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복귀한 두산 베어스의 우완 박정배(28)가 글러브를 '팡팡' 치면서 각오를 다졌다. 1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등판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박정배는 요즘 김경문 감독이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매일 긴장감을 가득 안고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박정배는 2006 시즌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한 뒤 지난 11월말부터 잠실구장을 오가면서 올 시즌을 대비했다. 소집해제날은 1월 1일이었지만 휴가를 아끼고 아껴 '현역' 신분으로 웨이트에 열중했고, 못다푼 한을 불태우기 위해 절치부심 몸을 만들어왔다.
박정배는 한양대를 졸업하고 2005년 2차 5순위로 두산에 입단했지만, 아직까지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2005 시즌 12경기 15⅓이닝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8.22를 기록했고, 2006 시즌 7경기 4⅔이닝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9.64를 기록한 것이 그가 지난 시즌까지 프로 무대에서 거둔 성적의 전부다.
그리고 지난 6일 박정배는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곧바로 경기에 투입됐다. 당시 상대는 LG, 경기 상황은 1-3으로 뒤지고 있던 9회초였다. 이날 박정배는 1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데뷔전을 치러냈지만, '패전처리용'으로 기용됐기에 조용히 덕아웃으로 들어와야 했다.
이튿날인 7일 LG전 역시 박정배는 선발 김선우가 난타당한 6회초 2사 이후 등판해 0.1이닝 동안 1피안타, 2폭투를 기록하며 쉽지 않은 1군 등판무대를 또 다시 경험했다.
박정배는 현재 두산 베어스의 패전처리용 투수다. 아직 두 경기에 '살짝' 등판했을 뿐이고, 그 누구보다 투구에 목마르지만 자신이 마운드에 올라갈 때는 팀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탓에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든다.
1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 비해 많은 나이인 박정배는 사실 팀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기가 쉽지 않다. 올해 복귀했고, 성격도 조용하다. 또 주력군과의 보이지않는 선도 그를 위축되게 만든다.
하지만 박정배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볼 참이다. 지난 해 11월 자신을 믿고 백년가약을 맺은 와이프 장희선 씨가 오는 9월, 예쁜 공주님을 출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야구를 해야 하기에 박정배의 각오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다.
지난 12일 목동 히어로즈전에 앞서 박정배는 함께 어울려 농담을 즐기는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덕아웃 뒤쪽 의자에 홀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지난 겨울 잠실 트레이닝장에서 면식이 있었던 기자가 다가가 인사를 건네니 "반갑다"고 활짝 웃는다.
박정배는 "1군에 있으니까 정말 좋긴 좋네요. 사실 9월에 아내가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거든요. 통장 상황도 별로 좋지않고, 수당(연봉 5천만원 미만의 선수는 1군 등록 시 자신의 연봉과 5천만원의 차액의 1/300을 일당으로 추가 지급받는다)도 받아야 하거든요"라고 책임감 있는 말을 털어놓는다.
이어 박정배는 "분명한 점은 입대 전과는 정말 몸이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변화구의 각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1군에 있을 동안 최선을 다할 겁니다"라고 왼손에 낀 글러브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9월 출산할 아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죠"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니 박정배는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그런 날이 오겠죠? 알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잡는다.
2천1백만원. 올 시즌 박정배의 연봉이다. 그리고 그는 가족을 위해 오늘도 글러브를 소중히 챙기고 경기장으로 달려간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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