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명분이다."
이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쏠려 있던 눈이 KT쪽으로 옮겨갔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은 지난 8일 5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열린 KBO 이사회를 통해 "KT 야구단 창단을 전폭 환영한다"면서도 "KBO에 보다 성의있는 조치가 있기를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이 '보다 성의있는 조치'에 대해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지금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일관했지만 결국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며 "금액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결국 KT 신생팀 창단을 심의하기 위해 모인 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들은 KBO측과 합의한 60억 원보다 많은 가입금을 내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여기에는 KBO가 현대 운영비로 나간 131억 원에 대한 책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BO는 이러한 전 프로야구단의 요구안을 들고 조속한 시일 안에 KT 측 실무자와 만날 예정이다. 이제 신생팀 창단 여부는 KT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요구 조건 받아들이겠다."
우선 KT가 한발 물러서 곧바로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KT는 오는 17일 사내이사 7명, 사외 이사 3명 등 10명의 KT 이사진이 모이는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KBO 이사회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럴 경우 KT 신생팀 창단은 사실상 확정되고 올 시즌을 8개 구단으로 치르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다. 프로야구 가입금 증액을 비롯해 131억에 달하는 현대 운영비 탕감도 함께 이뤄져 KBO, KT, 프로야구 구단 등이 함께 웃을 수 있다.
KT 고위관계자는 "KT 입장으로선 당장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겠지만 장기적으로 충분히 홍보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야구단 인수가 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처음과 약속이 다르지 않나."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KT측이 KBO에 불만스런 입장을 표시할 경우다.
KBO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KT 이사회에 앞서 KT 야구단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진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나 조율에 나서야 한다.
이사들은 미리 상정된 안건을 검토한 후 이사회에서 최종 심의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KT 야구단' 관련 안건은 아직 상정조차 돼 있지 않다. 긴급 안건으로 끼워넣을 수도 있다지만 이사진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긍정적인 결론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설득할 시간이 턱없이 촉박하다.
또 올 해 매출 목표를 12조원으로 잡고 있는 대기업 KT가 과연 'KT 야구단'에 대한 논의에 큰 관심을 가지느냐도 문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이사회에 논의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 KT의 다음 이사회는 이달 말일인 31일이다.
이 경우 반대로 시간에 쫓기는 KBO 이사회가 백기를 들어 당초 KT와 KBO가 합의한 사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요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KT 입장에서 야구단에 들어가는 비용을 어떤 항목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홍보 혹은 마케팅 항목으로 포함시킨다면 임원진 한 명이 몇십억원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부금 명목이라면 1억원이라도 이사진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
거의 희박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해 볼 수 있다.
KT가 그 동안 KBO에 쌓여 있던 불만을 터뜨리며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놓는 경우다.
가장 큰 문제는 KT가 KBO를 바라보는 불만스런 시각이다. 야구단 창단에 합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갑작스럽게 KBO가 언론에 이를 발표하면서 당황스런 입장을 맞아야 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사실상 논의가 끝난 가입금 문제도 다시 불거져 나왔다. KT 내부에서는 다 합의된 사항을 다시 KBO가 번복하고 있는 데 대해 "다 끝난 얘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가 뭐냐"는 마뜩치 않게 보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뱉은 말을 주워담지는 않는다는 것이 KT의 일반적인 분위기여서 야구단 창단 철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어차피 사회적 책임을 위해 야구단 창단을 추진하는 만큼 돈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
KT 관계자는 "환영은 하지만 성의를 보여달라는 말이 좀 걸린다"며 "야구단은 어차피 돈을 쓰기 위해 만드는 것인 만큼 돈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 쿨하게 시작해서 인정받고 프로야구판에 뛰어들 것이다. 그러나 KBO가 그런 명분을 세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강필주기자 letmeout@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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