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양날의 검이다.
젊음이 만들어내는 활력과 파괴력은 너무나 강하다. 하지만 젊음이 예상 밖의 난관에 부딪쳤을 때는 너무나 무기력하다. K리그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는 FC서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젊음이다. 또 가장 치명적인 약점 역시 젊음이다.
서울은 평균 나이 23세. K리그에서 가장 젊은 팀으로 꼽힌다. 이 젊음이 잘 풀릴 때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지난 2경기에서 무려 10골이나 폭발시켰다. 젊음으로 상대팀을 초토화 시키며 날아올랐다. 하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젊음은 단지 경험이 부족한 선수일 뿐이었다.
서울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09 K리그' 2라운드 강원FC와의 경기에서 김진일과 윤준하에 골을 허용, 1-2 패배를 당했다. 평균 5골을 몰아넣은 화력은 멈췄고, 무서울 것 없었던 기세는 한풀 꺾이게 됐다.
서울은 전반 초반 강원에 끌려 다니며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32분 이승렬이 헤딩으로 골네트를 가르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서울의 젊음은 동점골로 인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전반 39분 케빈이 핸드볼반칙으로 퇴장당한 것. 예상 밖의 난관에 부딪치자 서울의 젊음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후반에 골을 허용해 패배하고 말했다.
서울은 전반 43분 김치우, 후반 시작과 함께 기성용, 후반 34분 이청용 등 팀의 주축선수을 투입해 난관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서울에는 베테랑이 필요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움직임으로 젊음을 뒤에서 받쳐줄 수 있는, 젊음에 날개를 달아줄 베테랑의 존재가 절실한 한 판이었다.
서울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김병지, 이을용, 김은중 등 베테랑 선수들과 모두 결별을 선언했다. 그래서 서울은 더욱 젊어졌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젊음의 양면성 때문이었다.
FC서울 귀네슈 감독은 지난 'K리그 개막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런 우려에 대해 "용병 선수들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이을용, 김병지 등과 같은 선수들의 역할을 해낼 능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베테랑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났다. 그 차이를 강원의 이을용이 몸소 보여줬다.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능력 외에 베테랑들이 충고해주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젊은 선수들에게는 큰 도움과 자신감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젊음'의 서울은 결국 '베테랑' 이을용에게 무너진 것이다.
강원 역시 K리그에서 가장 젊은 팀 중 하나다. 대부분 K리그 경험이 없는 신인선수들이다. 강원의 젊은 선수들이 우승후보 서울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이을용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을용은 우선 자신의 능력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줬다. 전반 3분 강원의 파상공세를 알리는 마사히로의 논스톱 슈팅. 바로 이을용의 정확한 크로스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전반 6분 중거리 슈팅으로 서울을 위협했고, 후반 8분 김봉겸이 왼쪽 골포스트를 맞출 수 있었던 완벽한 패스도 이을용의 발에서 나왔다.
이을용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날카로운 패스와 슈팅을 시도했고, 노련함과 경험으로 서울을 요리했다.
이을용이 그라운드 내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욱 큰 힘을 발휘했던 것이 바로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역할이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 소속이었던 이을용이라 우승후보 서울이라도 젊은 선수들에게는 두렵지 않았다.
2경기 연속골의 주인공인 윤준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을용이 형이 비기면 비겼지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감만 가지면 어떤 팀이건 다 똑같다고 했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을용은 "경기전에 젊음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우리는 신생팀이고 서울이 우리보다 객관적으로 한 수 위다. 마음 편하게 하자고 했는데 그것이 적중했다"며 어린 선수들에게 맏형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을 알렸다.
이어 "서울의 플레이는 중원에서의 압박이 강하다. 우리가 볼 점유률을 높이면서 원-투 패스로 빠져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승리의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최순호 감독 역시 이을용에 대한 믿음이 대단했다.
최순호 감독은 "이을용이 고향팀을 선택해줬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다. 새로운 출발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환한 미소를 드러냈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베테랑 이을용의 조화. 그리고 강원도민들의 열렬한 응원. 이것이 바로 강원 태풍의 '핵'이다.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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