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3연패의 순간, 그라운드서 환호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그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면 한다."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박정권(SK). 그가 마음에 품고 있었던 장면을 실제 연출할 기회를 맞았다. 우선은 '반달곰 군단'을 넘어야 하지만, 드디어 그가 시즌 내내 꿈꿔온 상황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를 맞이하는 순간까지 왔다.
박정권에게 2009년은 야구 인생 최고의 시즌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최고의 짜릿함을 맛보면서 팀내 간판 타자로 자리잡았다. 3할대 타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할7푼6리에 25홈런을 기록하면서 왼손 거포로서 발돋움했다.
무명이었던 전주고 시절을 거쳐 동국대 진학 후 2000년 SK(쌍방울 지명권 승계)로 입단한 박정권은 당시만 해도 살아남을 희망이 커 보이지 않았다. 입단 당시 SK 1루수는 김기태(LG 2군 감독 내정)와 강혁이었고, 이들을 넘어설 자신이 없었던 그는 결국 상무 입대를 선택해야 했다.
군제대와 팀 복귀 후에도 녹록지 않은 프로의 벽을 절감하면서 박정권은 힘든 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히팅감이 좋아졌고, 김성근 감독의 무한경쟁 체제서 '한 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순간 부상을 당했다. 2008년 6월 27일 문학 한화전, 1루서 타자 주자 클락과 충돌하면서 그만 왼쪽 정강이가 3군데나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은 것이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었고, 박정권은 눈물을 삼키며 재활에 몰두해야 했다.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 장면도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해가 바뀐 2009 시즌. 박정권은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중요한 상황에서 '한 방'씩 축포를 쏘아올리며 해결사로 거듭나면서 그는 어느새 팀내 홈런 1위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박정권은 시즌 내내 집중력을 유지한 것을 타격 상승세의 비결로 꼽았다. 게임을 자주 나가게 되면서 상대 투수들과의 수싸움도 능수능란해졌고, 긴장없이 1구 1구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본인도 이에 대해 "타격에 눈을 떴다"고 자평할 정도다.
박정권은 유쾌한 사나이다. 은테 안경 속 차가운 눈매로 언뜻 매섭게 보이긴 하지만 항상 밝은 표정으로 동료를 대하며 분위기메이커인 정근우의 보조(?) 역할도 충분히 해낸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서 박정권은 살아남기 위해 눈물 섞인 땀을 흘려왔다.
배신하지 않는 노력의 결과를 올 시즌에야 받아쥔 박정권. 그가 이제 SK의 한국시리즈 3연패 '주인공'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을 맞이했다.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비상하기 위한 박정권의 또 다른 도전이 이제 시작된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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