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수 성시경의 발언으로 연예인이 공인인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에서는 연예인을 공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듯하다. 그래서 연예인의 품행에 대한 잣대는 특별히 가혹하다.
그런 시각이 우세한 건 현실적으로 연예인이 사회, 특히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이다. 영향이 적잖은 만큼 여론에 의해 감시받고 견제되는 게 마땅하다는 인식이 넓게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또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살기에 도덕적 책임이 더 크고, 그런 점에서 공인으로 보는 사람도 많아 보인다. 이 때 대중이 연예인에 주는 관심은 정치인이나 공무원 월급의 기반인 세금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세금이 공인에 대한 특별한 의무를 강요할 수 있듯 연예인에 대한 관심도 그렇다는 논리다.
일부 조사를 보면 상당수 연예인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바로 이 점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위 논리가 맞는 것이라면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세금’과 일치해야 한다. '관심'은 곧 '세금'이어야 하고, '인기'는 곧 '권력'이어야 한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교하면 고개를 저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둘의 구조는 상당부분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등치가 될 순 없다.
세금은 법의 문제지만 관심은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너무 명명백백해 공인이라는 사실에 절대 논란이 일 수 없는 정치인이나 공무원과 연예인의 다른 점이 있다면 그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연예인에게 공인 개념을 부여할 때는 특별한 범주가 필요해지는 셈이다.
예컨대 연예인에게 ‘공인(公人)’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때, 법률적으로 쓰느냐, 학문적으로 쓰느냐, 통념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범주와 쓰임새를 고려해 같은 범주 안에서 논하더라도 의견은 얼마든지 갈리는 게 ‘연예인공인논란’이 갖는 특징이다.
그래서 한 번 쯤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결론 없는 논란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것보다 그 논란의 결과에 눈길을 주는 것도 무익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세금'과 '관심'이 같을 수 없고 그래서 좁은 의미에서는 공인이라 할 수 없는 연예인에게 굳이 공인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려 할 때 생기는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 장점은 연예인의 행동을 더 모범적으로 하도록 하는 견제장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으로 하여금 이왕이면 더 많은 선행을 할 수 있게 하고 반듯한 삶의 자세를 보이도록 강제하는 역할인 셈이다.
그럼 단점은? 연예인에게 필요 이상의 요구를 가함으로써 도덕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
논란이 된 성시경의 발언 의도가 여기서 출발했지 않았을까.
성시경은 유승준을 변호하면서 그의 행동(군대 문제)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내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입장이다. 성시경은, 유승준이 결과적으로 애국을 하지 않았다거나 군 문제로 거짓을 말하였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금 그가 치르고 있는 대가는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굳건한 전체주의자의 입장이 아니라면, 이 말은 꽤 지당하게 들린다.
그가 잘못된 행동을 했고 그게 국민 정서에 맞지 않으면 연예인으로서 인기가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큰 대가를 치르는 것인데 정부까지 나서서 법적으론 외국인인 그의 입국을 불허하는 것은 뭔가 지나치다 할 수 있다.
‘국민정서법’으로는 상황이 다르겠지만, 유승준의 입국 거부는 현실법으로 인권 침해가 아닐지 따져볼 만도 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그렇잖은가. 유승준에게도 여행할 자유는 있고 어디에서든 돈 벌 권리는 있지 않겠는가.
성시경은 유독 연예인에게 이런 지나친 행위가 생기는 게 ‘연예인=공인’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 광대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따져보면 일부러 지위를 낮추는 것인데(공인이 보통사람보다 지위가 높다는 전제 아래), 논리나 감성으로나 수긍이 갈 만하다.
생각해보면 정치인이나 공무원 같은 ‘진짜 공인’ 또한 공인으로서 문제가 있을 경우 공인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 끝나지 그 처벌을 자연인의 범주에까지 확대하지 않는다. 물론 자연인으로서 처벌받아야 할 일을 했다면 제외된다. 그런데 성시경의 눈에는 연예인의 경우 공인도 아닌데 그 책임이 거의 무한대로 확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성시경의 주장이 그르다 말할 수 없는 사례도 적잖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뒤지는 ‘알 권리’ 문제에서도 이런 측면은 많다.
정치인이나 공무원 같은 ‘진짜 공인’의 경우 사회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줄 사안에 관해서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프라이버시가 국민의 알 권리보다 우선되지 못할 수 있다. 그게 세계 어느 나라든 보편적인 법의식이다.
연예인의 경우는 어떤가.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우리 사회는 연예인에게도 그런 잣대를 적용한다. 최근 두 건의 연예인 부부 이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놀랄만한 탐구심이 이를 증명한다. 그들이 유명인인 만큼 이혼사유가 궁금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게 알권리로 말해지는 건 지나치다.
(관심을 줬기에)궁금한 일이긴 하지만, (세금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알권리라고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또 그런 근거 있기나 한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그런데 우리 사회 상당수는 이를 국민의 알권리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럴 경우 지나치게 사생활을 뒤지게 되고, 필연적으로 인권을 침해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 성시경의 발언은 그런 풍토에 대한 답답함의 토로다.
[사진: '연예인 공인 논란'을 다시 제기한 가수 성시경]
조이뉴스24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