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의 판 니스텔로이' 혹은 '괴물'로 불리던 김영후(26)에게 2009년은 특별한 해다. 2005 드래프트에서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가라앉아 있던 4년의 기억을 뒤로하고 신생팀 강원FC를 통해 K리그에 데뷔, 5년 만에 소원풀이를 한 해다. 온갖 어려움을 겪고 인터넷 스포츠 매체의 중견으로 자리매김하며 창간 5년을 맞이한 '조이뉴스24'가 김영후의 지난 5년을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해 봤다.
김영후는 너무나 긍정적인 남자다. 고난이 닥쳐도 절대로 동요하지 않고 비관적인 상황이 발생해도 태연한 태도로 모든 상황을 수긍하며 새롭게 시작하기를 기원한다. 혹자는 그에게 "바닥을 치고 올라왔기에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그럴 수 있죠"라고 받아넘기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한다.
2005 드래프트는 그의 축구 인생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같은 해 두 번의 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하고 한국축구대상 대학부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등 드래프트 1순위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을 받았다.
'긍정'으로 일관하는 남자 김영후
그러나 '프로'는 냉혹했다. 어떤 선수처럼 지명하기로 했던 구단이 등을 돌렸다면 욕설이라도 내뱉으며 한풀이라도 했으련만 그럴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았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지만 제대로 쓴맛을 본 것이다.
그는 "실망 많이 했지요. 부모님도 똑같은 심정이었지만 위로를 해주시더라고요"라며 지난 기억을 되짚었다. 그 해 만나 사귀게 된 여자친구 김지운 씨에게도 자신의 처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 이별을 고하는 등 드래프트 실패는 김영후와 주변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김영후는 모태 신앙인 기독교를 믿으며 기도하는 습관으로 언제든 반전의 기회가 찾아오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실업 축구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을 택했다.
너무나 긍정적인 그는 "왜 나라고 실망하지 않았겠어요. 그렇지만, 내셔널리그도 성인무대였고 성장을 위해 노력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차근차근 시작해 반드시 자신을 외면했던 이들에게 완성된 선수라는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절치부심으로 선택한 미포조선 입단 첫해인 2006시즌 20경기에 나선 김영후는, 173cm의 신장으로 19골 4도움을 올리며 내셔널리그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듬해는 왼쪽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12경기 7골 2도움을 기록하며 해결사로의 능력을 보여줬다.
2008년 김영후는 27경기 30골 10도움을 해내며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해트트릭은 기본이었다. 그 해 9월 21일 천안시청과의 경기에서는 홀로 7골을 기록하는 무서움으로 축구대표팀의 관심을 잠시 받기도 했다.
최순호 감독과의 만남으로 선수생활 대반전
이런 공격포인트 행진 뒤에는 평생의 스승이 될 최순호 감독의 지도가 있었다. 누가 감독으로 올 지 모르는 상태로 구단에 들어갔다가 최 감독과 그야말로 운명같은 만남을 하게 된 것이다.
김영후는 "너무나 고맙고 행운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미포조선으로 갈 때 누가 감독으로 올 지 몰랐고 나중에서야 들었다. 더 많이 배우게 해주시는 분이다"라고 기억을 되짚었다.
최순호 감독은 김영후와의 만남을 "(나를 위해) 예비된 선수"라고 표현했다. 어떤 선수고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지인의 이야기만 듣고 뽑게 됐지만 그를 믿었다는 뜻이다.
최 감독은 "겸손한 선수라고 느꼈다. 당장 기술이 뛰어나지 않았지만 승리욕이 강했고 특히 정신 자세에 높은 점수를 줬다. 조금이라도 시기가 늦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텐데 아마도 '서로에게 준 선물'이 아닌가 싶다"라며 김영후와의 만남이 우연을 넘어선 어떤 끈으로 연결됐음을 분명히 했다.
둘은 K리그 15번째 구단으로 뛰어든 강원FC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올 시즌 초, 중반 신생팀 돌풍의 주역으로 함께 했다.
김영후는 멀티골을 네 차례나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출신이 K리그에서 되겠느냐는 '편견'을 보기 좋게 날렸고, 최순호 감독도 2004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보여줬던 지도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면모로 신선함을 불러 일으키며 무난하게 K리그 컴백에 성공했다.
체력보강으로 내년 시즌 준비 돌입!
애석하게도 경험 부족의 강원FC는 시즌 후반으로 접어들며 중위권에서 하위권으로 처져 아쉬운 시즌을 마감했다. 그래도 김영후는 13골 8도움을 기록하며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병수와 함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프로에서 1년을 보낸 김영후는 체력 보강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고 벌써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체력 보강과 함께 11시 취침, 6시반 기상이라는 사이클에 충실하고 있는 김영후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성경책을 끼고 살고 있다. 매일 3장씩 거르지 않고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렇게 해온 지 5년째, 5번이나 성경을 통독을 한 김영후는 내년에도 같은 도전을 할 예정이다.
그는 "내셔널리그보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요구받은 것이 많았다. 워낙 템포가 빨랐고 수비수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떨쳐내는 방법도 미흡했다. 힘을 길러 내년에는 달라진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오뚝이' 김영후의 2010년은 벌써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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