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경문 감독이 고심 끝에 내린 선발 라인업이 대성공을 거뒀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고졸 신예' 정수빈과 '유혹의 대명사' 이성열.
두산은 3일 사직구장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선발 김선우의 5이닝 2실점 호투 속에 3회초 5안타 2볼넷을 집중시키고 상대 야수의 실책에 편승해 대거 7득점하며 9-5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3승(1패)을 기록, 대망의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하며 정규시즌 2위 SK와 한국시리즈 티켓을 놓고 격돌을 벌이게 됐다.
이날 경기 전 특히 눈에 띄었던 점은 바로 두산의 선발 라인업이었다. 3차전까지 2번 타자였던 고영민 대신 정수빈(좌타)이 그 자리를 차지했고, 최준석 대신에 지명타자로 이성열(좌타)이 선발 출장했다. 고영민은 7번으로 밀려났다.
이들의 투입으로 수비포지션도 바뀌었다. 우완 사이드암 배장호를 상대하기 위해 좌타자를 더욱 많이 기용하고자 했던 김 감독은 우익수 임재철이 손가락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자 정수빈을 그 자리에 배치하고, 좌익수 김현수를 1루로 돌렸다. 이성열의 외야수비는 불안정하기에 그 자리에 민병현을 놓았고 결과적으로 이성열은 지명타자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결국 1승만 보태면 플레이오프행을 확정짓는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은 고심 끝에 검증되지 않은 모험수를 둔 셈이다.
그 결과, 이들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제 몫을 다해주며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둘 모두 1안타씩 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그 1안타가 모두 3회초 대량득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0-1로 뒤지던 3회초 선두타자 용덕한의 볼넷과 이종욱의 중월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타석에 선 정수빈은 깔끔한 우전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들어줬다. 이후 김현수가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역전했다. 이어 김동주가 삼진으로 돌아서자 이번에는 이성열이 우중간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대량 득점의 기틀을 만들었다. 만약 둘 모두 아웃됐다면 이후 두산의 추가 4득점은 없었던 셈이다.
그 이후 정수빈과 이성열은 삼진과 범타로 경기를 마쳤지만, 이들이 기록한 1안타는 두산으로서는 승리의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영양가 만점의 안타가 아닐 수 없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도 "잠실 경기(1, 2차전)서 우리 타선이 좀 약했다. 그래서 오늘 이런 타선을 내봤는데 나름대로 2번과 5번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해줘야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리고 마지막 4차전, 김 감독이 기대하던 '해줘야 할 선수들'인 정수빈과 이성열은 '믿음'에 보답하며 두산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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