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럽들이 성남 원정을 가면 당연히 성남과 싸운다. 그리고 싸워야만 하는 또 다른 '적'이 있다. 어쩌면 성남보다 더욱 무서운 적일 지도 모른다. 바로 '잔디'다.
성남 홈 경기장인 성남종합운동장 잔디의 문제점에 대한 불만이 또다시 터져나왔다. 성남종합운동장의 그라운드 상태와 잔디는 K리그 구장 중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고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변한 것은 찾아볼 수 없고 성남 원정을 오는 팀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9일 성남과 '2009 K리그' 9라운드를 치르기 위해 성남종합운동장을 찾은 부산 아이파크. 부산은 성남과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챙겼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은 어웨이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챙긴 것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잔디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황선홍 감독은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서 두 팀 모두 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황선홍 감독의 변명이 아니다. 그동안 성남종합운동장을 찾은 수많은 K리그 감독들이 이런 불만을 표출했다. 이 경기장에서 경기를 뛴 많은 선수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잔디 상태는 분명 선수들의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질 낮은 잔디와 움푹 팬 그라운드는 모든 것을 불규칙하게 만든다. 짧고 정확한 패스를 방해하고, 공을 컨트롤 하는데도 어려움을 느끼게 만든다. 당연히 슈팅도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템포가 느려지고 결국 경기의 질이 떨어진다. 또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크다.
황선홍 감독의 불만에 대해 신태용 성남 감독은 "항상 어웨이 팀 관계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얼굴을 못 들겠다. 상대팀의 플레이에 문제를 느끼게 만들 것이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어웨이 팀들의 불만이 많지만 정작 홈 팀인 성남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성남이 가장 많은 경기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웨이 팀에는 미안하고, 홈 팀 자신들의 경기력도 마음대로 펼칠 수 없는 최악 중의 최악의 상태다. 시대가 바뀌고 월드컵 이후로 모든 프로경기장의 환경이 개선됐지만 성남에는 딴 나라 이야기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성남종합운동장에서 나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하지 못해 답답하다. 불규칙 바운드가 많아 짜증난다. 하지만 여건이 어쩔 수 없다. 운동장 관리를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성남종합운동장의 관리와 책임은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의 몫이다. 성남시에는 성남 시민들이 축구를 즐길 만한 잔디 구장이 별로 없다. 그래서 성남시는 성남 시민들의 즐거움과 문화적 공간을 위해 성남종합운동장을 대관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프로구단 성남만의 전용구장이 아닌, 모든 시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운동장이다.
이런 운동장을 최악의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시민들의 문화적 질을 낮추고 프로축구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만족감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성남종합운동장의 질 낮은 잔디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성남 시민이다.
움푹 팬 위험한 경기장에서 스포츠를 즐겨야 하고, 또 돈을 내고도 경기의 질이 떨어진 프로 경기를 관람해야만 한다. 잔디가 좋다면 더욱 많은 시민들이 성남운동장을 찾아 축구를 즐길 것이고, 그라운드 상태가 최상이라면 질 높은 프로 축구의 묘미를 느끼기 위해 더욱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성남 시민들을 위해서, 그리고 프로구단 성남의 경기력 상승과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잔디의 질을 개선해야만 한다.
성남구단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일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성남종합운동장이 너무 오래돼 여건이 좋지 않다. 성남시에서 노력은 하고 있다는데 전문적인 관리가 부족한 듯하다. 이런 구장의 모습이 성남의 이미지와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개선이 필요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이뉴스24 성남=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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