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사냥'의 특명을 받았던 롯데 우완 사이드암 배장호가 한순간 임무를 그르치고 말았다. 야수의 실책까지 겹친 쓰라린 피칭이 아닐 수 없었다.
배장호는 3일 사직구장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해 3회초에만 5안타 2볼넷에 야수실책까지 보태지며 타자일순을 허용, 무려 7실점하고 고개를 떨궜다.
사실 이번 배장호의 등판은 1패면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는 위기 속에 내린 로이스터 감독의 모험수였다. 불펜으로 활약하다 시즌 막바지 두산전(9월 20일)서 5.2이닝 1실점으로 선발승을 챙기며 기세 오른 신예 배장호의 물오른 어깨를 믿어본 것이다.
실제로 불펜 등판까지 합쳐 배장호는 올 시즌 두산전 7경기서 평균자책점 1.50(18이닝 3자책)을 기록할 정도로 '반달곰 군단'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첫 포스트시즌 등판이라는 부담감 탓에 배장호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2회말 이대호의 선제 좌월솔로포로 1-0으로 앞서던 3회초 선두타자 용덕한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급격히 흔들린 것. 이후 배장호는 이종욱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내줬고, 유격수 박기혁마저 중계플레이 도중 공을 떨어뜨려 1루 주자 용덕한의 홈인을 허용했다. 게다가 곧바로 정수빈의 우전안타에 이어 김현수에게 우전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고 1-2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동주를 삼진으로 잡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성열에게 우중간 1타점 적시타를 내줬고, 손시헌를 2루 땅볼로 솎아낸 뒤에도 고영민을 볼넷으로 출루시켜 2사 만루에 몰렸다.
이 상황에서 주장 조성환이 민병헌의 2루 땅볼을 그만 놓쳐버리는 뼈아픈 실책을 범했다. 이 탓에 이닝이 끝날 상황에서 3루 주자 김현수가 홈인했고, 결국 계속 이어진 2사 만루서 용덕한이 3루수 정보명 옆으로 빠져나가는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날려 배장호는 3회에만 무려 7실점(3자책점)을 하며 고개를 떨궜다.
다시 타석에 선 이종욱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서야 배장호는 기나긴 3회초를 매조지할 수 있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4회말에도 배장호를 그대로 기용하며 '믿음'을 드러냈고, 그 역시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지만 3회의 부진은 벼랑 끝 롯데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아닐 수 없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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