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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리더십'으로 변한 허정무 감독, 본선을 위해서는…


무한경쟁 내세워 세대교체 성공, 지도력 업그레이드로 16강 대비해야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K리그 전남 드래곤즈 재임 시절 무승부를 양산하자 한 네티즌이 '허정무컵'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2006 K리그에서 전남이 26경기 중 13차례나 무승부를 기록하자 허 감독의 이름을 따 만든 가상의 순위 결정 방식이다. 무승부에 승점 3점을 부여해 합산된 점수가 높은 순으로 순위를 산정해 우승팀(?)을 가리고 있다.

이른바 '무재배'의 달인으로 네티즌과 축구팬들에게 인식되던 허정무 감독이 2007년 12월 핌 베어벡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되자 부정적인 반응이 폭발했다.

'무재배'라는 부담을 안고 시작한 대표팀 사령탑

허정무 감독은 대표 감독 취임 일성에서 "축구 인생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 선수들의 프로의식에 문제가 있다. 누구든 대표팀에 기회가 있다"라며 국가대표 선수가 되려면 강한 정신력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듬해 1월 30일 칠레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소집된 대표팀 훈련은 '체력장'을 방불케 했다. 선수들은 단내나는 체력 훈련을 했고 일부에서는 '진돗개'로 불리는 허 감독이 일방통행식으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칠레에 0-1로 패하며 첫선을 보인 허정무호지만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4-0의 대승을 거두며 시원한 출발을 했다.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은 허 감독은 모든 선수에게 대표팀의 문이 열려야 함을 강조했고 K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인 이들을 대거 수혈했다.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전남 드래곤즈)는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해외파를 제외하고 나선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허 감독은 골키퍼 염동균을 제외한 모든 선수에 출전 기회를 제공하며 확실한 실험을 했다. 우승은 덤으로 따라왔고 경쟁이 유도되면서 대표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경쟁'이라는 화두는 허정무호를 지배했다. 허 감독은 K리그를 꾸준히 관찰하며 새로운 선수 발굴에 나섰다. 다양한 선수들이 테스트를 받았고 확실한 주전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누구나 대표팀을 꿈꾸게 됐다.

하지만, 북한과의 3차 예선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요르단과의 홈 2차전에서도 2-2로 비기자 경질론이 고개를 들었다. 3승3무로 3차예선을 통과하고 최종예선에 올랐지만 전술 부재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경쟁'을 화두로 대표팀 개편에 성공…지도력 업그레이드 과제 남아

젊은피에 눈을 돌린 허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에서 활약했던 기성용(FC서울)을 과감히 선발했다. 국내로 돌아와 부활 기미를 보인 이천수(전남 드래곤즈)도 합류했다.

기성용은 북한과의 최종예선 1차전에 투입돼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허 감독의 선수 기용술을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이천수는 별다른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는 이번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이란 3연전 대표 발탁에 있어 참고가 됐다.

이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 및 UAE와의 2차전에서 허 감독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김정우(성남 일화)-기성용-이청용(이상 FC서울)으로 구성된 미드필드진을 내세웠다. 공격에는 이근호(주빌로 이와타)와 함께 장신의 정성훈(부산 아이파크)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어린 선수들의 활동력 있는 움직임과 정성훈의 전력을 다한 플레이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와 함께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는 김남일 대신 박지성에 주장을 맡겨 자율적 의사소통 구조를 강화했다.

'캡틴' 박지성의 리더십과 함께 갖춰진 조직력은 사우디-이란-북한이라는 겹겹이 쌓인 고비를 넘는데 큰 힘으로 작용했다.

매번 이들과의 경기에 앞서 치른 평가전은 전술 시험의 무대였다. 비기는 경기가 속출해 비판 여론이 조성되기라도 하면 '참고 본 경기를 지켜보라'며 조급함을 잠재우는 데 최선을 다했다. 결국, 이런 뚝심은 통했고 22경기 무패행진(11승 11무)과 함께 12년 만에 국내파 감독의 힘으로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냈다.

물론, 어디까지나 1차적인 성공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을 노리는 허 감독 입장에서는 타 대륙 강팀과 수 차례 만나 깨지며 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야, 지도력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제대로 '사고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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