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즐겨 피는 대구FC 변병주 감독의 속은 올 시즌 더욱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1승을 거두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2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5개월 만에 16경기 무승 행진(6무10패)을 떨치고 시즌 '2승'이라는 결실을 맺은 뒤 변 감독은 환한 웃음을 보이며 코칭스태프와 함께 그간의 마음고생을 지웠다.
힘을 낸 변병주 감독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잊지 않았다. 전남전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그는 "앞으로 우리를 만나는 팀은 꼴찌라고 쉽게 본다면 승리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두 경쟁과 6강 플레이오프 진입 싸움으로 양분화된 구도에서 누구에게든 '지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는 뜻이다. 치열한 순위다툼 속 1승이 소중한 상황에서 대구에 덜미를 잡히면 시원하게 눈물을 흘리며 보이지 않는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지난해 변병주식 공격 축구를 표방했던 대구는 수원 삼성과 함께 득점 1위를 차지하며 매서운 경기력을 보였지만 올 시즌 팀 득점은 최하위다.
2003년 K리그 참가 후 그해 12개 팀 중 11위, 2005년 전기리그 13개 팀 중 12위를 한 것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는 괜찮은 성적을 내왔지만 올 시즌은 이변이 없는 이상 꼴찌는 떼논 당상이다. 올 시즌 계약이 만료되는 변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 강력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면 내년 K리그에서 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 대구는 주축 선수인 진경선, 하대성, 에닝요를 모두 전북 현대에 내줬다. 공격 핵심들의 대거 이탈은 조직력에 문제를 가져왔다. 이들을 대신했던 장남석도 시즌 초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해 '깡통으로 캐딜락을 만들겠다'던 변 감독의 구상은 꿈같은 일이 됐다.
그나마 세트피스를 전담했던 신인 미드필더 이슬기가 변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지만 시즌 후반으로 이어지면서 체력적인 문제와 상대의 거친 마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슬기는 지난 7월 12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 이후로 7경기째 공격포인트를 쌓지 못하고 있다.
대구는 20일 신생팀 강원FC를 홈 대구스타디움으로 불러들여 3승에 도전한다. 강원은 6승7무8패, 승점 25점으로 6위 광주 상무(30점)와는 5점 차다. 대구에 승리하면 6강 플레이오프 한 자리를 노릴 수 있는 희망이 보이는 만큼 독한 마음을 먹고 달려들 것이다.
전력상으로는 강원이 우위에 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 김영후를 비롯해 노련한 이을용, 마사가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한다. 대구는 '팔공산 테베스' 조형익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어 공격 자원이 줄었고 미드필더 조한범과 양승원도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대구지만 이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 누군가는 땅을 치며 울어야 한다. 지난 2007년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대구는 서울을 6강 PO 경쟁에서 탈락시키고, 수원 삼성에 승리한 대전 시티즌의 극적인 드라마에 조연 노릇을 톡톡히 한 기억이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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