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빅볼'과 '스몰볼'의 조화

한국의 승리는 완벽했다. 초반 선발 류현진의 부진은 경기의 재미를 더한 '양념'일 뿐이었다.

한국은 16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첫 경기 멕시코전서 솔로포 3방과 7회말 타자 일순하며 대거 4점을 뽑아내는 등 타선의 완벽한 지원에 힘입어 8-2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선발로 등판한 류현진은 2⅔이닝 동안 5피안타 3탈삼진 1볼넷 2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한국은 정현욱-정대현-김광현-윤석민-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완벽 계투진으로 '공포 타선' 멕시코를 무기력하게 주저앉혔다.

투수진의 호투도 대단했지만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타선의 활약도 빛났다. 한 마디로 '스몰볼'과 '빅볼'이 적절히 어우러지며 멕시코 투수진을 유린했다.

2회초 류현진이 먼저 2실점한 가운데 한국은 곧이은 2회말 이범호가 좌월 솔로포로 '빅볼'의 일단을 선보였다. 이어 이용규가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계속된 리드로 멕시코 선발 페레즈를 괴롭혔고, 끝내 한 템포 느린 도루(딜레이드 스틸)로 2루를 훔쳤다.

박경완의 삼진 이후 박기혁의 2루 땅볼 때 애드가 곤잘레스의 1루 악송구로 이용규는 가뿐히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이용규의 끈질긴 베이스러닝이 아니었다면 얻어낼 수 없었던 1점이었다.

한국은 이후 4회말 김태균과 5회말 고영민이 잇달아 펫코파크의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로 강타자가 즐비한 멕시코의 눈앞에서 '빅볼'의 진수를 보여줬다.

게다가 7회말에는 타자일순하며 4점을 뽑아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특히, 4점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한국은 또 다시 '스몰볼'의 무서움을 선보였다.

선두타자 고영민의 기습번트와 김현수(대주자 이진영)의 볼넷 이후 멕시코는 4번째 투수로 데이비드 코르테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아직 마운드 적응도 안되어 있을 시점에서 김인식 감독은 과감한 '더블스틸' 사인을 냈다.

고영민과 이진영은 주저없이 동시에 도루를 시도했고, 포수 로드 바라하스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공을 던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단숨에 무사 2, 3루를 만드는, 허를 찌르는 작전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한국은 곧바로 김태균이 좌전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6-2로 도망갔고, 이후 추가 득점의 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택근의 볼넷으로 다시 무사 1,2루가 된 다음에는 이범호가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는 척하다 갑자기 타격자세를 바꿔 강공을 폈고,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른 이 작전도 기막히게 들어맞으며 좌전안타로 연결됐다. 무사 만루를 엮어낸 한국은 편안하게 2점을 더 뽑아내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

이날 한국의 득점 과정은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빅볼'과 '스몰볼'의 조화가 이뤄낸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