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 감독이 내린 두산 투수진의 '보직파괴' 결단이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애매한 위치에 처한 두산으로서는 어찌보면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 김경문 감독은 잠실 히어로즈전에 불펜요원으로 활약해온 이재우를 선발로 등판시켰다. 그 결과 이재우는 5이닝을 4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막아내며 임무를 완수했고, 타선의 활발한 지원에 힘입어 시즌 5승째(1패)를 거뒀다. 기대에 부응해준 셈.
김경문 감독은 지난달 말부터 기존의 투수 보직을 파괴했다. 9승 이후 10승으로 향하는 고비서 수 차례 허덕인 선발 홍상삼, 잇따른 부진으로 의기소침해진 마무리 이용찬을 함께 계투진으로 돌렸다. 새로운 뒷문지기로는 임태훈을 배정했다.
임태훈도 조금씩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며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던 김 감독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내린 용단이다. 이재우의 선발 등판도 선발진의 난조를 타개하고자 시도한 보직파괴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김 감독의 후반기 대수술이 아슬아슬하긴 해도 조금씩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면서 두산은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현재 두산은 121경기서 66승 53패 2무, 승률 5할4푼5리를 기록하면서 3위에 올라 있다. 문제는 2위 SK가 무서운 기세로 10연승을 내달리며 선두 KIA마저 위협, 어느덧 두산과의 승차를 4경기 차로 벌려놨다는 점이다. 또 두산으로서는 4위 삼성과의 승차도 6.5경기 차까지 벌어져 있어 후반기 막바지에 이르러 목표 설정이 애매한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김 감독으로서는 아직 2위 탈환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4위권 팀들과의 큰 차이를 생각하면 그저 3위를 지키는 것으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SK의 연패'라는 전제조건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 남은 12경기로 4게임차를 줄이는 것은 사실상 힘들지만, 이대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면 선발진이 약한 두산으로서는 크게 불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와중에 투수진의 부진으로 어쩔 수 없이 시도한 보직파괴가 조금씩 성과를 보이면서 김경문 감독은 2위 탈환을 위한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가을야구에 대비하는 이중의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즉, SK의 연승 기세 속에 두산도 조금씩 기세를 회복하며 행여나 발생할 지 모르는 SK의 막판 부진을 틈타 역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포스트시즌에 대비한 투수 운용의 실전 실험도 병행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두산은 어느 한 쪽도 포기하지 않는 절묘한 승부수로 막바지 경기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투수진의 부진 타개를 위해 내린 결단이었던 보직파괴. 이를 통해 어찌됐건 승수를 추가함과 동시에 가을야구를 위한 준비작업도 병행함으로써 두산은 현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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