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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국이 부르는 '이등병의 편지'


짧은 머리와 검게 그을린 얼굴, 그리고 아직은 조금 딱딱한(?) 몸짓까지. 누가 봐도 딱 '군인'이었다.

바로 '이등병' 최성국(26, 광주상무)이었다. 지난 3일부터 광주에서 훈련 중인 최성국을 19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최성국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원래 '이등병'이라고 하면, 지옥에 떨어진 듯한 침울하고 어두운 표정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최성국은 달랐다.

최성국의 현재 계급은 '이등병'이지만 현실적인 계급은 '상병' 쯤 되는 것이다. 상무에 늦게 들어와도 축구계 선배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먼저 들어온 선임병이라도 축구계 선배에게 막 대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광주 상무의 전통이고 관례다. 스물여섯살, 조금은 나이든 '이등병' 최성국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그래도 군대는 군대다. 처음 2주 동안은 축구계 후배라도 선임병으로서 깍듯이 대해야만 한다. 호칭과 존댓말, 절도 있는 행동 등 여느 군대와 다름없는 군대서열이 존재한다. 2주가 지나면 축구계 서열로 돌아온다.

2주가 지나 '현실적인 계급'은 올라갔지만 이제 갓 훈련소 생활을 끝내고 자대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최성국은 '이등병'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등병' 최성국은 훈련소에서 받았던 군사훈련, 그리고 현재의 상무 생활 등을 재미있게 털어놨다.

최성국이 부르는 '이등병의 편지'다.

◆앉아있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최성국은 지난해 12월23일 논산 훈련소에 입소했다. 겨울의 추위가 절정에 이를 시기에 입대를 한 것이다. 같은 기온이라도 군대에서는 더욱 춥게만 느껴지게 마련이다. 최성국은 "너무나 추웠다. 정말 추울 때 들어갔다. 추운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성국에게 추위보다 더욱 힘든 것이 있었다. 4주 동안 받는 군사훈련은 최성국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프로 스포츠의 훈련을 소화하고, 한국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하나인 최성국이 기초적인 군사훈련이 힘들 리가 없다. 체력적으로 힘든 점은 하나도 없었다. 가장 힘든 것은 '앉아있기'였다.

최성국은 "훈련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소위 '각 잡고 앉아있기'가 힘들었다는 말이다. 양반다리에 두 팔을 쭉 펴서 무릎위에 주먹을 올려놓아야 하는 고난이도(?)의 자세는 오래 그대로 있으면 온 몸에 마비가 오는 듯했다.

이렇게 앉아있는 자세를 보고, 팔은 얼마나 곧게 뻗었나를 보고 '군기의 정도'를 판단하니 자세를 흐트러뜨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PX는 나의 꿈

"PX 가는 것이 꿈이었다."

모든 군인들의 열망 PX. 훈련병 최성국도 다르지 않았다. 최성국은 PX를 가기 위해 자신의 특기를 마음껏 발휘했다고 한다.

최성국은 "밥을 너무 적게 주더라. 그래서 항상 배가 고팠다. PX 가는 것이 꿈이었다. 간부들과 축구내기를 해서 이겼다. 처음엔 수비수를 했는데 안되겠다 싶어 공격수를 했다. 쉬엄쉬엄 했는데도 이겼다"고 말했다. 논산 훈련소에서 최성국의 드리블과 슈팅을 막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최성국은 PX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직업(?)을 마음껏 활용했다.

최성국은 "훈련소에서 피자를 먹으니까 너무나 색다르더라"며 행복한 미소를 던졌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그리고 카라까지

군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TV 프로그램은 가요프로다. 젊고, 아름답고, 섹시한 여자 가수들이 나오면 내무반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뀐다. 혈기 왕성한 젊은 군인들의 본능이다.

최성국은 훈련소 동기들의 원더걸스, 소녀시대 사랑을 전했다. "훈련소 내무반에는 TV가 없다. 종교활동을 가면 나는 기독교 쪽으로 갔는데 불교가 인기 폭발이었다. 200명 중 170명 이상이 불교 쪽으로 종교활동을 갔다. 이유는 불교에 가면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그리고 카라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줬다"고 설명했다.

어린 소녀들의 몸짓과 목소리가 종교의 벽마저 허물어버릴 만큼 대단했다. 최성국은 유뷰남이라서 그런가. 별 감흥이 없었다. "불교쪽에 그렇게 가는 것 보니 희한하더라. 난 별로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

◆불침번, 예외 없다

불침번. 군 생활 중 가장 짜증나고 힘든 일 가운데 하나다.

'이등병' 최성국도 불침번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래도 축구를 위해 군대에 들어간 축구선수들이라 불침번을 서지 않을 것만 같았다. 최성국은 군인인 이상 불침번을 서며 평화로운 내무반 새벽을 책임진다고 전했다.

최성국은 "훈련소에서는 매일 (불침번) 섰다. 새벽에 일어나니 너무나 귀찮더라. 부대에 와서도 예외는 없다. 부대에 사람이 많아 한 달에 한번 정도 불침번이 돌아온다"며 내무반 취침의 평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0년이 오냐?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모든 군인들의 달력은 하루에 하나씩의 가위표가 생긴다. 제대 날짜만 기다려 보는데 시간은 너무나 더디 간다. 선임병들은 국방부 시계는 멈췄다며 후임병 놀리기에 바쁘다.

최성국의 제대 날짜는 2010년 10월3일. 최성국은 "형들이 2010년이 오냐며 놀리고 있다. 훈련소에서는 지루하고 시간이 정말 안 갔지만 부대에 오니 재미있다. 제대 날짜는 체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등병' 최성국의 하루는 그렇게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었다. 군인이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강한 최성국. 2009년 '이등병' 최성국이 빼어난 활약을 펼쳐 '포상휴가'를 많이 받기를 기대해 본다.

조이뉴스24 광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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