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원했건 원치 않았건 장동건은 미남의 대명사가 됐다. 92년 데뷔 이후 장동건은 정상의 자리에서 기존의 남자배우들이 갖지 못했던 많은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다.
조각미남, 꽃미남, 완소남, 완벽남 등의 단어와 함께 장동건은 자연스럽게 1순위로 회자되는 이름이다. 20세기 브라운관에 등장해 어느덧 '아름다운 남자'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다.
"이제는 꽃미남이라는 타이틀을 내려 놓을 때"라고 장동건은 말하지만, 그의 위치에 필적할만한 남자배우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시대가 원하는 트렌디한 얼굴, 곱상한 외모와 스타성을 내세운 남자배우들이 그의 아성을 위협했지만, 그들이 뜨고 사라지고 혹은 스타로 자리매김 하는 동안에도 장동건의 위치는 공교했다.
4년만에 국내 스크린 컴백작으로 선택한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남성적이고 선 굵은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장동건이 좀 더 편안해진 얼굴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이순재, 고두심과 함께 영화의 한 축을 이루는 장동건은 영화 속에서 역대 최연소 미남 대통령 역을 맡아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사실성을 불어넣는다. 2대8 가르마에 말끔한 수트를 차려입은 대통령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세월의 흔적을 덧입은 장동건을 만날 수 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장동건은 몸에 밴 예의와 호탕한 웃음소리로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었다. 첫 코미디 연기 도전이라는 점에서 그는 개봉 후 관객의 평가가 두렵고도 떨린다고 말했다.
이하 일문일답
-첫 코미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밝힌 바 있는데?
"장진 감독의 영화가 그렇지만 시나리오 상에서도 코미디 수위가 높지는 않았다. 캐릭터를 해쳐가면서 웃음을 유발하지는 않는 점이 좋았다. 영수 회담에서 술에 취한 부분을 연기할 때는 도저히 못하겠더라. 리허설을 해보고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뺄까도 의논했는데, 촬영을 해나가며 캐릭터가 잡히고 나니 연기가 되는 것 같았다. 코믹 연기라는 것이 사실 좀 낯설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여질 지도 두려웠고."
"장진 감독의 영화 속 웃음 코드가 기존에는 기발하지만 황당한 웃음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있을법한 에피소드로 코미디적인 부분이 채워진 것이 아닌가 싶다. 잔잔한 수준이다. 코미디 포인트를 따졌을 때는 분량에 비해 적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채영과의 멜로 신이 생각보다 적은 듯 한데?
"한채영과의 멜로 신에서 두 장면 정도가 잘려 나간 거 같다. 이 영화가 '차지욱'의 에피소드만으로 이뤄졌다면 멜로 신도 더 풍성했겠지만, 에피소드가 나눠져 있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잘려 나갔다. 만약 흥행이 잘 돼서 2편이 제작된다면 거기서 많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촬영 현장도 재미있었고 고생을 안 해도 되는 작품이어서 빨리 끝난 것이 오히려 아쉬웠다. 캐릭터가 잡힐만하니 촬영이 끝나더라. 기회가 되면 장진 감독과 다시 한번 작업해 보고 싶다."
-코미디 연기는 잘 맞았나?
"솔직히 두렵고 떨린다. 새로운 모습에 대한 평가가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내 딴에는 코미디인데 썰렁하면 어쩌나 걱정되고. 내가 '정말 관객이 웃을까' 걱정했더니 장진 감독이 그러더라 '다 웃으니 걱정말라'고. 지금은 관객의 웃음이 가장 욕심 난다. '장동건 웃기네'라는 평가가 최고의 칭찬이 될 것 같다.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이 웃으면 더 웃겨야지 하는 마음이 들면서 개그에 욕심이 생겼다."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출연 이유가 된 것 같다.
"반반이었다. 혼자 다 하는 걸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과 한편으로는 나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되겠다 싶은 그런 마음(웃음). 양면성이 있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시나리오, 감독, 상대역 등을 다 보게 된다. 이번 작품은 흥행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만큼 부담이 적었다. 장진 감독은 마니아 층을 확보한 감독이기도 하고 예산이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을 덜 수 있는 이유였다."
"'태풍'이나 '무극'처럼 규모가 큰 작품이 부담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반대로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흥행에 대해서는 선택이 자유로운 영화였다. 하지만 고생한 스태프들과 투자자들을 위해 흥행도 잘 됐으면 좋겠다. 만약 흥행에 성공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장동건이 죽어야 흥행이 잘 된다'는 징크스와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흥행이 안된다'는 징크스를 모두 없앨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 연기를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실제 법적인 자격조건이 안 맞는다. 대통령 출마 자격이 만 40세라고 하더라. 그동안 이렇게 젊은 대통령이 전무했던 터라 외형에서부터 신뢰감을 주고 싶었다. 파격적으로 가는 것 보다는 안정적인 익숙한 모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장동건이라는 이름은 미남을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잡은 것 같다.
"극중 차지욱의 참모 역을 한 배우가 케이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장동건 역할을 한다는 걸 나중에 알고 너무 재미있었다. 그분도 처음에는 말을 안하다가 나중에는 창피해 하며 미안하다고 웃더라. 상징적인 이름이라?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이제는 벗어나야 할때인 것 같다. 특히 개그 프로그램에서 내 이름을 빗대서 개그를 많이 하는데, 재미있게 본다. 유명인을 빗대서 하는 말들에서 내가 상징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좋게 받아들인다."
"순간의 외형적인 아름다움이나 생김새나 매력에서 나보다 훨씬 뛰어난 후배들도 많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장동건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마 오랜 시간을 함께 봐왔기 때문일거다. 그 시간만큼 잠재의식 속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데뷔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연기를 할때부터 많은 분들이 나를 봐 온 세월이 있지 않나. 후배들도 연기를 열심히 하고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상징성을 가지는 배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프로젝트인 '런드리 워리어'('전사의 길')는 언제 볼 수 있나?
"'런드리 워리어'는 나도 정보가 많이 없다(웃음). 현재 배급사가 정해져서 내년 3,4월에 미국에서 개봉한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할리우드 진출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런드리 워리어'도 해외 진출 개념에서 선택한 것이 아니고 흥미로운 과정의 하나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출연했다."
-제프리 러시, 케이트 보스워스 같은 유명 배우와 함께 공연한 소감은?
"케이트 보스워스가 출연한다길래 '수퍼맨 리턴즈'를 일부러 찾아봤다. 현지에서는 패셔니스타로 유명해서 파파라치가 많이 쫓아다니는 배우더라. 할리우드 배우 하면 오만방자할 것 같은 편견이 있었는데, 케이트 보스워스는 그런 스타의식이 전혀 없었다. 함께 작업한 스태프도 '할리우드에 저만큼 근성있는 배우는 보지 못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열정이나 근성이 마치 고인이 된 장진영이나 전도연을 보는 것 같았다."
"제프리 러시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배우라 처음에는 주눅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카데미 주연상도 수상한 배우니 그럴 법도 하지. 처음 만났는데 지하 30m 나오는 듯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나이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너무 열정적이었다. 제프리 러시도 내 출연작을 찾아봤다고 하더라. 아시아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고 하고. 저렇게 나이 들면 멋있겠다 싶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좀 더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서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웃음)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었다. 20대 초 중반에는 남자다운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역할을 선호했다. 한동안은 꽃미남 배우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남성성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나이대에 맞는모습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중년으로 넘어가면서는 겉으로 잘 보여지지 않지만 내면이 강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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