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군단의 '에이스' 김선우가 나름 호투를 펄치며 구겨진 체면을 차렸다. 그로서는 그야말로 자존심을 살릴 수 있었던 하루였다.
김선우는 3일 사직구장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2홈런) 3탈삼진 2실점 투구를 펼치고 팀이 9-2로 앞선 가운데 마음 편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초반부터 폭발한 화력의 지원도 그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줬고, 실제로 김선우도 이에 부응하며 솔로포 2개로만 2점을 내주고 제 역할을 해냈다.
사실 준플레이오프에 들면서 김선우는 체면을 구겼다. 시즌 팀내 최다승(11승) 투수지만 3차전까지 치르는 동안 그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2차전서는 불펜 대기까지 하는 등 고개를 떨궜다. 기복 심한 피칭에도 김경문 감독은 시즌 내내 그를 믿고 기용했지만 최근 등판(정규시즌)인 9월 25일 문학 SK전에서 1회에만 7실점 하는 등 부진한 피칭으로 김 감독의 신임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2승(1패)으로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을 남겨둔 상황에서 김선우에게 기회를 줬다. 롯데전(평균자책점 5.64)에도 약한 편이었지만, 최다승 투수의 투구를 믿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준플레이오프를 끝맺는 임무를 맡겼다.
결국 중요한 경기서 선발 임무를 부여받은 김선우는 '에이스'의 역할을 해냈다. 1회말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시작했고, 2회말 선두타자 이대호에게 좌월솔로포를 내주긴 했으나 후속타자를 잘 막아내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3회말에도 김주찬에게 비디오판독까지 거치는 좌월솔로포를 내줬지만 더 이상의 추가 실점없이 롯데의 반격을 '단발'로 끊어냈다.
사실 초반 김선우의 볼끝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바깥쪽을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빠른 직구가 김선우의 주무기였지만, 제대로 제구가 되지 않아 불안감을 안겼고, 변화구 역시 홈플레이트에서 바깥쪽으로 빠져 지켜보는 이들에게 긴장감을 안겼다.
하지만 롯데 타자들의 적극적인 배팅에 자신감을 얻었고, 화력마저 초반 대량실점으로 그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면서 김선우는 4회말과 5회말 연속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하는 등 '에이스'의 진면목을 선보였다.
김경문 감독으 5회까지 김선우에게 맡기고, 6회부터 세데뇨로 교체하며 그를 덕아웃으로 불러들였지만 이는 투구 내용과는 상관없었다. 크게 앞선 상황(9-2)에서 불펜 총력전을 통해 플레이오프행을 확실하게 결정짓겠다는 의도 때문이었다.
그 동안 마음고생으로 고개를 떨군 김선우. 하지만 중요 순간에 제 역할을 해주며 김선우는 자신의 건재함을 알릴 수 있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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