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여자를 만난다. 여자를 안기 위해 남자는 애타는 애정공세를 펼친다. 여자는 과연 남자의 품에 안길까.
홍상수 감독 영화의 큰 기둥은 남자와 여자의 만남과 그들이 벌이는 연애 행각이다. 뻔뻔하면서도 순진해 보이는, 젠체하면서도 속물임을 감추지 않는 남자 그리고 그들이 몸 달아 하는 여자, 홍상수 영화의 캐릭터는 신작 '밤과 낮'에서도 여전하다.
남자와 여자의 '여전한' 연애 수작을 그린다는 점에서 '밤과 낮'의 이야기를 홍상수 감독의 전작과 궤를 같이 한다. 파리를 배경으로 새로운 배우들이 등장함에도 홍상수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것은 그 큰 줄거리가 같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에서 남자주인공들이 어디론가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여자에게 매혹되는 것처럼 주인공 '성남'(김영호 분) 또한 파리로 떠나게 된다. 난생 처음 피운 대마초 때문에 경찰에 잡혀갈 것이 두려웠기 때문. 파리로 도피한 성남은 그곳에서 현지교민, 유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다.
파리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유정'(박은혜 분)에게 끌리는 성남. 매일밤 한국에 있는 아내(황수정 분)와 전화 통화를 하지만 유정을 향하는 마음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애 타는 성남과 달리 "여자랑 사귀면 사귀었지, 유부남은 안 사귄다"며 매몰차고 쌀쌀맞게 구는 유정. 하지만 뻔뻔하고 노골적인 성남의 구애에 유정도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8월 8일부터 시작된 성남의 독백을 시작으로 영화는 두달 동안 파리를 하닐없이 거니는 남자주인공의 일상을 보여준다. 도피를 떠나와 불안한 마음과 외로움, 금전적 궁핍함, 그리움, 욕구불만 등으로 위축된 성남이 목적없이 거니는 파리의 풍광은 매혹적이다.
강원도, 춘천, 종로, 서해안 등을 비추던 홍상수의 카메라는 최초로 해외로 날아가 파리의 담아왔다. 낭만과 예술로 명명되는 도시 파리는 영화 '밤과 낮'에서 주인공의 불안과 고독을 심화시키는 이국의 땅이다. 그리고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여학생에게 끌리는 마음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일탈의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에서와 파리에서의 삶은 마치 영화 제목 '밤과 낮'처럼 이질적이고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김영호가 분한 남자 '성남'의 작태는 뻔뻔하고 위선적이지만 실소를 자아내는 유머러스러스한 면을 지녔다. 노 개런티 출연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 박은혜의 새로운 매력과 북한 청년으로 우정 출연해 북한 사투리를 보여준 이선균의 모습도 웃음을 준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남자와 여자의 뻔하디 뻔한 연애담이 홍상수의 손을 거치면 매번 새로운 웃음과 호기심을 주는 것은 묘한 일이다. 훔쳐보기의 쾌감과 공감을 오락가락 오가게 하는 홍상수의 파리발 연애 일기 '밤과 낮'의 베를린 낭보도 기대해 볼일이다. 등급, 개봉일 미정.
[사진=영화사봄]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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