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아이돌 그룹 '2PM'의 리더 재범(22, 본명 박재범)이 과거 한국을 비하하는 글을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한민국 연예계가 시끄럽다.
그가 4년 전 한국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미국 유명 온라인 쇼셜네트워크 사이트에 글을 올렸고 이 내용이 팬들과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명 '재범 사태'의 요지다.
그가 올린 글 내용 중 "한국인은 정상이 아니다. 내가 하는 저질 랩을 잘한다고 칭찬한다. 정말 멍청하다"는 대목은 한국 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급기야 온라인상에서 그의 '활동중지'와 '2PM 퇴출' 서명운동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쓴 글들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의 대중적 공분이 일면적이고 과한 측면이 적지 않다. 더구나 연예인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퇴출'을 거론하는 것은 또 다른 '마녀 사냥'의 우를 범할 수 있어 자제해야 옳다.
화려한 연예스타를 동경하는 연습생 시절, 그것도 사고의 그릇을 만들어가는 고등학생 시절 '큰 돈을 벌어 고향(미국)으로 가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 또래가 갖고 있는 보편적 사고방식이다.
특히 "한국인은 정상이 아니다. 내가 하는 저질 랩을 잘한다고 칭찬한다. 정말 멍청하다"는 대목은 미국의 저급한 상품문화에 포섭된 한국 연예계와 대중문화에 대한 쓴 소리로 읽혀진다. 미국에서도 뒷골목 랩은 저급한 대중문화로 취급받고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고 대중적 정서다.
그런 저질 랩에 한국 연예기획사와 팬들이 '잘한다'고 박수를 치며 칭찬하니, 재범 역시도 의아하고 이상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기자의 말은 그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 '세계화'라는 기치 아래 맹목적이고 국적 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한국 연예산업의 또 다른 피해자일 수 있다는 말이다.
재범이 잘못한 일은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허상이었다'는 사실을 과거의 글을 통해 들켰을 뿐이다. 팬들은 자신이 믿었던 존재가 '껍데기'였다는 허상의 실체를 깨닫고는 '그동안 속았네', '내가 바보였다'는 자괴감에 따른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한국 정서와는 동떨어진 환경에서 자란 재미동포라는 점과 이번에 문제가 된 글들이 나이 어린 고등학교 시절 낮선 이국땅(재범 입장에서)에서 느낀 힘든 넋두리를 친구와 주고 받은 지극히 사적인 글들이라는 것을 되짚어 보면 부분을 전체로 확대해 갈등을 조장하는 사사로운 다툼을 크게 벌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람은 변한다. 또한 인식과 지적의 수준도 삶을 알아가는 단계, 단계마다 달라지고 발전하게 마련이다. 한창 사고의 숙련을 일구는 시기에 있는 2PM 재범의 글에 대한 공허한 분노를 표출하기 보다는 먼저 무국적 아이돌 그룹만을 확대 재생하는 한국 연예기획사들의 잔꾀와 미국 문화라면 맹목적인 경외심을 갖는 한국 대중문화의 사대주의를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재범이 한때의 일을 반성하고 자숙하고 있는 만큼 그가 더욱 성숙한 음악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닌 듯 싶다.
조이뉴스24 정진호기자 jhjung@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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