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국축구의 '간판'이자 '주장'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17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최종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24경기 무패행진(12승12무)으로 월드컵 예선 일정을 마감했다.
이미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해 이란보다 한층 여유로웠던 한국이었지만 허정무 감독은 정예 멤버를 구성해 맞섰다. 그 속에는 지칠 대로 지친 박지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지성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쉼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경기를 조율했다. 그의 활동량은 이란 수비진을 당황하게 했고, 박지성은 파울로 프리킥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했다.
후반 5분 한국은 한순간의 집중력 저하로 이란에 선제골을 내줬다. 자칫하면 허정무호 출범 후 이어오던 23경기 무패행진이 끊기는 것은 물론 최종예선 첫 패배를 안으며 찝찝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골을 넣으며 앞서간 이란은 플랫4와 두 명의 미드필더가 공격에 가담하지 않으며 골 지키기에 나섰다. 한국은 롱패스를 통해 이란의 수비 공간을 깨는데 주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란은 점수를 지키고 승리한 뒤 북한-사우디아라비아가 무승부를 기록하면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할 수 있어 한 골을 지키는 것이 절대적이었다.
이 때 이란의 꿈을 박지성이 무참히 밟아버렸다. 박지성은 후반 36분 왼쪽 미드필드에서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들다 이근호와 패스를 주고받은 뒤 골지역 왼쪽에서 이란 수비의 방해를 물리치고 왼발로 화끈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순간 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메워졌고 박지성은 자신의 번호인 7번을 꽉 쥐며 환호했다. 허정무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응원하던 이란 응원석에는 정적이 흘렀다.
이후에도 박지성은 칼날같은 전진패스를 이어주며 공격진의 추가골을 유도하기 위해 애썼고, 코너킥의 키커로 나서는 등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박지성의 골로 이란은 북한과 사우디가 비기면 조 3위에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티켓도 얻지 못하고 본선행이 좌절된다. 천국을 찾아가던 이란을 박지성이 지옥 앞까지 안내한 골이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