래, 그런 가수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주얼 시대가 낳은 산물이다.
그런 전복현상이 어느 정도냐 하면 대중가요를 취재하는 한 기자가 “요새 히트곡이 뭐야”라는 친구의 질문에 선뜻 대답을 못했다고 고백할 만큼이다. 가수 비의 노래보다 엔터테이너로서 비를 아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게 하나의 사례다. 과거엔 이와 반대로 가수 이름은 몰라도 노래는 아는 현상이 더 일반적이지 않았을까.
이런 모습은 가수를 양성하는 기획사의 모습에서도 분명하게 눈에 띈다. 요즘 상당수의 기획사는 가수 연습생을 뽑는 기준으로 음색이나 가창력, 그리고 노래에 대한 열정보다 얼굴을 먼저 보는 듯하다. 그렇게 선발된 상당수의 가수 또한 반반한 얼굴을 바탕으로 배우로 변신하려는 마음이 굴뚝같아 보인다.
그러니 소비자들이 “살 노래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더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노래 매체로서 음반의 몰락은 필연적 결과인 것처럼 보인다. 음반은 앞으로 일부 마니아에 의한 소장용으로만 그 존재 이유가 축소될 가능성도 없잖다.
실제로 SBS 라디오(103.5㎒) '김어준의 뉴스앤조이'가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이택수)에 의뢰해 지난 1년간 CD나 테이프를 유료로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0.2%가 '한 장도 구매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더 올라갈 가능성도 상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품으로서의 노래를 불법적으로 취하는 게 옳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전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음악 업계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대중의 요구에 맞춰 노래라는 상품의 내용이나 포장을 끊임없이 혁신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게 분명하지만, 음악 업계의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해서 엄연한 상품에 대해 불법적으로 취득해도 될 수 있다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조이뉴스24 이균성기자 gsle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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