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몹쓸 예의바름'을 버리기가 힘들다고 말한 김정은의 그 유명한 '예의'를 맛보고 나니, 김정은의 속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더 궁금해졌다.
한번도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절친한 동료의 증언(?)과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긍정의 제스추어, 손발을 동원한 자상한 설명, 그리고 만면에 가득한 웃음까지. 이 많은 것들을 속으로 삭여 내려면, 늘 평정심을 유지하려면 이 사람의 속은 새까맣지 않을까.
김정은은 "그래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이 가엽고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하지만 속을 끓여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되도록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자고 늘 마음을 다독인다고.
오는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감독 임순례, 제작 MK픽처스)에서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 역을 맡아 당찬 캐릭터를 연기한 김정은. 영화에 대한 호평 소식을 전해듣고 "노력에 대한 댓가는 어떤 형태로든 돌아오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한다.
"'가문의 영광'이 '빵' 터지고 나서 마치 충무로가 제 앞길에 꽃가루를 뿌려 주는 기분이었어요. 앞으로 영화 배우의 길에 서광이 비치는 것 같았죠. 하지만 제가 똑같은 것을 답습할 때 관객은 냉정했어요. 많이 반성도 하고, 흥행의 단맛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그 뒤에 실패가 찾아오면 아픔이 배가 된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파리의 연인'으로 또 다시 한번 '빵' 터졌을 때 김정은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 다음에 다가올 실패와 무관심이 무서워서, 인기의 단 맛이 단 줄도 몰랐다고 한다.
"'우생순'은 제 두 번째 노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첫번째는 '사랑니'고, 두번째가 되는 거죠. 한번 두번 계속해서 진심을 보여드리고 있는 거예요."
너무도 냉철하고 똑똑한 관객 앞에서 변화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만이 배우가 살아갈 길이라고 김정은은 생각한다. 인기에 취해 마냥 자신을 소모해 버리면 대중에게 외면받는 배우가 될 뿐이다.
"여배우들이 정점에 섰을 때 변신, 파격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은 소모되는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이에요. 여배우들은 성안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에요. 인기와 사람들에게. 여배우에게는 일상도 없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도 갖기 힘들죠. 왜냐하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죠."
데뷔 10년을 맞은 김정은은 좀 특별한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지, 냉철한 눈을 잃은지 벌써 10년이나 됐다"는 것이 남다른 감회다.
여배우로 보호받고 산 세월 10년 동안 혹시나 스스로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김정은이다. 여배우라는 틀 속에 갇혀 인간 김정은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그는 오늘도 사람들 속을 자유롭게 활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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