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적이고 보이시한 느낌이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았어요. 한 때는 그런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었어요."
마스크에서 느껴지는 중성적인 느낌과 시니컬한 표정 때문일까. 데뷔 10년 동안 이영진은 독특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데뷔작인 '여고괴담'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 속 그녀가 맡았던 인물은 어딘가 닮아있다. 강하고 세다. 시니컬하고 덤덤하다.
여배우들이 한 번씩 거쳐가는, 이를테면 밝고 명랑한 여주인공이라든지 어려움에도 꿋꿋이 이겨나가는 캔디형 캐릭터, 남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청순가련형의 여인과 같은 캐릭터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사랑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녀는 이번 드라마에서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물론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표정과 냉소적인 모습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말이다.
"'맞짱'의 홍일점, 가끔 특별대우 받아요"
이영진은 현재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맞짱'에 출연하고 있다. 평범한 여대생에서 유흥업소 호스티스가 되면서 꿈이나 희망없이 살아가는 냉소적인 소희를 연기한다. 그러다 대학교 때 자신을 짝사랑했던 강건(유건 분)을 만나고 사랑을 받으며 다시 조금씩 변해간다.
"소희는 무미건조한 여자예요. 삶에 대한 큰 욕심이나 희망을 잃은, 매우 드라이한 인물이죠. 섬세한 감정선이 많이 필요해요. 시청자들이 익숙함을 느끼는 캐릭터라기보다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있는 역할인데 저한테 딱 맞는 것 같아요. 연기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맞짱'은 제작단계부터 100% 리얼 액션 드라마를 표방하는 드라마. 격투기를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거칠고 남성적이다. 이영진은 '맞짱'의 홍일점이다.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드라마에 섬세한 감정 연기와 멜로로 생기를 불어넣는다. 물론 촬영 현장에서 홍일점이라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감독님만 빼고 특별 대우를 해줘요(웃음). 촬영장 가면 '우리 여배우 왔다'며 잘해주세요. 날씨가 추우면 자신이 입고 있던 잠바도 내주고, 먹고 있던 과자도 선뜻 내주는 걸요. 액션 때문에 고생하는 다른 배우들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또 '액션이 없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죠."
"엄태웅의 연인으로만 부각되곤 싶지 않아"
데뷔 10년차 배우로, 모델로 쉼없이 활동하고 있는 이영진은 사실 '엄태웅의 연인'으로 더 유명하다. 그녀의 이름 앞에는 '엄태웅의 연인'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따라다닌다.
이영진은 이러한 호칭이 부담스럽지는 않냐는 질문에 "불편할 것도 없지만 편할 것도 없다"고 답했다.
"열애설이 공개될 때부터 그냥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왔던 것 같아요. 내가 만나는 엄태웅이라는 사람이 유부남인 것도, 애를 숨겨둔 것도 아닌데 불편을 느껴야 할 이유는 없었어요. 언론에 공개되고 유명세를 치뤘을 때도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담담했죠. 굳이 숨길 필요가 있나요? 그래도 엄태웅의 연인으로만 크게 부각되고 싶진 않아요."
'맞짱'에 우정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한 엄태웅은 그녀에게 든든한 조력자이며 고마운 사람이다. 그러나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그녀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는 않는다고.
"연기에 대해 지적해준다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연기에 대해서는 아무리 친한 가족이더라도 왈가왈부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적보다는 편안하게 응원하고 격려해줘요. 이번 작품 역시 '수고해줬으면 좋겠다'든지 '잘했어'라고 응원을 해주는 편이죠."
연인 엄태웅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던 이영진은 "기회가 되면 엄태웅과 한 작품에 출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하기도 했다.
"기회가 되면 같이 한다고 해서 나쁠 것 같지는 않아요. 굳이 연인이라서 피해야 된다는 생각은 없어요. 저도 제 역할이 마음에 들고 그 분도 자기 역할이 마음에 든다면 같이 출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물론 '꼭 같이 해야지'하는 강박관념도 없지만요."
이영진, '느낌 있는 배우'를 꿈꾼다
이영진은 모델로서도, 배우로서도 열심이다. 지금은 '맞짱'으로 연기에 몰입하고 있지만 모델은 그녀의 연기가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신인 때는 카메라가 너무 어려웠어요. 렌즈 너머의 다른 누군가가 나를 본다는 것이 무서웠어요. 모델 일로 카메라가 익숙해진 후 연기를 하니깐 그 큰 카메라 무섭지 않더라구요. 또 모델 화보 촬영도 다 콘셉트도 있고 감정선도 있고 드라마틱하니깐 연기에 도움도 되요. 좀 더 다양한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도 있고요."
화보 속에서 자신만의 느낌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이영진. 배우로서도 자신만의 느낌을 찾고 싶다고.
"사실 어떤 캐릭터를 맡았을때 '저 배우니깐 이런 느낌이 나오는구나'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똑같이 뻔한 역할이더라도 제가 했을 때 저만의 느낌이 있었으면 하죠. 내 색깔이 강한 것보다 그 캐릭터에 흡수돼서 그런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럴려면 지금 보여주고 있는 이미지보다 그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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