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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로맨스, '꽃남'보다 '미워도 다시 한번'


"진정으로 인생을 아는 40~50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동료 연기자들이 모두 파이팅을 해주고 있다.", "중년의 로맨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여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TV 드라마에서 중년 연기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왕년에 잘 나가던 톱배우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맡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적인 게 현실이고, 또한 그 상황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데뷔 15년을 넘긴 한 중견 배우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왜 모습을 볼 수 없느냐는 질문에 "누가 불러줘야 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중년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KBS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극본 조희, 연출 김종창)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최근 인기몰이 중이다.

어느 틈엔가 남녀간의 사랑은 젊은 청춘 배우들의 전유물로 인식됐고, 중년의 로맨스는 그저 극의 소소한 재미를 위해 추가되는 양념처럼 여겨졌다.

이로 인해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볼 만한 TV 드라마가 갈수록 희소해지고, 서로 다른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특히 채널 선택권을 점점 자녀들에게 빼앗기고 있는 이들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만한 혹은 감정이입을 할만한 창구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첫사랑에 대한 아픈 추억과 정략결혼의 비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신과 복수 그리고 출생의 비밀 등 갖가지 통속적인 코드가 가미된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은 불편하지만 반가운 드라마로 인식되고 있다.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에 있는 KBS 드라마센터에서 만난 박상원, 최명길, 전인화 등 이 드라마의 주연 배우들은 오랜만에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비견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 같이 "오랜만에 신나게 연기하고 있다"며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극중 박상원(이정훈 역)을 두고 최명길(한명인 역)과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는 전인화는 "우리 나이의 연기자들이 일찍 엄마 배역으로 넘어 가는 게 현실인데 이렇게 사랑 이야기를 그릴 수 있어 좋았다. 나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슬픈 현실을 수긍하는 편이었는데 이런 배역을 맡게 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원 역시 "정말 많은 동료 연기자들이 우리 드라마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파이팅을 외쳐준다"며 "우리 작품이 좋은 결과를 얻어 중견 배우들에게 앞으로도 이와 같은 기회가 많이 주어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최명길은 "우리 드라마는 명인과 정훈, 혜정(전인화 분)의 삼각 멜로가 내용의 전부는 아니다"며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과 그를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갈등을 풀어내고 있다. 결국 한명인이라는 한 여자의 삶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 중년 여성의 복수와 뼈아픈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극중 20대 후반의 나이의 아들(정겨운 분)을 가진 어머니로도 등장하는 그는 "옛날 같았으면 민수가 내 아들이라는 게 가슴에 안 와 닿았고 버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엄마가 누나나 언니 같은 이미지로 보여져 오히려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폭 넓게 연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배역의 한계에서 오는 두려움도 뛰어 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중년에게도 '피끓는 사연'이 있다는 데서 출발한 '미워도 다시 한번'은 오랜만에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드라마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출생의 비밀과 불륜 등 통속적인 코드가 가미되며 진부한 드라마라는 평가도 함께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박상원은 "여러 가지 평가가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진부하다는 것은 좋게 보면 그만큼 공감 가는 요소가 많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젊은 청춘 남녀에서 고등학생들의 사랑 이야기로 안방 극장의 멜로가 점차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는 요즈음. 중년의 로맨스는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뿐더러 가히 파격적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조이뉴스24 김명은기자 drama@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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