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펄펄' 날았던 두산의 해결사 김현수(20)가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본인은 절치부심 부활을 위해 이를 악물고 타석에 들어서고 있지만 좀처럼 안타가 나오지 않는다.
지난 30일 SK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 김현수는 이날마저도 4타수 무안타로 분루를 삼켰다. 한국시리즈 들어 무려 17타수 1안타의 빈공에 타율은 5푼9리까지 떨어졌다. 그 동안 그가 놓친 득점기회를 돌아보면 승부를 뒤바꿀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숱하게 있었기에 단순한 무안타 이상의 뼈아픈 침묵이다.
김현수는 최근 극심한 부진으로 말수가 확 줄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서 5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체면치레는 했지만, 삼진만 4차례나 당하면서 의기소침해지기 시작했다. 경기 전 덕아웃서 홍성흔과 함께 농담을 주고 받곤 하던 밝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취재진의 눈치를 보느라 조용히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는 일이 잦았다.
취재진 역시 아직은 어린 김현수에게 부담을 줄까 괜시리 말을 걸기 조심스러운 상황이 이어졌고, 때문에 김현수가 덕아웃으로 들어오면 수십명의 기자들과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지난 3차전 후 공식 인터뷰에서 김현수에 대한 배려를 당부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어린 현수가 안타에 대한 부담을 가지니 스윙을 서두르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괜찮냐'고 한 마디씩만 해도 현수는 20번 이상 그런 말을 듣는 셈"이라며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자"고 거듭 부탁했다.
두산은 김현수의 꾸준한 활약에 큰 도움을 받으며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이에 대해 부정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김현수의 부진에 더욱 아쉬워하며 그의 '부활'을 바라마지 않고 있다.
이제 두산은 벼랑 끝에 몰렸다. 문학 1차전에서 1승후 얼굴에 미소를 짓던 김경문 감독은 3연패 후 얼굴빛이 달라졌다. 작년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걱정이 앞서는 동시에 매 경기 승부처에서 주저앉은 분함에 어색한 웃음만 내비치고 있다.
김현수의 부진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는 말들이 많다. '심리적 위축'과 '상대 수비 시프트의 승리'까지 별의별 원인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거품론'까지 등장하며 김현수를 놓고 팬들은 설왕설래하고 있다.
아직은 어린 김현수이기에 대한민국 야구팬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한국시리즈서의 침묵은 사실 그에게 큰 부담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어떤 결과로 2008 한국시리즈를 마무리짓더라도, '김현수'이기에 이런 큰 무대서 아무나 겪을 수 없는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직 반격의 기회는 남아 있다. 결정적일 때 '한 건' 해주는 것이 스타의 본능이고, 결정타를 터뜨릴 수 있는 5차전이 김현수를 기다리고 있다.
만 20세의 나이로 정규시즌 타격 3관왕에 오르며 대한민국 야구계를 휩쓴 김현수다. 그만큼 자존심도 남다를 것이며 본인의 부진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은 경험 많은 베테랑보다 클 수밖에 없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마지막 기회서 마음껏 스윙을 가져가 보는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현수는 이대로 한국시리즈서 무릎을 꿇는다 해도 이미 칭찬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춰놓았기에 홀가분하게 제 스윙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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