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시나리오가 씨가 말랐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동안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는 박용우. 지난해 두 편이나 개봉시키며 바쁜 한해를 보냈던 그가 해가 바뀌기가 무섭게 새 영화를 들고 관객들을 찾아온다.
'해방기 액션 활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명을 붙인 '원스어폰어타임'에서 사기꾼 봉구를 맡아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본격 액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액션 신을 구현해내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꼈다고 밝혔다.
배우다운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굉장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자신의 목표를 표현했던 그는 사람을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인생을 배울 수 있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라고 자긍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이 궁금하다. 그전 한국 영화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소재와 장르라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그리고 경성 최고의 사기꾼이라는 캐릭터도 배우로서 욕심나는 캐릭터였을 것 같다.
"시나리오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주변에 반대가 너무 많았다. 이번 영화 출연을 많이 말리더라. 그래서 감독을 직접 만나서 5-6시간에 걸쳐 시시콜콜 영화에 대해 물었다. 어쩌면 기분 나빴을 수도 있는데 정용기 감독은 굉장히 상세한 부분까지 대답을 해줬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주변사람들이 영화 출연에 반대한 이유가 뭔가?
"기술적인 부분에서 의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예산으로 시나리오대로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원스어폰어타임'은 '인디아나 존스' 식의 어드벤처물이라고 들었다. 이번 영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인지, 봉구의 내면은 어떤지 영화를 보기 전이라 궁금하다.
"딱히 어드벤처물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많은 장르가 혼합돼 있고, 오히려 영화 '타짜'나 '범죄의 재구성'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과정들이 더 비중있게 그려진다. 봉구는 내면이 없는 인물이다.(웃음) '007' 시리즈를 보면 주인공의 과거가 어떤지, 사생활은 어떤지 자세하게 안나오지 않나. 단지 주인공에게 미션이 떨어지고, 그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이 그려질 뿐이다. 봉구 역시 어떤 과거가 있고, 어떤 삶의 고민이 있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해프닝이 그려지고 그 속에 휘말리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갑자기 많이 제작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어떤가?
"새로운 소재를 찾다보니 우연찮게 겹쳐진 것 같다. 다른 시나리오도 읽어봤는데 영화마다 색깔이 너무 달라 비슷한 영화라는 생각은 안들더라. 우리 영화의 경우 시대만 1930년대지 거의 현대극과 마찬가지다. 1930년대가 가지고 있는 시대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차용하기 위해 1930년대라는 배경을 끌어온 것 같다. 가령 총쏘는 장면의 경우 현대의 서울이 배경이라면 어색할 수 있지만, 1930년대라는 배경에서는 그런 장면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 외에도 그 시대가 주는 색감, 음악 등이 영화에 필요했던 것 같다."
-최근 현대극에만 출연해왔다. 시대극 특히 1930년대 인물을 연기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있을 것 같다.
"콧수염도 붙여보고, 그 시대 의상도 입어보면서 외형적으로 많은 변화를 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이 영화를 통해 본격 액션 신을 처음 선보인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될 듯 하다. 시간에 쫓겨 질적으로 좋은 액션 신을 선보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요즘 한국 영화계가 어려워 시나리오가 거의 없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비결이라면?
"나의 '섹시미'(하하),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운이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기 싫은 작품 억지로 한 적도 없었고, 최선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에 줄곧 출연해왔다."
-매 작품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해오고 있다. 변신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변신'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내 몸이 변하는 것이 아니므로, '변화'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변화에 구애받고 있다고는 할 수 없는데, 내가 모험을 좋아한다. 이번 영화 역시 새로운 보물섬을 찾아간다는 심정으로 출연했다. 예전에는 관객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그 문제에 대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화를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대중어필'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선택했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예전에는 흥행이 안되도 (영화가 대중의 코드와 맞지 않않다든지) 핑계거리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핑계를 댈 수 없을 것 같다."
-흥행에 더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인가?
"사실 모든 작품은 흥행에 대한 부담이 있다. 특별히 이 영화라고 해서 더 한 것은 아니다."
-훗날 관객들이 박용우를 어떤 배우라고 기억해 주길 원하나?
"배우다운 배우. 포괄적이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이 사람에 대해 탐구하고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참 매력적인 일이다.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이 배우가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이뉴스24 이지영기자 jyl@joynews24.com사진 김정희기자 neptune07@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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