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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의 아웃사이더]두산 '깜짝 2번 지명' 대구고 이재학, '짠물 피칭 눈에 띄네~'


2010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에 2라운드(전체 10번) 지명된 이재학(대구고3, 투수)은 경복중학교 2학년 당시 중학교 감독님의 조언으로 사이드암 투수가 되었다. 고교 2학년 초반까지 제구력도 잡히지 않고 구속도 나오질 않아 고민이 많았다.

대구고는 2008년 청룡기와 봉황대기를 내리 석권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정인욱(우완)은 통틀어 9승1패 평균자책점 1.17이라는 성적으로 연거푸 MVP를 석권했고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1번, 2차 3번으로 삼성의 부름을 받았다.

정인욱과는 동갑이지만 유급을 한 탓에 1년을 더 고교에서 뛰어야 했던 이재학으로서는 동료의 성공적인 프로진출이 무척 부러웠다. 자신이 1년 더 야구를 한다고 해도 그만큼의 성공을 이룰 수 있을 지 확신도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2009시즌이 시작되었고 대구고는 '작년만큼만'이라는 바람으로 대회에 나섰지만 시즌 첫 대회였던 황금사자기부터 삐걱거렸다. 6-0 으로 부산공고를 누르고 2회전에 나섰지만 동성고에게 2-4로 패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했던 청룡기대회에서는 8강전에서 서울고에게 4-11, 7회 콜드게임 패배라는 굴욕적인 결과를 내고 말았다.

"대회 2연패를 목표로 준비 많이 했는데 제 실수로 그렇게 되었어요. 그 때를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속상해요." 서울고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이재학은 3이닝 동안 6개의 안타를 내주고 무려 7실점을 했다. 3회 평범한 번트 타구를 실책을 범하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것.

"올 시즌 우리(대구고)가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라면 역시 작년에 비해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타격도 그렇고 마운드도 그렇고, 모두 2%가 부족했습니다." 박태호 감독은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전력이 약해졌다며 '믿을 맨'의 부족을 부진 이유로 손꼽았다.

이후 대구고는 대붕기 대회에서 2승1패의 성적을 거둬 8강에 만족해야 했고 마지막 전국대회 봉황대기에서도 성남고에게 덜미를 잡혀 2회전에서 탈락했다. 그나마 화랑대기에서 4강까지 진출해 자존심을 지켜냈다. 그 대회에서 이재학은 에이스로서 대활약을 펼쳤다.

동성고와의 8강전에서 115개 투구수를 기록하며 9이닝을 던져 3-0 완봉승을 낚았다. 32명의 타자를 상대로 피안타 6개에 탈삼진을 무려 9개나 잡으며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결승전 진출 티켓을 놓고 겨룬 화순고와의 준결승전은 고교야구의 백미 중 하나였다.

2-2 동점에서 연장 승부치기에 들어간 이 경기는 화순고가 10회 말 2점을 뽑아 1점에 그친 대구고를 5-4로 물리쳤다. 이재학은 1회 구원으로 등판해 10회 연장 승부치기까지 마운드를 홀로 지켰다. 159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결국 패전의 멍에를 안게 되었다. 그러나 삼진 15개를 잡아내는 괴력을 과시, 드래프트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에 눈물이 절로 나왔어요. 만약 승부치기가 아니었다면 이길 수 있었는데..." 이재학은 이 대회 2게임에서 18.1이닝 1자책점(평균자책 0.49)을 기록해 협회가 선정한 대회 방어율 1위 선수로 뽑혔다.

"저는 학교에서 훈련 마치고 TV로 (신인 지명회의를) 봤어요. 제 이름이 나오는 순간 꿈인가 했어요. 지명을 받는 게 목표였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순번으로 뽑혀 더 놀랐죠."

드래프트가 끝나고도 한동안 현실이 믿겨지지 않았다는 이재학은 사실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었다. 올해 대구고는 총 9번 승리를 챙겼는데 그 중 이재학이 거둔 승수는 단 2승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록을 파고들면 왜 그가 두산에 2라운드 전체 10번으로 선택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이재학은 11경기에 등판해 총 53.1이닝을 던져 8자책점을 기록, 평균자책점 1.35를 마크했고 9이닝당 평균 탈삼진 10.97개를 기록했다. 한 경기 완투하면 거의 11개에 가까운 삼진을 잡아내는 셈이다. 반면에 사사구 비율은 낮아 유리한 입장에서 게임을 끌고가는 마운드 운영능력을 지녔다는 걸 알 수 있다.

작년 시즌에도 38.1이닝 동안 4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0.94를 기록했고 봉황대기 경북고와의 결승전에서는 선발로 나서 4.2이닝 1자책점을 기록하며 대회 우수투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산은 전면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207cm 장신 좌완 장민익(효천고)을 지명하며 화제를 뿌렸고 2라운드에서는 예상을 깨고(?) 이재학을 지목했다. 자타가 인정했던 전체 1순위 신정락(고려대4, LG 지명)을 호명할 기회가 없던 두산으로서는 기록상으로나 선수의 성실성 등을 감안해 이재학을 미리 점찍어두고 있다가 빠른 순번에서 호명했던 것이다.

181cm-77kg의 체격을 지닌 이재학은 최고구속이 142km까지 나왔다며 예전보다 구속이 5~6km 빨라졌다고 했다.

"흔치 않은 사이드암에다가 빠른 볼을 던지니까 뽑아주신 것 같아요. 목표요? 큰 거 없어요. 부상당하지 않고 야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역으로 말하자면 아프지만 않는다면 반드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가득한 다짐이기도 하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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