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지승민의 재발견...'2승 후 2패' 두산의 위안거리

1, 2차전 승리 후 잠실 홈에서 내리 2패를 당해 이제 두산은 SK와 마지막 5차전에서 벼랑 끝 승부를 벌이게 됐다. SK는 상승세를 탔고, 두산은 오히려 궁지에 몰린 분위기다.

SK는 지난 11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 3-3으로 팽팽하던 7회초 박정권과 김강민의 잇따른 2타점 적시타로 4점을 추가한 뒤 8회초 최정의 쐐기 솔로포까지 터져 8-3 승리를 거뒀다. 두산으로서는 초반 수 차례의 득점기회를 무산시킨 아쉬움과 함께 임태훈이 또 다시 박정권에게 '한 방(2타점 2루타)'을 얻어맞는 등 뼈아픈 장면을 연출하며 결국 분루를 삼켰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두산은 한 가지 위안거리는 있었다. 바로 시즌 중 포수 채상병을 내주고 삼성에서 트레이드해온 좌완 지승민의 활약이다.

지승민은 3-3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5회초 두번째 투수 정재훈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선발 김선우가 3회초까지 3실점한 가운데 3회말, 고영민의 스리런포로 동점이 되자 김경문 감독은 4회초 곧바로 정재훈을 올렸다. 정재훈은 4회를 삼자범퇴로 막고 임무를 잘 수행했다.

문제는 5회초. 정재훈은 선두타자 최정을 평범한 땅볼로 유도했으나 3루수 김동주가 실책하는 불운으로 출루시킨 뒤 정근우에게 우전안타를 내줘 무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뒤이어 박재상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그 순간 정근우가 2루를 훔쳐 상황은 1사 2, 3루로 급변했다.

박빙의 승부였기에 김경문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선택한 카드가 바로 지승민. 결과적으로 이날 두산은 후반 대량실점하며 패했지만, 당시로서는 1실점이 승부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분위기였던 탓에 지승민의 책임감은 무거웠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른 지승민은 제 역할을 다해냈다. 김재현의 대타로 나선 이재원을 3루 땅볼로 잡아냈고,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던 박정권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서 완벽하게 불을 껐다. 박정권을 삼진으로 솎아낼 때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은 지승민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았다. 2차전 당시 1-0으로 아슬아슬하게 리드하던 6회말 2사 2루서 김경문 감독은 이재원 대타로 좌타 김재현이 나오자 좌완 지승민을 낼 타이밍이었음에도 우완 임태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 2년간의 한국시리즈서 김재현에게 홈런포를 허용한 임태훈이지만 구위면에서 지승민보다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지승민은 1차전 3-1로 앞서던 7회말 등판해 원포인트 구원 임무를 달성했다)

3차전에서도 지승민은 구원등판했지만 기대에 완전히 부응하지는 못했다. 0-1로 뒤지던 6회초 선발 홍상삼의 바통을 이어받은 지승민은 박재상과 김재현을 삼진과 2루 땅볼로 잡아냈지만, 박정권에게 우익수쪽 2루타를 내줘 진땀을 흘렸다. 좌타 상대 임무가 끝났다고 본 김 감독은 망설임없이 정재훈으로 교체했다.

이런 가운데 4차전서 지승민이 차분하게 제 역할을 해줘 막판 5차전에서 지승민의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2패째를 내주고 상기된 얼굴로 "투수들을 총동원해 승부하겠다"고 마지막 출사표를 던진 김경문 감독. 지승민의 쓰임새를 확인한 것이 김 감독으로서는 그나마 위안거리가 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