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의 '제2의 정성훈 만들기 프로젝트'…'임경현'

2008년 대전 시티즌에서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한 정성훈(30). 당시 정성훈은 그리 주목의 대상이 아니었다.

무명에 가깝던 정성훈은 황선홍 감독을 만났고, 변하기 시작했다. 황선홍 감독은 2008시즌 정성훈을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명단에 빠지지 않고 넣으며 기회를 줬다. 가능성을 보이던 정성훈은 올림픽 휴식기 이후 9경기(컵대회 포함)에서 6골 1도움으로 대폭발했다. 2008시즌 총 31경기 출전, 8골4도움을 기록했다.

이런 활약을 앞세워 허정무 감독의 국가대표팀에 늦깎이 데뷔해 이목을 끌었고, 대표팀 데뷔 무대에서 축구팬들을 놀라게 하는 눈부신 활약으로 긍정적인 평가와 팬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허정무호에 이름을 항상 올리며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황선홍 감독이 부산에서 1년을 보낸 시간 동안 가장 큰 수확이라면 바로 정성훈의 발전이었다. 스트라이커로서의 본능이 통했던 것.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간판 스트라이커' 출신 황선홍의 눈에 든 공격수라면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정성훈은 황선홍 감독을 만난 1년 사이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변모했다.

정성훈에 이어 또 한 명의 스트라이커가 황선홍 감독 눈에 들었다. 바로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부산에 입단한 임경현(23)이다. 임경현은 2007년 숭실대의 전국체전 우승, 2008년 대학선수권 준우승을 이끈 골잡이다. 황선홍 감독이 드래프트에서 주저 없이 임경현을 뽑은 것은 그에 대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8일 '2009 K리그' 1라운드 인천과 부산의 경기가 열리기 전 만난 황선홍 감독은 임경현에 대한 기대감과 믿음을 드러냈다.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선수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황선홍 감독은 주저 없이 "임경현"이라고 대답했다.

황선홍 감독은 "임경현은 잘 뽑은 것 같다. 임경현은 샤프하고 지능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터프하고 스피드가 있다. 그리고 적극적이다. 상대에 부담 줄 수 있는 선수다. 베스트로 내보내든 조커로 내보내든 활용가치는 충분히 있다. 틀림없이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터키 전지훈련에서 두각을 보였다. 득점은 많이 하지 못했지만 움직임이 날카로워 팀 동료들에게 공간이나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냈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상대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다. 막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임경현의 능력에 극찬을 보냈다.

현재 부산에서는 구아라와 양동현이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3~4경기 출장하지 못한다. 그만큼 임경현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공백을 메워야 하고, 리그 초반 팀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좋은 활약을 펼쳐야만 한다.

황선홍 감독은 "임경현을 오늘 개막전 선발에 넣었다. 신인이라서 걱정은 된다. 개막전에 적응했으면 좋겠다. 오늘 신인이라 어떤 활약상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양동현과 구아라가 복귀할 때까지 어떻게 팀을 이끌까 고민 중이다. 임경현이 그 때까지 제 역할을 해내길 기대하고 있다"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런 황선홍 감독의 기대감이 처음부터 만족감으로 차지는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부산은 인천에 0-1로 패배했다. 황선홍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임경현은 의욕은 넘쳤지만, 볼터치가 불안했고 드리블 돌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임경현은 단 한 개의 슈팅도 때리지 못한 채 후반 24분 최광희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던 임경현을 황선홍 감독은 어깨를 쳐주며 격려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루키' 임경현은 이제 겨우 데뷔전을 치렀을 뿐이다.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또 옆에는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출신 황선홍 감독이 있다.

황선홍 감독이 지목한 스트라이커 임경현이 언제 두각을 나타낼지, 또 언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날지, 황선홍의 '제2의 정성훈 만들기 프로젝트'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