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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젊음의 독배'를 마시다


젊은 패기 조율할 '베테랑 부재'가 감바 오사카전 패배의 한 요인

FC서울이 '젊음의 독배'를 마셨다.

서울은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0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2차전 감바 오사카와의 경기에서 오사카 공격수 레안드로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2-4로 완패했다. K리그와 J리그의 라이벌 대결에서, 그것도 홈구장에서 당한 굴욕적 패배다.

서울은 평균 나이 23세. K리그에서 가장 젊은 팀으로 꼽힌다. 이 젊음이 잘 풀릴 때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시즌 초반 2경기에서 무려 10골이나 폭발시켰다. 하지만 예상 밖의 난관에 부닥치거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젊음은 단지 경험이 부족한 선수일 뿐이었다. 서울은 이렇게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다.

서울의 최대무기가 가장 큰 약점으로 돌아왔다. 오사카전에서도 여실히 서울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오사카는 경기 초반부터 거친 플레이로 일관했다. 고의적인 파울로 서울 선수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반 13분 한태유의 어이없는 패스미스에 이어 야마자키에 선제골을 허용하자 서울의 젊음은 평정심을 잃기 시작했다.

서울 선수들도 거칠게 반응했고, 표정에는 짜증이 역력했다. 평정심을 잃은 패스는 한 템포 늦거나 짧았고, 슈팅도 정확하지 못했다. 전반 28분 엔도는 기성용을 자극했고, 기성용은 엔도를 고의적으로 걷어차 옐로카드를 받았다. 엔도 역시 옐로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심리적인 승자는 엔도였다.

후반 서울의 젊음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졌다. 수많은 기회에도 아쉽게 골로 연결시키지 못해 짜증이 더했고, 오사카에 연속골을 먹으니 이성을 잃은 듯 했다. 김진규, 정조국 등은 경기 중 오사카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렸고, 정조국은 종료 직전 골키퍼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박동혁이 말렸지만 정조국의 짜증은 멈추지 않았다. 서울은 오사카와의 심리전에서도 완패를 한 것이다.

반면, 오사카 선수들은 노련하고 여유로웠다. 거친 파울을 당해도 항의를 할 뿐, 다시 평정심을 찾아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여우같은 노련함으로 서울의 젊음을 쥐락펴락했다.

지난 14일 강원FC와의 경기에서도 보여준 약점이 여실히 드러난 한 판이었다. 서울에는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선수들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그리고 젊음과 패기를 아우르고 이끌어줄 수 있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서울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김병지, 이을용, 김은중 등 베테랑 선수들과 모두 결별을 선언했다. 그래서 서울은 더욱 젊어졌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귀네슈 감독은 지난 'K리그 개막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런 우려에 대해 "용병 선수들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이을용, 김병지 등과 같은 선수들의 역할을 해낼 능력이 있다"고 말했지만 그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경기 후 '팀에 베테랑이 없는 것이 이런 결과를 낳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귀네슈 감독은 즉답을 피했다. 귀네슈 감독은 "모든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존중한다. 하지만 경기를 전체적으로 잘 봐야만 한다. 어느 팀이 잘했는지 봐라. 우리 선수들이 훨씬 좋은 축구를 했다. 오늘은 실수가 많았기에 승리하지 못했다. 지난 강원전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감바 오사카 유니폼을 입고 뛴 조재진 역시 서울의 이런 약점을 알고 있었다. 경기 후 만난 조재진은 "동료들에게 서울 선수들이 기량은 좋지만 어려서 흥분을 잘한다고 설명해줬다. 선수들이 그것을 머리에 넣고 상대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베테랑이 없는 서울의 젊음이 다시 날개를 펴기 위해서는 체력, 기술적 훈련 못지않게 심리전에서 이길 수 있는 훈련에 집중해야만 할 것 같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김정희기자 neptune07@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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