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 3無 현상, 코미디-황금연휴-블록버스터 실종

올 추석 시즌을 겨냥한 영화들이 2년 동안의 '특수 실종'을 되살리기 위한 신호탄을 쐈다. 올 추석 연휴를 전후해 개봉하는 영화들이 속속 개봉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올 추석 극장가는 세가지 경향으로 특징지을 수 있을 듯 하다.

먼저 '명절=코미디'라는 공식에 맞춰 약방의 감초처럼 빼놓지 않고 개봉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한국 코미디 영화가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딱히 '추석 대목'이라고 부를만한 황금연휴를 찾아 볼 수 없으며, 또 한국영화들에 대항마로 등장했던 외화 블록버스터 역시 뚜렷하게 꼽을만한 작품이 없다. 올 추석 극장가는 '3無(무) 현상'을 앞세워 특수 부활에 나설 전망이다.

추석 특수 실종 사건

지난 2006년 추석 특수를 톡톡히 누린 '타짜'의 흥행 돌풍 이후 2007년과 2008년 2년 동안 극장가 대표적 대목인 추석 연휴 특수는 실종됐다. 2007년 '권순분 납치사건'과 '두얼굴의 여친' 등의 코믹물이 개봉했으나 명절 대목다운 흥행 대박을 거두지는 못했다. 절대 강자가 없는 2007년 추석 연휴 최후의 승자는 곽경택 감독의 '사랑'이 차지했다. 눈물과 복고 코드를 앞세워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쏠쏠한 성적을 거뒀다.

2008년 역시 마찬가지. 대형 사극 '신기전'과 명절 겨냥 코미디 '울학교 이티', 인기스타를 앞세운 '영화는 영화다'가 개봉했으나 저예산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제작비 대비 흥행 성공 외에는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이처럼 특수 실종 현상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볼만한 콘텐츠의 부재"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명절을 겨냥한 코미디 영화들이 때마다 개봉했으나 '가문의 영광'의 '화려한 영광' 이후에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도 관객을 만족시킬 콘텐츠 부재가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2년간 특수다운 특수를 누리지 못했던 추석 극장가가 올해는 관객몰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올해 개봉영화들의 경향을 살펴봤다.

황금 대목 無, 짧은 연휴

먼저 최장 6일까지 이어졌던 과거 황금연휴를 돌이켜볼때 올해 짧은 추석연휴는 아쉬운 부분이다. 한 영화투자사 관계자는 "올해는 추석 특수가 없다고 봐야한다. 개봉작들도 추석 연휴 해당 주에 개봉하기보다, 한주 앞서 개봉하는 전략을 쓸만큼 연휴 기간이 짧다"고 토로했다.

추석 연휴인 10월 첫째주, 추석 당일인 3일 토요일을 전후로 단 3일의 연휴로 인해 예년과 같은 명절 극장 분위기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에는 짧은 연휴 탓에 귀성을 포기한 관객들이 오히려 극장에서 연휴를 보내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코미디 無, 멜로가 대세

명절에는 코미디라는 공식이 점차 맥을 못 추는 가운데, 한국영화 코미디 영화가 추석 극장가에서 사라졌다. 2006년 '가문의 부활'과 '잘 살아보세', 2007년 '권순분 납치사건'과 '두 얼굴의 여친', 2008년 '울학교 이티' 등 빼놓지 않고 이름을 올렸던 코미디 영화는 지난 몇년간의 부진 탓인지,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를 대신해 '내 사랑 내 곁에',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 멜로 영화가 출사표를 던졌다. 추석 연휴에 한 주 앞서 개봉하는 두 작품은 모두 지극한 순애보를 소재로 한 작품. 명성황후를 향한 무사 무명의 목숨을 건 사랑을 그린 '불꽃처럼 나비처럼'과 루게릭병으로 인해 죽어가는 남편과 아내의 눈물겨운 사랑이 관객들을 향해 손짓한다.

여기에 임순례 감독의 인권영화 '날아라 펭귄', 안슬기 감독의 독특한 멜로영화 '지구에서 사는 법' 등이 한국영화 개봉작으로 대기중이다.

외화 블록버스터 無, '페임' 제2의 '맘마미아!' 될까

극장 최고 대목 중 하나인 추석임에도 불구하고 외화 블록버스터 역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한국영화를 모두 제치고 추석 최고의 흥행작으로 등극한 '맘마미아!'의 뒤를 잇는 뮤지컬 영화 '페임'과 액션 스릴러 '게이머', SF 액션물 '써로게이트' 정도가 전부.

오는 24일에는 '페임'을 비롯해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퍼니 게임'과 어드벤처물 '윈위크'가, 10월 첫째주에는 '게이머'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스릴러 '써로게이트', 북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공포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