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시즌만 해도 오른쪽 윙어에 국한됐던 이청용은 마지막 챔피언결정전 수원과의 경기에서 철저히 파악됐고 또 완벽하게 봉쇄됐다. 이청용이 침묵한 서울은 우승컵을 수원에 내줘야만 했다. 그래서 2009 시즌 이청용은 한 번의 '허물벗기'를 시도했고, 성공했다.
오른쪽에 국한된 이청용의 플레이가 간파당했다고 판단한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은 '이청용 시프트'를 시도했고, 이청용은 위치 변화를 주며 상대에 혼란을 주면서 괴롭혔다. 상대는 오른쪽이 아닌 왼쪽, 그리고 가운데에서 활약하는 이청용에 혼란스러워했고, 이청용의 활동 영역은 그만큼 넓어졌다.
그리고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09 K리그' 1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이청용은 또 다른 '허물벗기'를 시도했다. 이런 새로운 시도로 상대는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이청용의 활동 반경은 더욱 넓어졌다. 바로 '최전방 공격수' 이청용의 탄생이었다.
전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이청용은 데얀과 함께 최전방 투톱으로 나섰다. 최전방에 있는 이청용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익숙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쏜살같은 스피드로 골문으로 향하는 이청용에 제주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 13분 이청용은 백패스를 받으려는 골키퍼에 무섭게 전진했다. 당황한 골키퍼는 가까스로 걷어내려고 했지만 달려오던 이청용의 발에 걸려 하마터면 골을 허용할 위기를 맞이해야만 했다.
전반 24분이 지나자 이청용은 원래 주 포지션인 오른쪽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이상협과 자리를 수시로 바꾸며 공격수와 오른쪽 미드필더의 역할을 동시에 소화했다. 전반에만 2개의 포지션을 수행한 이청용이었다.
전반 서울의 가장 위력적인 장면은 이청용의 발에서 시작됐다. 아크 오른쪽에서 완벽한 돌파 후 데얀에서 땅볼 패스를 찔러 넣었고, 데얀은 회심의 오른발 터닝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아쉽게도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오고 말았다.
0-1로 전반을 뒤진 서울은 후반 시작과 함께 심우연과 이승렬을 투입시키며 동점골을 노렸다. 두 선수 모두 공격수다. 포메이션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청용의 3번째 포지션의 시작이었다. 이청용은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기며 기성용과 발을 맞췄다.
후반에서도 서울의 가장 위력적인 장면은 이청용의 발에서 터져나왔다. 후반 33분 이청용은 아크 왼쪽을 완벽하게 돌파하며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공은 이청용을 마크하던 제주의 마철준 다리에 맞고 왼쪽 골포스트를 때렸다. 제주로선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고명진의 동점골이 터져 나왔고,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려던 찰나 이청용이 팀을 구해냈다. 후반 44분 아크 오른쪽에서 이청용이 올린 크로스는 박용호의 머리로 정확히 떨어졌고, 박용호는 강력한 헤딩슛으로 천금같은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극적으로 서울의 역전 승리로 경기는 마무리되었다.
경기 후 귀네슈 감독은 이청용 칭찬에 여념 없었다. 귀네슈 감독은 "이청용이 너무나 잘했다. 그리고 열심히 뛰어줬다. 한태유, 김치우 등 주전 미드필더들이 빠져 청용이가 혼자 많은 역할을 해냈다. 중앙, 오른쪽 미드필더, 투톱 모두 잘 소화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이청용은 다양한 역할을 해낸다. 이청용이 특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다"며 이청용을 극찬했다.
90분 동안 3번의 변화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이청용. 또 한 번의 진화를 거듭한 이청용. 그가 있어 서울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또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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